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를 구매할 때 다양한 수치들을 확인하고 비교합니다.그중 ‘공인 연비(표준 연비)’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눈여겨보는 수치죠.하지만, 이 ‘공인 연비’는 몇 가지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요소가 있습니다.
특히나 최근에 신연비가 시행되면서 혼선이 더욱 커졌었습니다.차량 구매를 위해 연비를 비교할 때 참고할 만한 내용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국립국악원

1. 우리나라 ‘공인 연비’는 최근 5년 간 총 2번의 조정이 있었다.

최근 쉐보레는 올란도와 아베오 18년형을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통상적인 연식변경 모델과 달리 가격, 색상, 트림/옵션 조정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로지 변경된 것은 표시 연비뿐이었습니다. 공인 연비가 하락했는데 이는 제품 자체에 어떤 조정이 있어서 변경된 것이 아니라 연비 측정 기준이 바뀌어 새롭게 인증받은 것으로 말 그대로 ‘표시 연비’가 바뀐 것입니다.

이렇게 표시 연비가 변경된 것은 최근 정부에서 에너지 소비효율(연비) 측정 방식을 새롭게 개정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같은 차량이라도 공인 연비가 변경된 것입니다. 이 새로운 방식의 연비는 ‘자동차의 에너지 소비효율,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연료소비율 시험방법 등에 관한 산업부, 환경부, 국토부의 공동고시(공동고시)’라는 이름으로 2014년 11월 제정·공포되었습니다.

새로운 제도는 기존 대비 연비 측정 방식을 조금 더 보수적으로 정한 것이 특징으로 신연비가 적용되면 통상적으로 같은 차량이더라도 표시 연비가 하락하게 됩니다. 때문에 모든 제도가 그렇듯 이 제도도 유예 기간이 있었습니다.

2014년 11월 이후 출시된 신차(풀체인지, FMC)는 2015년 11월까지 신 연비를 신고해야 했고, 기존에 출시된 차량들은 2017년 5월까지 신연비를 신고해야 했습니다. 때문에 2015년에 나온 신차들은 통상 신연비와 구연비를 같이 표기해왔고, 그전에 출시된 차량들은 구연비만 표시했었습니다.

이러한 연비 측정 방식 변경은 앞선 2012년 4월에도 있었습니다. 이때의 변경이 바로 ‘복합 연비’를 도입한 개선으로 연비 계산에 고속도로 주행, 급가속, 에어컨 등 실제 주행 요소를 반영했습니다. 이때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뻥 연비’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정부가 다시 한번 기준을 강화해 체감 연비와의 괴리를 더욱 줄인 것이 이번의 변경인 것입니다.

즉 2012년 4월 이전에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가 당시 참고한 연비가 구연비라면 이 번에 차량을 구매한다면 신연비를 참조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소비자는 수치만 비교해보고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차량의 연비가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2번의 조정을 거칠 때마다 같은 차량이더라도 표시 연비가 10~20%씩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수치가 5년 전과 비슷하다면 연비 측면에서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신차와 중고차의 연비를 비교할 때는 이러한 변경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해서 비교하는 것이 더 정확한 비교를 하는 길입니다.

2. 공인 연비는 실험실에서 얻는 하나의 기준 수치로 체감 연비와는 다를 수 있다.

우리는 공인 연비를 “우리가 운전했을 때 얻게 될 평균 연비 수치“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 자체가 그런 뉘앙스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공인 연비를 측정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이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공인 연비는 실제 차량을 주행하고 시험치를 평균 내는 방식을 쓰는 직접적인 측정을 통해 얻어지는 수치가 아닙니다. 공인 연비 측정에는 카본 밸러스 법(Carbon-Balance)이라는 방식이 사용됩니다.

이 방식은 동일한 외부 환경을 설정한 환경 하에서 다이나모에 차량을 올려두고 차량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의 성분을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장점은 외부 환경을 통제해 차량 간 동등한 조건에서 비교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이때 다이나모에서 어떤 주행 모드로 측정을 할 것인지에 따라, 어떤 성분을 분석할 것이며, 농도에 어떻게 가중치를 줄 것인지에 계산식을 만드느냐에 따라 연비 측정 결과는 달라지게 됩니다.

즉 2012년의 변화는 주행 모드를 고속 모드와 도심 모드로 나누어서 측정하는 변화를 도입한 것이고, 2017년의 변화는 배기가스 분석 모델링에 변화를 준 것입니다. (2017년의 변화에는 시험 차량의 예비 주행 거리도 5,500~7,500km로 더 정확하게 규정한 것도 포함됩니다. 기존 3,000km 이상)

하지만, 정부에서 새로운 기준을 도입할 때마다 더욱 보수적으로, 소비자의 체감 연비에 가깝도록 모델링을 정교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실험실에서 얻어지는 수치인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개개인의 소비자가 체감하는 연비는 운전 습관 등 개인적인 변수뿐만 아니라, 주행 여건/거리, 환경, 정비 상태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나 정체가 심한 도심에서 운전하는 비중이 높다면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연비는 공인 연비보다 떨어지기 십상입니다. 때문에 공인 연비는 어디까지나 차량 간 비교를 위한 가이드 수치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또한 복합 연비만 확인하기보다는 본인의 자동차 생활에서 도심이나 고속도로 중 어떤 환경이 더 비중이 높은 지를 감안하여 도심/고속도로 연비도 같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3. 그래도 우리나라의 연비 측정은 꽤 보수적인 편으로 신연비는 체감 연비에 가까워졌다.

최근 5년간 2번의 변경이 소비자들과 제조사들에게 혼선을 안겨준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공인 연비와 체감 연비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같은 차량이더라도 유럽과 한국에서 공인 연비 수치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의 측정 방식은 고속 주행의 비중이 한국에 비해 높으며(한국 45% vs 유럽 63.2%), 1997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된 오래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1997년에는 지금보다 차량이 훨씬 가볍고, 엔진 성능도 떨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속도, 변속 시점, 가속 등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제조사가 꼼수를 부릴 수 있는 폭도 큰 편입니다. 이 때문에 유럽의 공인 연비는 체감 연비라기보다는 이상적 상황에서 달성이 가능한 수치 정도의 의미로 여겨집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뻥 연비”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측정 방식을 계속해서 정교하게 다듬고 있고 그 결과로 공인 연비가 소비자 체감 연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공인 연비를 너무 불신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본인이 신연비 기준 공인 연비에 비해 지나치게 연비가 안 나온다면 차량의 정비 상태나 운전 습관을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4. 공인 연비는 휠 사이즈에 따라 달라진다.

휠 사이즈는 연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휠 사이즈가 커지게 되면 구조상 연비는 하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연비를 인증받을 때 휠 사이즈별로 별도로 인증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제조사들은 보통 가장 작은 휠 사이즈가 장착된 테스트 차량으로 공인 연비를 인증받고 이를 대표 연비로 표기했습니다.

통상 휠 사이즈가 1인치씩 커질 때마다 약 5% 정도 가량 하락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풀 옵션 차량을 구매한 사람의 경우 당연히 체감 연비가 공인 연비보다 안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휠 사이즈별로 별도 인증을 받는 추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구매할 트림과 옵션을 선택 후 해당 엔진과 휠 사이즈에 맞는 연비가 얼마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5. 공인 연비는 하이브리드가 디젤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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