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왔다. 선선한 가을 저녁엔 맛있는 야식과 함께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것도 하나의 쏠쏠한 재미. 미드, 일드도 물론 재미있지만, 드라마 방영 시간에 딱 맞춰 후다닥 집에 뛰어 들어가 본방 사수를 하던 옛날 드라마들을 한번 찾아보았다.

국립국악원

10여 년이 훌쩍 넘었는데 다시 봐도 전혀 유치하지 않고 재미는 그대로인 옛날 드라마 7선을 소개한다. 지금은 옛날보다 손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마지막 회까지 정주행 보시길!

(그런데 이 드라마들을 모두 본 사람들은 좋아해야 하는 건지…100% ‘응답하라’ 세대인데?)

1. 마지막 승부 (1994년 방영)

마지막승부

만화책 ‘슬램덩크’와 함께 전국의 초 중 고등학교에서 농구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드라마. 물론 중간중간에 로맨스가 끼어있긴 하지만, 주로 사나이들의 농구를 통한 우정과 열정이 드라마를 가득 채운다. 여학생들 역시 ‘다슬이’ 심은하와 이상아에 빙의되어 장동건과 손지창에 빠져 있었다.

‘응답하라 1994’에 나왔듯이 당시 농구대잔치 역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며 농구는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 너무나도 청순한 이미지의 심은하는 지금 봐도 예쁘고, 지금은 중년이 된 손지창, 이종원, 장동건 등 남자 배우들의 외모는 요즘 꽃미남들 저리가라 할 정도.

2. 서울의 달 (1994년 방영)

서울의달

서울에 갓 상경한 농촌 총각들의 우정과 사랑을 담은 이야기.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터닝~’을 전국적인 유행어로 만든 제비 친구 한석규에게 500만원을 사기 당하나 오히려 처지를 동정해 서울에서의 생활을 함께 시작하는 최민식 등 당시 서울에서의 팍팍한 서민의 삶을 정말 리얼하게 담았다.

지금 이름만 대면 알만한 배우들이 떼거지로 나오는데 그들의 젊었던 모습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된다.

3. 모래시계 (1995년 방영)

모래시계_1 모래시계_2

명불허전의 드라마. ‘퇴근시계’로 불리며 방송 시간에 온 거리와 찻길이 한산해진 진풍경을 낳기도 했다. 당시 신생 방송국이었던 SBS를 지금의 탄탄한 위치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한 드라마.

학교 친구 중 한 명은 검사 (박상원), 한 명은 지역 건달 (최민수)이 되어 격동의 7~80년대를 보낸다. 초기에 두 주인공의 아역을 맡은 김정현과 홍경인은 이 드라마를 통해 이름이 알려졌고, 고현정은 이 드라마로 여신 이미지가 확실해졌다. 고현정의 보디가드, 이정재의 젊었던모습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최민수가 사형 당하기 전 속삭인 ‘나 떨고 있니?’는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4. 가을동화 (2000년 방영)

가을동화

당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전국민을 눈물장독에 빠뜨렸던 드라마. 아름다운 영상미는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꿀리지 않는다. 윤석호 감독은 이후로 겨울연가, 여름향기, 봄의왈츠등의 계시리즈를 만들며 대박을 치게 되었고…

남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친남매가 아니고, 둘 사이에 잘생긴 재벌이 껴서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아주 전형적인 막장드라마 스토리를 완벽한 영상미와 좋은 연기로 표현해 냈다. 원빈은 이 드라마에서 어금니 꽉 깨물고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어?’ 한 마디로 국민 재벌이 되었고, 송혜고의 아역을 맡았던 문근영 역시 국민 여동생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5. 옥탑방고양이 (2003년 방영)

옥탑방고양이

2000년도 초반에 인기 있었던 억척스럽지만 사랑스러운 여주인공과 잘 사는집 아들의 사랑 이야기. 동거를 소재로 그들만의 이야기를 알콩달콩하게 담아놓았다. 어쩔 수 없이 동거를 시작하고, 고양이와 쥐 마냥 티격태격했으나, 조금씩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는 두 주인공…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처럼 절대 표현 따위는 없다가, 더욱 더 서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고인이 된 정다빈도 너무 사랑스럽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가 전반적으로 너무 매력있고 악역도 그리 밉지가 않다. 지금 보면 촌스럽지만 당시 김래원이 입었던 쿨하스 옷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던…귀염 지수 100% 드라마다.

6. 파리의 연인 (2004년 방영)

파리의연인

본격적으로 ‘나쁜남자’이지만 ‘멋진남자’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겉으로는 차갑지만 그 누구보다 자기 여자를 아끼는 박신양의 모습에 여성들 다 넘어갔다. 박신양이 ‘애기야 가자!’라는 요즘이라면 절대 안 먹힐 명대사를 남기며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있는 동안, 이동건은 ‘이 안에 너 있다’라며 또 다른 마초의 획을 긋는 연기를 선보였다.

평범한 여자와 그녀를사랑하는 재벌 형제…역시나 매우 진부한 스토리이지만, 명대사들과 함께 감칠나는 장면들로 꽉 채워 전혀 지루하지 않게 보게 된다. 전 국민을 파리의 연인에 푹 빠지게 한 작가는 마지막 회에서 많은 이들의 분노를 사는 결말을 만들었는데…이는 드라마로 직접 확인하시길.

7. 내이름은 김삼순 (2005년 방영)

김삼순

30대 노처녀 여자주인공과 재벌가의 연하 남자주인공의 사랑 이야기. 이렇게만 보면 굉장히 진부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김삼순은 달랐다. 여주인공은 그 누구보다 자신의 일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으며, 그 누구보다 억척스러웠고, 그 이면엔 사랑에 아파하는 모습이 있었다. 드라마 때문에 일부러 살을 찌운 김선아는 통통해도 너무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샀다.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등의 명대사들을 남기며 일약 스타가된 삼순이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입가에 웃음이 저절로 맺힌다.

티켓몬스터 커뮤니케이션팀 ‘김재명’님이 작성한 글입니다.(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