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다가 튄 비누거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좀 불쾌했어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죠.
글쎄 이 거품이 바로 소스라는 것예요. 소스라면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드는 마법의 재료잖아요?

소스는 걸쭉한 질감이 생명

세상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소스가 있어요. 고기에 얹는 걸쭉한소스부터 샐러드에 뿌리는 액체 소스, 전날 레스토랑에서 봤던 거품 모양의 소스, 젤리처럼 몽글몽글한 소스도 있어요. 아 소스들의 공통점은 기본재료인 액체(물 또는 기름)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다는 점이에요.

물 분자 사이사이에 고체 입자나 기름방울, 기포를 넣어 물 분자가 천천히, 짧은 거리밖에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는 원리지요. 그러려면 액체와 액체 사이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점도제가 필요하답니다~
소스를 걸쭉하게 해주는 역할은 하는 점도제는 색다른 질감을 더해주기도 해요!

과일을 잘게 부순 입자는 까끌까끌한 소스
기름방울은 크림처럼 감미로운 촉감
밀가루를 넣은 소스는 죽처럼 걸쭉해짐
공기방울을 넣은거품소스는 가볍고 금방 사그라질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소스에 점도제를 많이 넣으면 맛과 향이 옅어져요. 점도제 입자가 소스에 있는  맛 분자, 향 분자와 결합해버리거든요. 특히 밀가루는 나트륨과 결합새 소스를 싱겁게 만들지요. 그래서 맛과 향을 빨리 느껴야 하는 샐러드에는 묽은 소스를 뿌리고, 고기처럼 풍미를 서서히, 오랫동안 느끼는 요리에는 걸쭉한 소스를 주로 쓴답니다. [highlight text=” 점도제를 더 넣는 대신 소스를 오랫동안 끓여 걸쭉하게 만드면 어떨까요? “]점도제 입자가 소스 속 분자들과 이미 결합한 후이기 때문에 맛과 향이 오히려 풍부해져요.

물과 기름을 섞는 기적 ‘에멀전’

첫 번째로 만든 소스는 샐러드에 많이 사용하는 프렌치드레싱 ‘비네그레트’예요. 발사믹식초와 올리브유를 1:3의 비율로 섞어요. 간단하죠?

물과 성질이 비슷한 식초는 기름이랑 섞이지 않아요. 그래서 비네그레트는 두 개 층이 되지요. 숟가락으로 저어주면 식초방울이 잘게 부서져 기름 속 곳곳으로 퍼지면서 잠시 동안 섞인 듯이 보여요. 하지만 곧 다시 나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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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기름은 왜 섞이지 않을까요?

화학적인 성질이 다른 두 액체가 서로 간의 접촉 면적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정렬하기 때문이에요!  큰 덩어리와 큰 덩어리로 나뉘어 결국 층이 나뉘지요.

그런데! 과학의 힘을 빌리면 물과 기름이 섞인답니다. (물 안에 기름을 섞는 것도, 기름 안에 물을 섞는 것도 가능!)

핸드블렌더(손으로 쥐고 거품을 낼 수 있는 전동믹서)로 빠르게 저으면 마찰열이 생기면서 물과 기름이 섞이지요. 사실 이 현상은 식초 방울이 손으로 저었을 때보다 더 작게 쪼개져 기름 속에 퍼진 것이랍니다. 식초 방울의 크기는 지름이 0.0001~0.1mm밖에 되지 않아요. 이렇게 섞인 상태를 *에멀전(emulsion)이라고 해요. 에멀전은 두 액체의 성질을 모두 갖고 있어요.

* 에멀전 : 서로 섞이지 않는 두 액체 중 하나가 다른 하나 속에 작은 입자 상태로 분산된 상태

두 번째로 만든 소스는 마요네즈 인데요. 마요네즈는 물(식초) 안에 기름방울(식용유)이 분산되어 있는 에멀전이에요.

마요네즈는 어떻게 식초와 기름이 오랫동안 분리되지 않는 걸까요?
▶ 에멀전을 돕는 유화제로 달걀노른자를 넣기 때문!

