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은 산간 지역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일상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구조물입니다. 이렇게 자주 만나게 되는 터널이다 보니 터널 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죠. 바로 터널 안을 가득 매우는 주황색 불빛입니다.

최근 노란색이던 가로등 전구는 흰색 LED로 바뀌고 있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전국 가로등 약 300만 개의 전구를 모두 LED로 바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그런데 해당 교체 내역에 터널 전구는 없습니다. 왜 터널은 계속해서 주황색 불빛을 고수하는 것일까요.

우선 터널에 쓰이는 전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전구와 다른, 나트륨램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트륨램프는 일반 전구와 달리 수명이 긴 것이 특징인데요. 일반 백열등 대비 20배 이상 수명이 길고 차량 헤드라이트에 주로 쓰이는 할로겐램프보다는 평균 수명이 약 9,000 시간 정도 길죠.

만약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전구를 사용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수많은 전구를 교체하는 데에만 엄청난 비용이 들 수밖에 없겠죠. 뿐만 아니라 이들 램프보다 전력 소모 또한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안개 가득한 날 헤드라이트를 밝게 켜도 볼 수 있는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것을 느끼신 적 있을 겁니다. 이런 안개와 마찬가지로 자연적으로 배기가스가 모여 있을 수밖에 없는 터널 안 역시 하얀색 불빛을 이용하면 밝게 비출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이때 가장 잘 보이는 불빛은 파장이 긴 빨간색 불빛입니다. 하지만 빨간 불빛은 눈이 쉽게 피로해질 수 있기 때문에 다음으로 파장이 긴 주황색 불빛을 사용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붉은 계열의 불빛은 사람을 조금 더 긴장하게 만들어 주는데요. 심리학 박사 길버트 브릭 하우스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붉은 계열의 빛에서 사람은 더 빨리 주위를 인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칫 위험해질 수 있는 터널 안에서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렇게 터널 속에 주황 불빛은 여러 가지 과학적 근거로 우리에게 사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가 LED 램프를 사용하도록 하는 터널이 있는데요. 바로 3km 이상의 장거리 터널이죠.

그 이유 역시 과학적인 근거가 뒷받침되어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3km 이하의 터널의 경우 주황 불빛의 장점인 운전자의 긴장감 고조 등이 효과를 발휘하지만 그 이상일 때는 오히려 졸음운전을 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죠.

그래서 색깔 변경이 자유로운 LED 전구로 무지갯빛이나 구간별로 색상을 달리해 운전자의 시선을 끄는 불빛으로 변경하는 것입니다. 또한 나트륨램프만큼이나 평균 수명도 길고 유지 및 보수 비용 역시 저렴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앞서 이야기 드렸듯 우리나라에는 터널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터널 내 사고가 더 빈번할 수밖에 없는데요. 주황색 불빛이 우리의 안전을 위해 힘써주고 있지만 운전자 본인의 안전한 운전 습관을 가지는 것만큼 효과적이지는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