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 한 디지털 기기를 말 하라면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 하는 VR. SNS상 유통되는 콘텐츠에서도 예외는 아닌데요. 오늘은 VR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쓰기 편하고 볼거리가 많아야 하잖아요

상반된 입장
“저희는 VR의 대중화를 위해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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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만난 한 기업체 인사의 설명이다. 난 그들이 마련해 놓은 체험장에서 고화질의 영상을 제공해주는 VR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콘텐츠 제작사 대표와 오찬을 하며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었다.

“저기 좀 보세요. 여기에도 VR체험장이 있긴 한데, 저게 전부죠. 콘텐츠를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서 저걸 만들어야 하나 싶어요. VR콘텐츠라고 지금 나오는 수준을 보면 기발한 것은 없어요. 그냥 관광, 전시, 게임 등에 국한되죠. 잘 생각해보면 매력적이지 않아요.”
소비자, ‘흠…글쎄?’
“요즘 VR우동이라는 게 있다고 해서 VR기기를 사서 봤는데 기대 이하였어요”

VR우동은 네티즌들이 기존 성인물을 VR용으로 만들어서 올려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본 주변 지인 몇몇은 이에 대한 호기심에 VR을 직접 구입했지만,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호기심의 대가로 애물단지만 하나 더 늘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일까. 일각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VR의 대중화는 성인물이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VR대중화 정말 가까워진걸까?
요즘 VR기사에는 빠지지 않는 수치가 있다. 바로 VR시장전망치다. 다양한 시장조사 및 컨설팅 업체들은 VR시장이 오는 2020년에는 수천억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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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반추해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이전 3D TV와 태블릿의 태동시기다.

내 경우 지난 2010년 국제가전쇼(CES)를 참관했다. 당시 3D TV가 화두였고 당시에도 시장조사기관은 온갖 장밋빛 시장전망치를 내놨다. 마치 2~3년 후에는 3D가 전 세계를 지배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 가정마다 3D 기능이 탑재된 TV가 있는 곳이 많긴 하다. 하지만 3D 기능은 외면당하고 있다. 3D를 보려면 안경을 쓰고 봐야하고, 그렇다고 해도 생생하지 않다. 다시 말해, 그냥 2D로 봐도 되는데 굳이 3D로 볼 필요가 없어서다.

성인물 콘텐츠가 VR의 기폭제가 되리라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2010년 CES에서도 다들 3D TV의 기폭제는 성인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인지 당시 라스베이거스 CES 전시관 바로 옆에는 3D 성인물 전시관도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추가 관람료를 내고 들어가야 했음에도 해당 전시관은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재 성인물 콘텐츠가 3D용으로 제작되는 건수는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태블릿이 등장할 때에도 시장조사기관에서는 태블릿이 노트북을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 역시도 현실화되지 못했다. 태블릿은 노트북을 대체하지 못했다. 오히려 답답한 성능 탓에 태블릿을 버리고 노트북으로 갈아타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런 이유로 VR의 대중화가 곧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에 난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다.
그럼 VR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제조사 입장에서만 고민할 것이 아니다. 사용자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 VR을 제대로 즐기려면 최소 40만 원짜리 비디오카드를 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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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게임 마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 고성능 비디오카드가 달린 컴퓨터를 사야 하는 것은 부담이다. 삼성전자가 VR 가격을 10만 원 초반대까지 낮췄다고 하지만 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100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단순히 VR을 사면 좋다고 마케팅할 게 아니라 이와 관련한 컴퓨터 등의 구축 진입장벽도 낮춰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인력재편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소비자가 왜 쓰고 벗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VR을 사서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 결국, 이런 설득을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가 생명인데, 기존 스마트폰에서 봐도 상관없는 콘텐츠라면 설득할 수 없다.

지금 VR의 장밋빛 수치에 취해있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와 ‘어떻게 하면 VR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양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