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는 사계절 모두 걸을 수 있는 길이지만, 계절마다 그 매력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을 느리게 다가가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자기성찰의 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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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 like a road that you travel on
인생은 당신이 여행하는 길과 같습니다.

When there’s one day here and the next day gone
어떤날은 여기 있지만, 다음날은 또 떠나야 하고

Sometimes you bend sometimes you stand
어떤때는 구부러지지만, 또 어떤때는 서야 하고

Sometimes you turn your back to the wind
또 어떤때는 다시 당신이 걸어 온, 맞바람치는 그 길로 돌아서야 하죠.

– Rascal Flatts의 Life is a Highway 중에서

까미노의 시기

까미노는 계절마다 느낌이 다르고, 장단점이 있지만 언제든지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800km 루트를 걷는 데 있어 최소 한 달 이상의 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학생이나 직장인인 경우에는 장기간의 휴가나 방학에 맞추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까미노를 계획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까미노를 직접 걸어야 할 자신의 상황이다. 연중 까미노를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일정이 비어있는 시기가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까미노 시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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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미노는 서울과 부산을 왕복한 거리보다 더 많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일정이 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이 언제라도 계획하고 떠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까미노의 계절별 특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여름 까미노

1년 중에서 가장 많은 순례자들이 까미노를 걷는 시기는 여름인 6월~9월이다. 휴가철에 맞추어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 이 시기에 온다면 까미노의 대부분 구간을 다른 순례자들과 동행하게 된다. 길을 걷는 것과 더불어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세계 곳곳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그래서 까미노를 하는 내내 외로울 틈이 없고, 만약 순례길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다닐 경우 더욱 편한 까미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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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순례자들과 함께하는 까미노는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그러나 여름 까미노는 힘든 점들도 존재하는 데, 그중 가장 큰 요인은 날씨이다. 스페인 북부 지방의 여름 날씨는 햇빛이 따가울 정도로 후덥지근하다. 특히나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은 끝없는 초원이 펄 쳐져 있는데, 해마다 많은 열사병 환자가 이 구간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그 더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여름엔 1년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편의시설과 알베르게가 모든 순례자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스텔이나 식당 같은 곳 역시 평소보다 가격이 오른다. 그리고 어렵사리 알베르게에 머무르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안에선 또 다른 어려움이 존재한다. 알베르게가 항상 순례자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시설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대기 시간이 길고, 여러 사람들의 체취나 코골이 등으로 인해 알베르게 생활을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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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을 피해 까미노를 왔지만, 까미노 속에서 또 다른 경쟁을 하고 있는 아이러니함을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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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많은 곳엔 도난 사고도 잦은 만큼, 여름 까미노를 할 땐 알베르게에서
돈이나 귀중품을 항상 몸이 지니고 있는 것이 좋다.”

겨울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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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까미노가 ‘함께 하는 까미노’의 느낌이라면, 겨울 까미노는 ‘혼자만의 까미노’라는 느낌이 더 크다. 겨울 까미노는 다른 계절에 비해 순례자 수가 적기 때문에 대부분 혼자 걷는 구간이 많다. 그래서 까미노 자체에 집중하기가 좋고, 자기성찰을 위해 걸으러 왔다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여름과 달리 알베르게에 묵기 위해 서둘러야 할 필요도 없고, 알베르게에서도 편의 시설을 여유롭게 쓸 수 있다. 게다가 예전과 달리 겨울 까미노 순례자 수도 차츰 늘면서, 알베르게가 구간마다 하나씩은 운영하기 때문에 무리한 일정을 소화할 필요도 없어졌다.

하지만 겨울 까미노 역시 날씨로 인한 단점이 있다. 스페인 북부 지방의 겨울 날씨는 매우 변덕스러워서 예측하기가 힘들다(특히 가르시아 지방은 까미노를 하는 내내 날씨가 좋지 않다). 날씨가 좋다가도 어느 순간 비바람이 몰아칠 때도 있으며,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비를 항상 입고 있어야 하며, 날씨가 춥기 때문에 방한에 계속해서 신경을 써야 한다. 까미노 경로에 있는 피레네 산맥이나 칸타브리아 산맥의 경우 엄청난 눈이 쌓여 있기 때문에, 우회 경로로 걷거나 쌓인 눈을 헤치고 걸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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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맥을 넘을 땐 길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많은 눈이 쌓인 산길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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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까미노가 항상 눈길 위만 걷는 것은 아니므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날씨만 좋다면 사계절의 모든 모습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

여름과 겨울을 제외한 시기인 4~6월, 9~11월은 까미노를 하기엔 가장 좋은 계절이다. 날씨로 인해 힘든 것을 좀 덜고자 한다면 이 시기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순례자들의 숙박을 책임지는 알베르게(Alber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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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베르게는 까미노 길에 있어서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다.

알베르게는 산티아고를 가는 데 있어 하루 동안의 고행을 끝마친 순례자들이 쉬었다 가는 숙박시설이다. 게스트하우스처럼 혼자 쓰는 것이 아닌 모든 순례자들이 같이 쓰는 공간이므로, 항상 에티켓을 지켜주고 다른 순례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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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테 도 고조(Monte do Gozo)에 있는 알베르게는 프랑스 길에서 제일 큰 알베르게이다.
수용인원만 해도  약 800명 가까이 된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다.

알베르게는 계절이나 장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하룻밤 묵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부르고스나 레온과 같은 큰 도시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는 더 머무르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상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곤 꾸준히 까미노를 걷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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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베르게 중에선 순례자들을 위해  간단한 조식을 마련해주는 곳도 있다.

숙박 비용은 알베르게 종류(수도원, 공립, 사립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또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요금제와 기부제로 나뉜다. 기부제는 수도원이나 공립 알베르게에서 주로 쓰이는 방식이다. 입구에는 기부함이 있고,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일정 비용을 넣으면 알베르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부제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돈을 기부하고 알베르게를 사용하는 것이 관습이므로, 당장 수중에 돈이 없지 않은 이상 일정의 금액을 내도록 하자. 요금제로 운영하는 알베르게는 비용이 대게 5~15유로 사이인데, 산티아고와 가까울수록 대체적으로 비용이 높아지는 편이다.

알베르게의 시설은 천차만별이므로 사전에 정보를 얻는 것이 좋다. 자신에게 필요한 편의 시설(세탁, 음식 조리 가능 여부, 샤워실 등)이 있는지, 와이파이(유일하게 외부와의 연락을 가능하게 해준다)가 되는지, 보온(겨울 까미노의 경우 따듯한 알베르게에서 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등이 잘 되는지 알아보고 머무르는 것이 좋다.

알베르게 정보를 알아보는 방법은 까미노 하는 중에 다음 목적지에 있는 알베르게에 관한 정보를 직접 구하거나, 아니면 인터넷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알베르게를 관리하면서 순례자를 위해 봉사하는 오스피탈레로는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 그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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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에 대한 최신 정보와 자세한 사항은
‘까미노의 친구들 연합(http://cafe.naver.com/camino2santiago)’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 편엔 까미노의 출발지인 생장으로 가는 방법과 준비물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