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점점 건조해지는 것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런 날씨에 가장 많이 들리는 소식은 아무래도 건조한 날씨로 인한 화재 사고죠. 화재 사고 자체가 상당히 큰 사고라고 할 수 있지만 이렇게 건조한 날씨에는 진압도 잘되지 않아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도로 위의 빨간 선

그런데 계속 늘어나는 자동차와 비매너 운전자로 인해 각 도로를 점검한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각 지자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요. 화재 사고와 불법 주정차는 언뜻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관계가 있습니다.

도로 위의 빨간 선

그리고 빠른 진압을 위해 건물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소방차를 주차해야 하는데, 이 불법 주정차들로 인해 출동 시간이 늦어지고 그만큼 화마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이 지체되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오랫동안 많이 있어왔습니다.

물론 불법 주정차로 긴급 차량의 진로를 방해할 때 과태료가 부과되는 법령이 있습니다. 작년에 개정되기 전의 긴급 차량 진로 방해에 대한 과태료는 20만 원. 화재 속에서 1분, 1초가 아까운 이들의 시간을 지체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로 위의 빨간 선

그래서 이후 과태료가 개정됐고 200만 원으로 10배가 높아졌습니다. 이 금액 역시 화마와 싸우는 분들을 생각하면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관련 법이 강화되었다는데 의의는 둘 수 있을 겁니다.

도로 위의 빨간 선

하지만 이런 과태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장 불이 나겠어? 잠깐인데 뭘’이라는 인식 때문에 불법 주정차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죠. 그뿐만 아니라 소방차의 진로 방해가 아닌 소방 용수시설 5m 이내 주정차 시에 부과되는 과태료도 고작 승용차 기준 4만 원으로 상당히 적은 금액입니다.

도로 위의 빨간 선

출처 대전광역시청

그래서 불법 주정차에 대한 인식과 명확한 표지를 위해 등장한 것이 ‘빨간’ 실선입니다. 도로 위에는 흔히 노란색과 흰색의 실선과 점선만 존재해왔는데, 소방 용수시설 반경 5m 이내의 선을 빨간색으로 변경한 것이죠.

해당 빨간 선은 주정차가 일체 금지되어 있으며, 단순 주정차 시 과태료 역시 승용차 기준으로 기존 4만 원에서 8만 원으로 상향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빨간 선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빨간 선에 주차했다가 불이 나면 소방차가 밀어버려도 면책권이 주어지는 구간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가 함께 퍼지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이와 같은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았습니다. 해외 여러 나라 역시 소방차의 진로 방해 시 차량 파손에 대해 차주에게 아무린 피해 보상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죠.

도로 위의 빨간 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임의로 차량을 옮기거나 파손하는 경우 소방관에 소송을 걸어 구조활동보다 소송이 더 힘들다고 하는 분들도 있을 정도인데요. 그래서 빨간 선의 등장이 소방관들의 이런 고충을 없애줄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도로 위의 빨간 선

출처대전광역시청

그러나 소방청 관계자에 의하면 이와 같은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행 소방기본법은 ‘소방차를 가로막은 주차 차량을 소방관들이 옮길 수 있도록 하고 불법 주차 차량이 소방차 통행과 소방 활동에 방해가 됐다면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처리와 책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의 불길뿐만 아니라 소송에도 휘말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관련 법 강화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아 있지만 이 빨간색 실선이 이제 소방 시설 앞에 불법 주정차를 하는 자동차에게 제대로 레드카드를 주는 장치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