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던 일상이 어느 순간 힘들게 다가올 때가 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어느 날 문득, 어디로든 떠나 힐링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길이 있다. 천년동안 이어져 내려온 힐링의 길, 바로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이다.

교통체증으로 인한 소음. 때로는 무섭게 다가오는 빌딩. 꽉 막힌 도시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여행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답답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게 해주는 탈출구가 되었다. 그래서 어느 누구나 할 것 없이 시간이 있을 땐 도시를 떠나 힐링을 찾아 떠난다. 비록 그것이 장소만 바뀐 것일지라도, 사람들은 거기서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와 함께 느림의 미학을 몸소 실천하며 치열한 도시생활로 다시 돌아왔을 때 부딪쳐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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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힘들고 지칠 땐 한 번쯤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행 장소는 가깝게는 도시 근처 공원에서부터 국내 유명한 관광지나 명소, 더 나아가 해외여행까지 사람들은 다양한 곳에서 힐링을 하고 있지만, 지금 소개할 장소는 여타 다른 곳보다는 특별한 곳이다. 오랜 시간 동안, 그것도 천 년 동안이나 이어져 내려온 힐링의 길이 있다. 해마다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으며, 제주 올레길의 모델이 되기도 한 이곳은 그 길이가 무려 800km에 달하는 순례길이다. 바로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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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가로 지르는 약 800KM의 순례길. Camino Frances>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란?

스페인어 Camino는 한글로 번역했을 때 ‘땅 혹은 길, 거리’라는 뜻이 있다. 그리고 de는 ‘~로 향하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고, Santiago는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를 가리킨다. 그래서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면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이 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을 걷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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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티아고로 향하는 모든 길에는 순례자들을 위해 노란색 조가비와 함께
화살표가 존재한다. 그래서 처음이더라도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

그것은 산티아고가 로마와, 예루살렘과 더불어 3대 그리스도교 순례지이기 때문이다. 1189년 교황 알렉산더 3세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를 성지로 선포하면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죄를 없애준다는 칙령을 발표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이후 1987년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가 출간된 이후 더욱 유명세를 탔으며,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되자 유럽과 전 세계로부터의 성지순례가 더욱 활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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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종교적인 목적보다 개인적인 동기나 자기성찰을 위해 이 길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여행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까미노의 매력

스페인의 멋진 풍경

까미노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스페인의 자연이다. 드넓은 지평선과 쭉 뻗은 하늘 사이로 놓인 풍경을 바라보면, 하루 종일 걸어 지쳐있던 몸의 피로도 달아난다. 까미노는 스페인을 가로지르는 길이기 때문에, 풍경의 반복이 아닌 거의 모든 스페인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사람보다 양이 더 많은 시골에서부터 시작해서 산페르민 축제가 열리는 팜플로나(Pamplona), 옛 레온 왕국의 수도인 레온(León),부르고스(Burgos) 등 여러 도시들을 지나치게 된다. 또한 걷게 되는 길 역시 숲길부터 시작해서 끝없는 초원이나 산길 등 평소엔 걸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길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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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를 걷다 보면 도심에선 볼 수 없던 멋진 풍경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렇기때문에
카메라로 어딜 찍든 컴퓨터 바탕화면 이미지로 쓸 수 있을 만큼 멋진 풍경이 찍힌다.”

스페인의 역사

까미노를 걷다 보면 스페인의 많은 문화유산을 만나게 된다. 문화유산에 얽힌 설화를 듣게 되면 더욱 재밌는 까미노가 될 수 있으니, 출발전 까미노의 문화 유산에 대해 공부하고 가면 더욱 풍족한 까미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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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에만 있을법한 화려한 성당들이 가는 곳마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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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를 하다 만날 수 있는 이라체 수도원은 우리나라의 약수터처럼
순례자들에게 와인과 물을 제공하는 수도꼭지가 있다.

전세계 사람들과의 교류

까미노는 해마다 전 세계 각국에서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나라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일정이 비슷하다면 그들과 동행해서 걷기도 한다. 그래서 걷다 보면 스페인의 문화뿐만 아니라 순례자들의 이야기와 행동을 통해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접하게 되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외국어를 잘 못한다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함께 까미노를 걷고 경험하기 때문에 그들과 친해지는데 있어서 필요한 건 눈빛과 표정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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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에선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다. 비록 말이
잘 통하진 않더라도 같이 걸으며 고생한 경험을 나눌 수 있기에 더욱 즐겁다”

 까미노의 매력은 이외에도 다양하지만,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마음에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벌써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면, 당신은 이미 까미노를 떠날 준비는 된 것이다!

