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유로 버려지는 유기견들. 그 이유가 얼마나 중대하길래 그들은 외면받았을까요?

유기견 입양 캠페인

<글 싣는 순서>

① 버려지는 강아지

② 이래서 버렸다

③ 입양, 준비는 됐나요

④ 이런 정책을 바란다


지난달 21일 인천에서 생후 7개월 된 푸들이 너무 짖는다는 이유로 버려졌다. 과거 새를 쫓는 사냥견이었던 푸들은 원래 잘 짖는다. 지난 6월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시베리안허스키가 몸집이 크다고 유기됐다. 시베리안허스키는 원래 대형견이다. 태어난 지 한 달밖에 안 된 스피츠는 대소변을 못 가린다고, 단모종이어서 털갈이가 잦은 퍼그는 털이 날린다고 버려졌다. 취재팀은 견주들이 반려견을 왜 버렸는지 동물보호단체와 유기견 보호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파악했다. 짖어서, 너무 커서, 대소변을 못 가려서, 털이 날려서 등 지극히 ‘개다운’ 행동 때문에 버려진 반려견이 수두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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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가 아파요…그냥 버릴래요”

지난 5월 대구의 한 동물보호소 앞에 요크셔테리어가 버려졌다. 강아지는 파르라니 바짝 털이 깎인 채 철창 안에서 나지막하게 신음하고 있었다. 철창에 붙어 있는 쪽지에는 개가 차에 치여 키울 수 없게 됐다고 적혀 있었다. 수의사가 살펴보니 뒷다리가 부러진 채였다. 이 지역 민간 동물보호단체 ‘호루라기 쉼터’는 이 요크셔테리어를 치료한 뒤 제주도의 한 가정에 입양 보냈다.

지난해 10월에는 시골 외진 마을회관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지던 푸들이 주민에게 발견됐다. 푸들은 유기와 입양, 재분양을 반복하다 세 번째 주인을 만난 지 하루 만에 다시 버려진 터였다. 입양 첫날 몸에 맞지 않는 사료를 먹고 하얀 거품을 토하자 주인 부부가 내다버린 것이다. 동물보호소로 옮겼지만 심각한 탈수 증세에 시달리다 결국 숨졌다.

생명이 깃든 동물은 당연히 다치거나 아플 수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많은 견주들이 치료 대신 버리는 것으로 해결했다. 2013년 한국소비자원이 ‘반려동물 기르면서 겪는 불편사항’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738명 중 233명(31.6%)이 ‘진료비 등 경제적 부담’을 최대 불편사항으로 꼽았다.

질병이나 외상 때문에 유기된 동물은 대부분 적극적으로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돼 죽는다. 이렇게 견주의 무책임으로 죽은 개들은 통계에 ‘자연사’로 잡힌다. 반려동물 교육전문가 이기우씨는 “귀여워서 데려왔는데 막상 키워보니 자기가 생각하던 것과 다르니까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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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선물 했는데, 강아지 싫대요”

무작정 반려동물을 데려왔다가 가족 반대로 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성남에 사는 남성은 아내를 위한 ‘깜짝 선물’로 프렌치불도그를 준비했다. 그런데 아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해서 버렸다. 개를 쇼핑하듯 사서 반품하듯 내놓은 것이다. 같은 달 26일 광주에선 한 여성이 가족과 상의하지 않고 시바견을 데려왔다가 남편에게 개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집에 넘겨준 사례도 있었다.

가족 동의 없이 데려온 반려동물은 가정의 분란거리로 전락하기도 한다. 경기도 고양에 사는 남성은 2015년 시추 한 마리를 데려왔다. 그러나 가족들은 이 시추를 탐탁잖게 여겼다. 남성이 출근하면 시추는 방치됐고 아내와 아들이 배변패드조차 갈아주지 않아 대변이 쌓였다. 아토피에 걸린 시추가 몸을 물어뜯자 하루 종일 주둥이에 고깔을 씌워 코가 마르기도 했다. 가족들은 2년 동안 이 문제로 갈등을 빚다 지난 1월 더 이상 키우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인의 출산과 육아부담 때문에 강아지가 버려지기도 한다. 지난달 대구에서 민간 동물보호단체가 안락사 위기에 처한 시추를 구해 주인을 찾아줬다. 하지만 시추는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 주인이 임신했다며 시추를 받아주지 않은 것이다. 같은 달 23일 6살 된 페키니즈도 주인이 임신했다는 이유로 새 주인을 찾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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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소음·고독사·취업난 때문에…”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에서 이웃과의 갈등으로 버려지는 반려견도 많다. 온라인 무료분양 커뮤니티에는 도시에 사는 대학생과 직장인이 개나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 집으로 이사하게 됐다며 반려동물을 분양하겠다는 글이 거의 매일 올라온다. 서울시공동주택표준관리규약 제39조는 ‘아파트나 빌라의 경우 같은 층 입주자 과반 동의가 있다면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1명만 반대해도 쉽지 않다.

혼자 사는 노인이 고독사하거나 아파서 반려동물이 주인을 떠나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대구에서 한 할머니가 고독사해 홀로 남겨진 푸들이 안락사됐다. 같은 해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밭에 묶여 있던 개가 굶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지난 19일 경기도 고양에선 혼자 사는 할머니가 지병으로 입원해 생후 2개월 된 포메라니안이 다른 가정으로 분양됐다.

청년실업 때문에 반려동물이 버려지기도 한다. 지난달 27일 서울에 사는 20대 여성이 생후 2개월 된 포메라니안을 다른 집으로 보냈다. 그는 인턴으로 직장생활을 했지만 정규직 전환에 실패해 회사에서 잘렸다. 수입이 없으니 자취방 계약을 연장하지 못했다. 자신도 살 집이 없는데 반려견을 키울 순 없었다. 지방에 있는 부모님에게 강아지를 맡겨 보려 했지만 거절당하자 결국 버렸다.

글=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최경원 김민겸 인턴기자,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