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덩이가 넓은 러시아를 시작으로 동유럽을 거쳐 서유럽까지 100일의 시간이 지났다. 2개월 예정이었던 유럽은 3개월이 되었고, 저렴할 것 같던 유럽 1달간의 렌터카 여행은 생각보다 경제적이지는 않았다. 인터뷰(인터뷰이를 찾습니다)를 하면서 다녔기 때문에 여행 동선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 아쉬운 점이랄까. 그래도 인터뷰로 인해 여행 방향 잡기가 수월했고, 경치만 구경하는 여행보다는 훨씬 값진 시간을 보냈다.

약 100일 간 총 사용한 비용은 약 14,700,000원, 15개 나라, 32개 도시를 다녔다.
대충 1인당 하루 7만 원 정도로 산 셈이다. 항공권을 비롯한 모든 교통비와 숙박비 포함이다. 우리는 대학생 배낭여행자도 아니고, 돈 떨어지면 돌아간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예산을 정해놓고 그에 맞춰 아껴 쓰거나 먹고 싶은 걸 안 먹거나 하지는 않았다. 수치적으로 봤을 때는 아주 만족할만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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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비의 경우 도착하는 지점에 해당 이동 교통비가 포함됐다. 예를 들어 러시아에서 에스토니아로 넘어간 비용은 에스토니아 교통비에 포함되어 있다. (라고 쓰고 보니, 중간중간 교통비가 조금씩 빠져 있는듯하다. 그래도 큰 차이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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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통(1) 대중 교통비
항공 5번(서울~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 이르쿠츠크~모스크바, 독일 프랑크푸르트~영국 런던~스페인 바르셀로나~포르투갈 리스본), 기차 7번(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이르쿠츠크,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폴란드 바르샤바~크라쿠프, 체코 프라하~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웰링버러~링컨~런던), 그 외는 모두 버스로 다녔고,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독일은 한 달간 차를 렌트해서 다녔다. 그래서 독일 지출이 상당히 많음.

러시아도 처음엔 시베리아 횡단 열차로 다 다닐까 했지만(시베리아 횡단 열차 탑승기), 한번 타보고 이건 아닌 것 같아 모스크바 가는 항공권을 뒤늦게 구입했다. 여기서 타격이 좀 컸다. 터미널이나 공항으로 이동할 때는 우버도 자주 이용했다. 유럽 도시는 대부분 작기도 하고, 교통비 절감을 위해 숙소를 중심가에 잡아서 도시마다 판매하는 패스를 산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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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통(2) 렌터카
동유럽과 서유럽을 오가는 (저렴한) 렌터카를 찾기는 쉽지 않다. 서유럽에서 동유럽으로 넘어가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경계는 오스트리아까지 인데 오스트리아에서부터 차를 빌리기엔 가격이 너무 비쌌다. 렌터카를 빌리기 가장 좋은 곳은 독일! 베를린에서 렌터카 업체를 찾아다녀봤는데 결국엔 한국 렌털 업체를 통해 발품 팔았던 것보다 저렴하게 빌릴 수 있었다.

총 렌트비용은 880 EUR (1,119,360원), 베를린에서 직접 알아봤을 때는 1400유로까지 나오기도 했다. 지인이 운영하는 곳에서 한 거라 지인 할인이 적용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풀커버 보험까지 해서 상당히 잘 받은 가격이라 생각된다. (지인 업체 간접광고 : 드라이브 트래블)

렌터카의 장점은 당연히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과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어 숙박을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톨비(241,328원), 주유비(377,353원), 주차비(159,550원)가 만만치 않으며, 우리처럼 남편 혼자 운전할 경우 운전자의 피로감이 심할 수 있다.


3. 숙박(1) 에어비앤비
처음 인터뷰를 시작했을 때는 다음 인터뷰 전까지 이전 인터뷰를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작업하기 편한 에어비앤비를 잡아 지내기도 했다. 그런데 다니다 보니 호스텔에 비해 에어비앤비 금액이 비싼 듯해 어느 순간부터 계속 호스텔로 지내고 있다.
물론 저렴한 에어비앤비도 있지만 집 전체를 빌리는 게 아니라면 에어비앤비에 대한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몸이 피곤하거나 도미토리에 장기간 지낸 피로감이 몰려올 땐 호스텔 단독룸을 이용했다. (에어비앤비 가입 전이라면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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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숙박(2) 호스텔
잠귀가 밝은 나로서는 도미토리에서 지내는 데 몇 번의 고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귀마개 덕분에 그나마 잘 자는 편이다. 도미토리는 가급적 4인이나 8인 이내를 선호했고, 평점도 7 이상 되는 깔끔한 곳 위주로 선택했다. 우리는 초저렴 여행보다는 컨디션 조절이 중요한 여행이기 때문에 숙소로 인한 스트레스는 받고 싶지 않았다. 숙소 예약은 부킹닷컴 이용했고, 도미토리 2인의 평균 금액은 5~6만 원 선이었다. 호스텔은 조식이 제공되거나 주방이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게 최고다. 숙소 예약 사이트는 가급적 한 군데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길 추천한다. 부킹닷컴의 경우 6회 이상 이용하면 지니어스 등급으로 올라가고, 할인 혜택이 많다. 당연히 관리도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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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숙박(3) 캠핑장
차를 렌트한 기간 동안에는 캠핑장과 에어비앤비(주차 때문에 시내 중심에 있는 호스텔은 거의 못 감)를 이용했다. 렌트로 100만 원이 나갔기 때문에 그 비용을 숙소에서 세이브를 시켜야 했다. 캠핑장은 작은 텐트 하나+사람 둘+전기 안씀+자동차 하나 해서 싼 곳은 2만 원, 비싼 곳은 4만 원 정도였다. 캠핑장비는 데카트론(유럽 전역에 있음)에서 20만 원 정도(2.5인용 텐트, 매트 6개, 의자 2개, 테이블 1개, 2인용 코펠+컵 세트, 가스 등)에 다 산 후, 유빙 카페를 통해 7만 5천 원에 통으로 팔았다. (구입한 캠핑 장비 리스트) 비 오는 날만 아니라면 캠핑장에서 지내는 것도 노하우가 쌓여 점점 재미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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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식대
밥은 삼시 세 끼를 꼬박 잘 챙겨 먹었다. 아침은 거의 숙소(캠핑장 포함)에서 시리얼이나 빵으로, 점심은 간단하게 패스트푸드, 케밥, 또는 저렴한 현지 식당을 이용하고, 저녁은 거의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것 같다. 캠핑장에서 잘 때는 저녁도 캠핑장에서 해 먹었는데 처음엔 밥도 짓고 하다 나중엔 귀찮아서 밥 대신 감자 삶아 먹고, 냉동피자 같은 레토르트 식품도 많이 사다 먹었다.