까미노 루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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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루트는 여러 개가 있지만 크게 북쪽 길, 은의 길, 프랑스 길, 포르투갈 길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길은 프랑스 남쪽 끝에 위치한 생장피드포르(Saint-Jean-Pied-de-Port)에서 시작하여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로 향하는 800km의 길이다. 역사가 깊은 지역을 거쳐 지나가기 때문에 이 길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었고, 까미노 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이다. 그래서 시설 확충이 가장 잘 되어 있고 걷는 동안 많은 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다.

북쪽 길은 까미노 델 노르떼 (Camino del norte)라고 불리며, 스페인의 북쪽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이다. 최근에 순례자 수가 늘어나면서 시설도 확충이 되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쪽 길은 까미노 중 가장 멋진 경관을 가지고 있는데, 해안 절벽을 따라 걷기 때문에 대서양의 장관을 오른쪽에 두고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길이 거칠고 프랑스 길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

은의 길은 가장 긴 까미노 루트로 까미노 데 라 플라따(Camino de la Plata)로 중남미에서 Sevilla를 통해 들어온 은의 운송 경로였다고 한다. 포르투갈 길은 아직까지 시설이 다른 길에 비해 부족한데다 길 표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걸을 때 직접 찾으며 다녀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포르투갈의 숨겨진 경관을 맛보며 까미노 길을 걸을 수 있다.

순례자 여권(크리덴시알)과 순례증서(콤포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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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덴시알(Credencial)은 순례자 여권으로 까미노를 걷는 순례자에겐 반드시 필요한 서류이다. 까미노를 걷는 동안엔 크레덴시알이 있어야만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Albergue)에서 묵을 수 있고, 각 구간별로 받을 수 있는 스탬프를 통해서 자신이 까미노를 걸었다는 증거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티아고에 도착했을 때, 크리덴시알을 증거로 보여주어야 순례증서를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하는 내내 순례자 여권을 들고 다니면서 스탬프를 받는 것과 함께 잃어버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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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덴시알에 스탬프를 채워가는 느낌은 마치 우리가 어릴 적
즐겨 하던 게임에서 스테이지를 단계별로 깨는 듯한 뿌듯함을 준다.”

크리덴시알은 프랑스 길의 경우 일반적으로 까미노를 시작하는 마을인 생장피드포르(이하 생장)의 순례자 사무실에서 받게 된다. 하지만 반드시 생장에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순례자들이 까미노의 시작을 생장에서 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곳에서 크리덴시알을 발급받을 수 있다. 발급 장소는 다른 마을의 순례자 사무실이나 공립 알베르게 혹은 성당 등이 있으며, 자신의 일정과 맞춰서 사전에 알아보고 발급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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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증서(Compostela)는 까미노를 마쳤다는 증명서이다. 순례 증서를 받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순례자 여권을 산티아고의 순례자 사무실에 제시하면 된다. 하지만 산티아고까지 걸었다는 증거가 스탬프로 증명이 돼야 하는데, 산티아고 직전까지 도보의 경우 100KM, 자전거의 경우 200KM 이상 걸어야만 한다.

TIP 1. 까미노를 걷기만 해도 대학 학위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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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스페인 나바라 대학교 동문회는 프랑스 길에 있는 대학들과 함께 대학인 순례자 여권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여러 나라의 대학인들(대학생, 교수, 졸업생)에게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알리기 위해 시작했는데, 만약 자신이 대학인에 해당이 된다면 까미노를 하기 전에 되도록 이 대학인 크리덴시알을 신청하도록 하자.

신청은 인터넷으로 사전에 할 수 있으며 아니면 까미노 도중 팜플로나의 나바라 대학교에 방문하여 오프라인 수령이 가능하다. 대학인 크리덴시알 발급에 관해 자세한 사항은 http://www.campus-stellae.org/ 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대학인 크리덴시알은 순례자 크리덴시알과 마찬가지로 알베르게에서 똑같이 사용할 수 있으며, 까미노 길에 있는 대학에 들려서 스탬프를 받으면 된다. 까미노를 끝마치고 크리덴시알을 스캔하여 대한 대학인 순례자 협회에 보내면 대학인 순례 증명서(콤포스텔라 유니베르시따리아)를 받을 수 있다. 대학인 순례 증명서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산띠아고 대학인 순례자 협회(http://cafe.naver.com/caminor)를 참고하도록 하자.

[산띠아고 대학인 순례자 협회 : http://cafe.naver.com/caminor ]

[Campus Stellae : http://www.campus-stellae.org ]

TIP 2. 세상의 끝에 가면 또다른 순례증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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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까지가 순례의 끝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면 아직 남아 있는 길이 더 있다. 바로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피스테라(피니스테레)이다. 산티아고에서부터 약 100KM 떨어져 있는 이곳은 중세 시대 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는데, 이곳까지 걷게 된다면 피스테라 순례 완주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다음 편엔 까미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