달걀노른자와 식초를 넣고 섞은 후에 기름을 한 숟가락씩 천천히 넣어 저으면서 기름방울을 만들어요. 기름을 조금씩 넣는 이유는 기름이 표면에 한 덩어리로 모일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또 기름을 처음부터 많이 부으면 오히려 물이 방울로 쪼개져 기름 속에 퍼질 수 있답니다. 대충 에멀전이 형성되면 나머지 기름을 부어요. 이미 생긴 기름방울들이 나중에 들어오는 기름을 자기들 크기의 입자로 쪼개지요. 마요네즈에 들어가는 기름의 양은 대개 식초의 3배 정도예요. 마요네즈는 기름이 많을수록 걸쭉해지고 식초가 많을수록 묽어져요~

거품소스, 표면적의 예술

물과 기름을 섞어 소스를 만든다니 정말 놀랍죠? 물에 공기를 섞는 원리랍니다. 카푸치노에 얹은 우유거품이나 시원한 맥주를 덮은 흰 거품도 같은 원리라는 사실!

화이트소스는 밀가루를 이용해 걸쭉하게 만든 흰 소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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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이고 밀가루를 넣어 타지 않게 볶아준다.
→수분이 날아가면서 크고 작은 덩어리가 생기면서 익는다 (*호정화)

* 호정화 : 전분에 물을 가하지 않고 160~180℃로 가열할 때 변하는 현상. 식방을 토스터에 구울 때, 기름에 밀가루나 빵가루를 입힌 음식을 튀길 때, 쌀이나 옥수수를 튀켜 뻥튀기를 만들 때에도 호정화한다.

② 크고 작은 덩어리가 생기면 나무주걱으로 눌러주며 볶는다
→’루(roux)’라고 부른다. (밀가루를 버터로 볶은 것)

③ 냄비에 우유를 끓이고 루를 넣어 저으면 걸쭉한 화이트 소스가 탄생

이 소스를 거품으로 만들려면 핸드블렌더로 저어야 해요. (레시튼을 넣으면 거품이 더 잘생김) 보글보글 하얀 거품이 일어나 숟가락으로 떴을 때 움푹 팬다면 완성! 소스 안에 생긴 공기 방울은 지름이 약 0.1~1mm 정도로 작답니다.

최근 전 세계 요리사들은 거품소스에 주목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소스를 거품으로 만들면 표면적이 커지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늘어난 표면적 때문에 향 분자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속도가 빨라 향이 진하게 나죠. 입안에서 거품이 녹는 느낌이나, 금방 사라질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모습도 거품소스가 가진 매력이에요. 거품이 사그라지는 건 공기 방울 벽에 있는 액체가 흘러내리거나 증발하면서 거품이 터지기 때문이랍니다.

[divider style=”thin” title=”신원선 교수의 요리과학 TIP!” text_align=””]

물 안에 기름 vs 기름 안에 물

물과 기름이 섞여 있는 비네그레트와 마요네즈는 왜 생김새가 다를까요? 마요네즈와 비네그레트는 둘 다 물이 100일 때 지방을 300정도 넣는데 말이죠. 그 이유는 에멀전을 이루는 방식, 즉 물과 기름이 섞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랍니다.

마요네즈는 물에 기름이 분산된 에멀전이에요. 쉽게 말해서 식초 안에 무수히 많은 기름방울이 여기저기 퍼져 있는 상태이지요. 마요네즈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식초 속에 기름방울이 잔뜩 들어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이렇게 서로 섞일 수 없는 식초와 기름이 작은 입자로 쪼개져서 섞여 있는 것은 달걀노른자 속에 들어있는 레시틴(lesithin, 인지질의 일종) 덕분이지요. 비네그레트는 반대로 기름 안에 물방울이 퍼져 있는 형태예요. 이 비네그레트는 마요네즈와 달리 유화제가 없어 금세 물과 기름 층으로 나뉘어 버려요.

마요네즈는 크림처럼 걸쭉하고 진한 맛을 가지고 있어서 채소나 과일을 찍어먹기 좋고
바네그레트는 가벼운 느낌의 묽은 맛이라 샐러드에 뿌려서 먹기에 좋은 소스랍니다:D

[message_box title=”” text=”이 콘텐츠는 2013 과학동아, 이정아 기자의 <쿡!쿡! 맛있는 과학> 제3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