다행히 둘 다 한식을 찾는 편이 아니라서 한식당은 아직까지도 간 적 없고, 제대로 된 한식은 인터뷰이 집에 초대받았을 때 두 번 먹었다. 에어비앤비에 있을 땐 간편한 파스타나 볶음밥을 많이 해 먹었던 것 같다. 둘 다 밥 양이 많은 편이 아니라 저녁때 식당에서 양이 많은 음식을 먹었을 경우 남겨서 다음 날 아침으로 먹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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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관광
어차피 세계여행을 하던, 한 도시를 목적으로 휴가를 가던 그 도시에 사는 게 아닌 이상 못 보고 가는 건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우리는 ‘여기도 가야 해, 저기도 가야 해’ 보다는 ‘그래도 이거는 봐야지’ 정도의 관광에 초점을 맞췄고, 동선이 불편한 곳은 과감히 포기했다.

사실 3~5일씩 도시를 이동하면서 다음 도시에 대해 매번 여행 계획을 세우고, 공부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난 여행지 공부를 포기했다. 초반엔 남편도 공부를 좀 하긴 했는데 결국 그도 선 관광, 후 공부로 선회했고 우리는 대부분의 도시에서 ‘프리워킹투어’를 하며 가이드북보다는 현지인의 안내를 받았다. 관광객들의 팁으로 운영되는 프리워킹투어는 2~3시간 정도로 진행되며, 그 동네 유명한 곳을 가긴 가는데 가이드북에 있는 설명이 아닌, 골목이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해 준다.


8. 쇼핑 외
위에 있는 표의 식대 이후 항목에는 쇼핑, 화장실, 팁, 통신비, 톨비, 주차비, 주유비, 기념품, 기타 항목이 있다. 세계여행보다는 ‘장기여행’이라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짐을 늘리지 않기 위해 쇼핑은 엽서 몇 장과 필요한 옷 한 두 개 빼고는 거의 산 게 없다.

인터넷은 길찾기와 숙소 예약 때문에 유심을 매번 사긴 했는데, 유럽의 경우 베를린 보다폰에서 EU 국가 전용 유심을 사서 계속 충전해 사용했다. 호스텔이나 에어비앤비는 인터넷이 기본이지만 캠핑장의 경우 유료로 와이파이를 구매해야 하는 곳이 많다. 그래서 장시간 인터넷을 사용해야 할 경우엔 이케아를 주로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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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적으로나 실제 지출금액이나 가장 비싼 곳은 역시나 영국 런던이다. 표에서는 러시아가 1일 비용이 많지만 그 건 모스크바까지 가는 항공권에 100만 원이 나갔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는 물가도 싸고, 볼 곳도 많고, 사람들도 착하고 여러모로 아주 좋다. (지금까지도 우리의 여행 평가 1위는 모스크바다)

스위스도 비싸서 오래 머무르지 않은 곳이다. 독일-프랑스-스위스 경계에 있을 땐 프랑스 캠핑장에서 잔 후, 스위스 관광을 가고, 독일 마트에서 장을 보러 가려다 교통 체증이 심해 프랑스 마트에서 장을 봤다. 동유럽은 전반적으로 물가가 싸며, 서유럽 중에서는 독일이 생필품 가격이 싸다. 레스토랑 가격은 오스트리아도 비쌌던 것 같다.

지금은 유럽을 떠나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기 전 아프리카에 있는 모로코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탓에 불어 메뉴판이 영어 메뉴판보다 앞에 나오고, 거리상 스페인과 가까워 스페인어도 사용되는 특이한 곳이다. 이곳에서 보름간 머물며 다음 장기 레이스를 위해 쉬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미국을 거쳐 말로만 듣던 중남미에서 보내는 다음 100일도 지금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정산서를 올릴 수 있기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