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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근교 여행은 톨레도와 세고비아가 대표적인데요. 보통은 당일치기 여행으로 둘 중에 한 도시만 다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꼭 보고 싶었던 것이 각각에 있었기 때문에 두 도시를 모두 가기로 결정을 했었지요. 세고비아를 간 이유는 전편에서 보셨고, 톨레도 당일치기 여행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는지 톨레도 여행기로 소개해 드릴게요.


중세와의 대화, 톨레도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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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는 톨레도로 떠나온 이유는 마드리드 이전에 옛 스페인의 수도였고, 천지창조와 최후의 만찬에 이은 세계 3대 성화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유대 문화와 가톨릭 문화 그리고 이슬람의 문화가 모두 공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설 돈키호테의 무대가 된 곳이 바로 이곳, 톨레도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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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방문했던 도시가 많았던 탓에 거의 마지막 여정이었던 톨레도 여행 준비를 많이 하지 못해 결국, 톨레도 당일치기 여행으로 현지 여행사의 1일 투어를 받기로 했다. 톨레도 내의 여행 동선이 세고비아처럼 쉽지는 않아서 투어로 이동의 편리함을 높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톨레도 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미로처럼 얽혀있는 골목들을 다니면서 중세 도시를 그대로 간직한 톨레도를 현지인처럼 느껴보는 것이다. 그리고 골목마다 전통 공예품을 파는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구경하고 맛난 음식을 먹고 전망대에서 톨레도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하는 것이었다는 후회가 남는다.

알칸타라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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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버스를 타며 지나친 알칸타라 다리는 톨레도를 감싸고 있는 타호강에 놓인 다리들 중 가장 오래되었다고 한다. 알칸타라는 말은 아랍어로 교량이라는 뜻이며 로마 시대부터 기원했다고 한다. 이 다리가 중요한 것은 바로 톨레도의 구시가로 들어서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 촬영한 탓에 흔들린 컷이지만 작은 것 하나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너무 아름다운 도시임을 저 다리를 보고도 느낄 수 있었다.

톨레도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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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도시의 분위기를 물씬 느끼는 톨레도의 골목을 걷고 또 걷다 보면, 장엄한 모습으로 우뚝 솟은 톨레도 대성당을 만난다. 원래는 이슬람 사원이 있던 자리에 가톨릭이 이슬람 세력을 물리친 것을 기념해서 만든 성당이라고 한다.

약 270년에 걸쳐 1493년에 완공된 이 성당은 그 규모가 엄청나서 성당을 모두 둘러보는데 1시간은 족히 넘는 것 같다. 이 성당이 의미가 있는 것은 성당 안에 세계 최대 성가대석이 있으며, 고야와 엘 그레코의 작품들과 유명 작가들의 프레스코화, 스페인의 화려한 국보급 보물들이 장식되어 있어 톨레도의 상징이자 스페인의 수석 성당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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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톨레도 대성당이 가장 유명한 이유는  여기에만 있는 2가지 보물 때문이다. 첫째는 위 사진에서 보는 바로크 양식의 화려한 제단과 천장의 채광창 ‘트란스파렌테’라는 이름의 나르시소 토메의 작품이다. 대리석과 설화 석고로 제작한 제단 장식은 마치 조각된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무엇보다, 제단 바로 위편의 천정을 깎아 구멍을 내어 태양 광선을 받은 제단의 조각상이 더욱 영적으로 보이게 하고, 천정의 인물상들 또한 하늘에 떠있는 듯한 영적 모습을 보이는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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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 보관실로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톨레도 대성당의 두 번째 보물을 만날 수 있다. 바로, 거장 엘 그레코의 그림 ‘엘 에스폴리오- 그리스도의 옷을 벗김’이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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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리기 직전을 묘사해 낸 작품으로 색채 대비를 뚜렷하게 그리는 것이 특징인 엘 그레코는 그리스도의 옷을 붉은색으로 표현함으로써 주변 인물들과의 뚜렷한 대비를 나타냈다. 이 작품은 그리스도의 온화한 표정과는 반대로 예수의 옷을 벗기려는 군중들의 격분한 표정들을 비교해서 보는 것이 작품 감상의 포인트다. 그 외에도 이곳에서는 유명한 화가들의 성화뿐 아니라 나폴리 출신 화가 ‘루카 조르다노’의 천정 프레스코화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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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제대 벽면에는 예수의 탄생과 고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황금빛 조각으로 새겨져 있다. 창문의 성서 내용을 묘사한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함도 더해져 톨레도 대성당 내부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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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현시대 / 대형 파이프 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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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성서)

