당신은 소비에 종속되어있는 삶을 살고 있진 않은가요?

엄마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음식은 허기짐을 채우기 위해 집어넣는 연료여서는 안 된다. 무언가를 먹는다는 건 삶의 여유와 격을 유지하는 일상적인 체크포인트다. 특히 좋은 음식을 먹을 때면 게걸스러운 티가 나지 않아야 하고 또한 배가 고프기 때문에 먹는 것이 아니라는 표가 나야한다. 그러니 천천히 먹고 꼭 남겨라. ‘살아가는 모든 자들은 예외 없이 굴욕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엄마의 생각이었다. 나중에 보니 어느 책에서인가 따온 구절인 것 같긴 했으나 어찌 되었든 맞는 말이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무언가가 필요하니까. 단 며칠도 아무것도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그러니 엄마의 이런 생각은 당연했다. “계속해서 뭔가를 채워 넣는 게 삶이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습관 같은 거야 하루하루 죽어가는 게 사는 거고 보면, 산다는 건 실은 소비하는 것이고 얼마나 잘 사는가는 소비의 질로 따져볼 수 있는 문제야.”

국립국악원

김이은의 <11:59pm 밤의 시간> 중에서

(2017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문학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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