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들면 저 밤하늘에 떠다니는 은하수에 닿을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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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닮았다

울퉁불퉁한 표면과 항아리 같은 몸뚱이 위에 봉긋하게 솟아오른 머리, 못생기긴 했다.

지금에서야 고급 과일이라며 대접을 받지만 한때, 대접받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허나, 1990년대 제주에 들어와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한라봉’이라는 정식 명칭을 얻게 되었다. 제주도의 대표, 높이 솟은 ‘한라산’을 닮았다 하여 얻게 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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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건너오다

‘한라봉’의 역사는 이제 불혹을 넘어 지천명을 바라보는 중년의 나이에 불과하다. 수백 년 수천 년의 나이를 갖고 있는 과실과 비교하면 명함을 내밀기도 민망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시작의 역사는 쉬이 찾을 수 있는데, 1972년 일본의 과수 시험장에서 ‘청견’과 ‘폰캉’이라 불리는 두 가지의 품종을 ‘교배’하여 1970년대 후반, 첫 수확에 성공한 ‘교잡종’이다.

하나, 첫 수확 당시 외형이 ‘삼보감’이라는 일본의 감귤과의 품종과 비슷하고 과피색이 연하며, 과형이 고르지 못해 기형과 가 나오기 쉽다 판단하여 정식으로 선발되지는 못했다. 그러다 1990년대 일본은 이 과실의 상표 등록명을 ‘데구본’ 품종명을 ‘부지화’로 공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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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하면 한라산, 한라산 하면 한라봉”

1990년대 접어들면서 일본에서 ‘데구본,부지화’라 불리는 이 과실이 제주에 넘어와 자리 잡고 소량으로 재배되기 시작하였다. 하나, 농가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출하를 하다 보니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혼돈될 수밖에 없어 1996년 제주의 한라산을 닮았다 하여 ‘한라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지금에 와서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 잘 지은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불과 몇십 년 만에 ‘한라봉’은 제주의 특산품이 되었으니까, 맛도 맛이지만 그 이름이 분명 한몫을 한 것이다.

한라봉은 따뜻한 기후조건만 맞는다면 특별히 온도관리를 안 해도 잘 자라는 녀석이다. 그럼 반대로 따뜻한 기후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온도가 낮게 되면 과실을 맺을 수는 있지만, 그 크기가 작게 열리고 기형과 가 나올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기온이 온화한 제주에 한라봉뿐만이 아닌 감귤과의 모든 과실이 자리 잡게 된 이유이다.

한 농부의 말에 의하면 한라봉은 산 함량이 높아 수확시기에 이 산 끼를 내리고 당도를 올리는 것이 농사의 성패를 가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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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봉을 맛보다

한라봉의 특유의 향, 아니 감귤과의 모든 과실은 그 만의 향을 가지고 있다. 조각난 속살을 감싸 앉은 과피에서 피어오르는 향, 껍질을 벗겨 낼 때 유심히 튀어 오르는 방울들이 그 향을 더욱더 퍼뜨린다. 하나 집어 올린 한라봉은 그 이름의 뜻을 뽐내려는 듯 머리에 달린 봉우리를 한껏 더 세우는 것 같았다. 단면을 보고 싶었다. 그 향이 피어오르는 시발점을 보고 싶었다.

가운데의 원을 지키려는 듯 조각조각 둘러 모인 과육들이 촘촘하다. 살을 살짝만 눌러도 과즙이 흘러나올 것 같다. 한 조각을 뜯어 내어 입에 넣었을 때, 귤과는 다르게 입안 가득히 씹히는 한라봉의 향과 적당한 산 과 과즙, 채 하나를 씹기도 전에 하나를 더 넣었다. 손과 입에 한라봉의 향이 가득했다.

그 위에 올라서 손을 하늘에 올리면 은하수에 닿을 것만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 ‘한라산‘ 그 한라산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한라봉’

은하수가 하늘에 떠다니는 것이 아닌 은하수에 하늘이 별이 우리가 떠다니기에 어쩌면 작은 생각으로 지어진 그 이름에 큰 무게를 느낀다.

오늘, 그 무거운 것을 손안에 담아 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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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한라봉이란

한라봉은 수확 직후에 먹는 것은 되려 즙이 적고 단맛보단 신맛이 강할 수 있으니 수확 후 적당한 숙성기간을 거치고 먹는 것이 좋다. 한라봉을 겉으로 보았을 때 옅은 노란색을 띠기보단 골고루 진한 노란색을 띠는 것이 당도가 높아 맛이 좋으며, 같은 크기에 한라봉을 들었을 때 상대적으로 묵직한 것이 과즙이 많고, 껍질이 울퉁불퉁한 것은 그 과실만의 특징이기는 하나 수분이 말라 주름이 진 것은 질기고 맛이 덜하기에 이를 구분하여 골라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