위 첫 번째 사진은 톨레도 대성당의 가장 귀한 보물인 ‘성체현시대’이다. 예수의 성체를 넣어 헌시하는 용기로 이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져온 것으로 18kg의 금과 183kg의 은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3m의 높이에 5000개가 넘는 조각품으로 이뤄져 있다. 이외에도 황금 성서, 왕관, 대형 파이프 오르간 등 세계문화유산인 톨레도 대성당에는 이처럼 진귀하면서도 귀중한 보물을 많이 볼 수 있다.

산토 토메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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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톨레도 방문의 목적을 이루는 곳, 산토 토메 성당이다. 이곳에 바로 세계 3대 성화인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이라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작은 성당이다. 엘 그레코는 그리스 출신의 스페인 화가로 톨레도에서는 종교화의 초상화로 전성기를 맞았다. 자기만의 독특한 양식으로 개성을 보인 탓에 당시 미친 사람으로 여겨졌으나 20세기를 넘어서며 그 재능을 뒤늦게 재평가 받았다.

산토 토메 성당 입구의 오른쪽, 오르가스 백작의 실제 무덤 위에 그려져 있는 그림은 그림의 공간과 현실 공간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그림의 내용은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에 나타난 두 성인이 백작의 영혼을 그리스도와 성모마리아가 있는 천상으로 안내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작품 보존을 위해 사진 촬영을 철저하게 금하고 있어 눈으로만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성당이 내게 의미가 큰 것은 이것으로 천지창조, 최후의 만찬에 이어 세계 3대 성화를 다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이 세 작품 모두 촬영이 되지 않아 기록으로 남길 수는 없었지만 먼 길 떠나 이곳으로 직접 와서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감격스럽다.

유대인지구와 구시가지 골목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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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 여행의 묘미는 유대인 지구와 구시가지 골목 탐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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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공존하는 톨레도의 골목을 걷다 보면, 돈키호테의 도시답게 여러 상점 앞에 중세 갑옷을 입은 기사 모형을 많이 볼 수 있다. 톨레도는 무기 제조나 금속, 도자기 공예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수백만 원이 넘는 세계적인 도자기 회사 LLadro의 작품들을 상점에서 볼 수 있으며, 여러 종류의 칼을 구경할 수 있다. 칼 제품이 워낙 유명하고 해서 정말 구입해 오고 싶었으나 짐이 많은 탓에 포기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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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의 명물이자 이곳의 전통과자인 마사판을 만날 수 있다. 아몬드 가루에 달걀노른자와 꿀을 넣어 구워낸 빵의 일종으로 커피나 홍차와 먹으니 그 맛이 깊게 느껴졌다. 마사판은 지친 여행의 피로를 달콤한 맛으로 달래줬다.

톨레도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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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지구와 구시가지 골목 탐험은 계속 이어지고 투어버스를 타고 톨레도의 파노라마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에 도착해서 톨레도 전경을 바라보는 순간 정말 입을 다물 수가 없이 계속 감탄사를 연발했던 기억이 난다. 톨레도의 모든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우뚝 솟은 알카사르와 대성당이 보이고, 톨레도를 감싸고 있는 타호강이 톨레도가 과거 대단한 요새 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지금도 나의 노트북 바탕화면에 이 톨레도의 전경을 담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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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 당일치기 여행이 아니라 나 혼자 여행하는 충분한 일정이 허락됐다면 알카사르와 산타크루스 미술관, 엘 그레코의 집 등을 모두 살펴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톨레도를 떠나 다시 마드리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