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째서 일주일도 전에 끝난 추석을 아직도 고뇌하는가. 그것은 내 방에 여전히 누워있는 나의 삼촌 덕분이요. 외국에서 살다가 오랜만에 한국에 온 그에게 시차는 물론 날짜 관념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니라. 나가라. 떠나가거라.

울분이 터지는 것은 그와 내가 동갑이라는 사실이다. 어렸을 때 받지 못한 삼촌 취급을 이자쳐서 받겠다는 심보인지 그는 내방 침대에 누워 ‘배가 고프다’며 투정을 부린다.

항렬이 낮은 나는 재빨리 부엌에 들어갔다 와서 “이것은 사과고 이것은 칼이다. 네가 깎일래 아니면 사과를 깎을래?”라고 공손히 대답할 뿐이었다.

갑자기 토라진 삼촌. 나는 그가 불쌍해 마시고 싶은 것은 없냐고 묻는다. 그는 말한다. “식혜!! 명절이니까 식혜를 마셔야지!”… 어휴 확 이걸 그냥.


원한다면 만들어주마
비락식혜 스틱으로

나의 동갑 삼촌 자식… 아니 그분은 오랜만에 고향에서 직접 담근 달콤한 식혜를 기대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달콤한 상상에 불과하다. 한잔의 식혜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노고가 들어있는지를 알면 그렇게 넙죽넙죽 받아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식혜에 대한 해답이 있다. 바로 팔도에서 새로 나온 비락식혜 스틱이다. 식혜를 담글 필요가 없고, 식혜 캔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커피믹스 스틱 같은 포장에 들어있는 가볍고 간편한 식혜 스틱. 이것이야말로 맹물을 종갓집 식혜로 바꿀 수 있는 진정한 매직스틱인 것이다.


뜯고, 붓고, 저으면
넌 이미 식혜가 되어있다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커피믹스를 만들어 보았을 것이고, 커피믹스를 만들어 보았다면 비락식혜 스틱 역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곧 누구나 손쉽게 식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뚜껑을 뜯고, (따뜻하거나, 차가운) 물에 붓고, 내용물을 저어주면 끝이니까. 한번 만드는데 최소 반나절은 걸린다던 전통 식혜. 이제 21세기는 바야흐로 식혜 3초 컷의 시대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비락식혜 스틱으로 만든 식혜는 향도, 맛도 완연한 비락식혜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밥알이 없다는 사실뿐이다.

음료에 뜬 밥알을 어색해하는 외국인이나, 식혜를 다 마시고 남은 밥알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한국인을 위한 민주주의적 결단이라 믿는다. 이것을 태클건다면 삼촌이 덮고 있는 이불이 멍석말이가 될 것이다.


와 맛있다
근데 시원한건 없어?

얌전히 식혜를 마시는 삼촌의 입에서 “식혜가 좀 많이 뜨거운데”라는 소음이 새어나왔다. 그런건 생각 못했는데. 이 잔소리마저 참신한 녀석. 나는 그의 식혜를 빼앗아.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말했다. 감히 조선 최고의 음료덕후가 준 식혜를 마다해?

나의 동갑내기 삼촌(동갑이라 그런거다. 나한테만 삼촌행세)은 마시즘의 식혜 스펙트럼을 간과했다. 나는 가까이 던킨도너츠에 가서 ‘비락식혜 슬러시’ 한 사발을 주문했다. 받아라! 장독대 안에 살얼음이 동동 띄워진 식혜를 연모하였다면, 이제는 비락식혜 슬러시다. 궁금한 마음에 내가 먼저 마셔봤는데. 제법 잘 어울린다.


친척이란 무엇인가 식혜란 무엇인가
그리고 전통이란 무엇인가

명절 스트레스 게이지가 쌓여갈수록 김영민 교수의 명절치료법을 읊어본다. 삼촌은 무엇인가, 동갑은 무엇인가, 명절은 무엇인가, 식혜란 무엇인가… 지난 2주일 동안 나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한 본질을 의심하였으니. 나의 사유와 성찰의 경지를 볼 때 동양의 데카르트라고 불러도 좋았을 법 했다.

하지만 분노는 식혜밥알처럼 잠깐 떳다가 가라 앉는 법이다. 삼촌과 나. 동갑내기인 우리는 좁은 방에서 식혜를 나눠 마시며 생각한다. 식혜도 친척관계도 격식을 따지고 공을 들여 만들면 고통. 가까이에 쉽게 만나고 즐겨야만이 전통이 아닐까?

나는 다시 외국에 떠날 삼촌에게 비락식혜스틱 품에 든든히 챙겨주었다. 멀리 나가면 식혜가 참 그립지? 칭얼거리지 말고 네가 알아서 챙겨먹어.

  • 덧 : 물론 삼촌과는 다시 친하게 지내며 헤어졌습니다. 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