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의 사전적 정의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물건’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비닐백과 지퍼백은 일회용품이 맞다. 그러나 자원 재활용법에 따르면 일회용품은 ‘같은 용도에서 한 번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대통령령에 의해 정해진 제품’으로 정의되며 10개 품목이 정해져 있다. 일회용 컵·접시·용기,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광고선전물, 면도기, 쇼핑 봉투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여기에 식품 포장백은 없다.

국립국악원

며칠 전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 치킨과 떡볶이를 배달 시켜 먹고, 수다 좀 떨다가 돌아가려는 친구에게 남은 음식을 포장해주고 있는데, 내 행동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그녀가 한마디 내뱉었다.

“야, 지금 일회용품 줄이자고 난리인데, 비닐백을 쓰면 어떡하냐?”

“그럼 어디에 담아줄까? 반찬통에 싸줄까?”

“지퍼백 없어? 지퍼백에 담아줘.”

그녀를 돌려보낸 후 세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1) 비닐백과 지퍼백은 모두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었다. 그럼 두 제품 다 일회용품이지 않나?

2) 친구는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할 때마다 복부에 랩을 감는다. 

이 친구의 행동은 환경 오염과 무관한가?

3) 이 의문을 바탕으로 내가 친구에게 따질 경우, 우리 사이는 어떻게 될까?

일회용품

필자도 위 현인처럼 행복을 추구하고 싶었지만, 잘못된 상식으로 인한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하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환경부에 문의해본 결과 뜻밖의 사실을 알았다.

식품 포장백은 일회용품이 아니다?

일회용품

일회용품의 사전적 정의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물건’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비닐백과 지퍼백은 일회용품이 맞다. 그러나 자원 재활용법에 따르면 일회용품은 ‘같은 용도에서 한 번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대통령령에 의해 정해진 제품’으로 정의되며 10개 품목이 정해져 있다. 일회용 컵·접시·용기,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광고선전물, 면도기, 쇼핑 봉투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여기에 식품 포장백은 없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1회용품

1. 1회용 컵ㆍ접시ㆍ용기(종이, 금속박, 합성수지재질 등으로 제조된 것을 말한다)

2. 1회용 나무젓가락

3. 이쑤시개(전분으로 제조한 것은 제외한다)

4. 1회용 수저ㆍ포크ㆍ나이프

5. 1회용 광고선전물(신문ㆍ잡지 등에 끼워 배포하거나 고객에게 배포하는 광고전단지와 카탈로그 등 단순

광고목적의 광고선전물로서 합성수지재질로 도포되거나 첩합된 것만 해당한다1))

6. 1회용 면도기ㆍ칫솔

7. 1회용 치약ㆍ샴푸ㆍ린스

8. 1회용 봉투ㆍ쇼핑백(환경부장관이 재질, 규격, 용도, 형태 등을 고려하여 고시하는 것은 제외한다)

9. 1회용 응원용품(응원객이나 관람객 등에게 제공하기 위한 막대풍선, 비닐방석 등을 말한다)

10. 1회용 비닐식탁보(생분해성수지제품은 제외한다)

출처: 국가정보법령센터

환경부 답변도 ‘식품 포장백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일회용 제품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일회용품으로 볼 수 없다’였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식품 포장백도 그릇처럼 설거지해서 계속 써도 된다는 의미인가? 자장면을 포장하는 랩까지도? 

이 생각은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도 같았다. 그들은 2019년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법적 정의가 불명확하다’며 ‘과일, 채소를 소분 포장할 때 쓰는 비닐 포장지는 왜 규제를 받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같은 포장랩인데 한쪽은 환경호르몬 검출, 한쪽은 안전?

예상과 다른 팩트 때문에 기사 흐름이 잠시 삼천포로 빠졌다. 비록 식품 포장백은 법적으로 일회용품이 아니라고 결론 났으나, 넘사벽 급 사용 편의성 때문에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회용품

지금 우리나라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식품 포장백은 랩, 비닐백, 지퍼백, 진공백이다. 최근에는 환경 이슈 때문에 재사용 가능한 실리콘 저장팩과 친환경 소재로 만든 밀랍 랩 사용도 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다양한 식품 포장백을 매일 사용하면서 이들이 어떤 소재로 만들어졌고 어떤 장단점을 갖고 있는지, 식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알지 못한다. 

랩만 봐도 ‘전자레인지에 넣고 조리해도 괜찮다 vs 나쁘다’는 의견이 팽배하며, ‘이 비닐백은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가요?’, ‘이 비닐로 음식을 포장해도 괜찮나요?’ 같은 질문이 지식인에 등장한다. 그래서 우리가 많이 쓰는 식품 포장백 5종의 특징과 궁금한 점들을 정리해봤다.

▶ 단기 음식물 보존 최강자,랩

일회용품

랩은 그릇과 점착성이 좋아 음식을 단단히 밀봉하고, 산소투과율과 투습도가 낮아 식품 오염과 변질을 늦춰준다. 필자 생각에 우리나라 배달문화 발전 기여의 10%는 랩이 했다.

일회용품

랩은 크게 폴리염화비닐(이하 PVC)과 폴리에틸렌(이하 PE, LDPE)으로 제조된다. 이들은 분자량이 큰 고체 상태의 합성수지기 때문에 식품으로 스며들지 않지만, 그 자체로 매우 딱딱하다. 그래서 별도의 첨가제를 섞어서 딱딱한 합성수지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든다.

일회용품

과거 식당에서 음식 포장에 주로 사용되던 PVC 소재 랩은 폴리에틸렌 랩보다 인정률과 점착력이 우수하며 습기 차단 효과가 높다. 당시에는 폴리에틸렌보다 딱딱한 PVC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디에틸헥실아디페이트(DEHA)라는 가소제를 15~30%가량 사용했으나 이 성분이 환경호르몬 원인인 내분비장애물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2005년부터 사용이 금지되었다. 현재는 식물성 첨가제 등이 대체 사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VC 랩은 소각 시 염소 등 유해가스가 발생하고, 환경 오염 이슈가 커서 지난 2019년 사용이 금지됐다. 현재는 식·의약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부 제품에만 쓸 수  있다. 그런데 간혹 가정용 랩으로 분류되었는데 PVC 소재를 썼거나, PVC 랩으로 음식이 포장된 경우를 볼 때가 있다. 식약처에 문의한 결과 이러한 랩은 음식과 가열하지 말고 가능한 식품이 직접적으로 닿지 않도록 사용하길 권장받았다.  

일회용품

지금 가정과 식당 음식 포장에 사용되는 랩은 대부분 PE, LDPE를 사용한 제품이다. 폴리에틸렌은 PVC보다 유연하고 부드러워 가소제가 필요 없고 환경 오염 이슈도 적지만, 점착력이 약하고 습기가 잘 생기는 단점이 있다. 요즘에는 PE, LDPE보다 강도와 가공성이 뛰어난 LLDPE 소재 랩이 많이 쓰인다. 이 외에 바이오매스 합성수지를 사용해 소각 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절감하는 친환경 소재 제품도 제법 판매되고 있다.

랩 특징

-점착력이 뛰어나 그릇과 식품을 통째로 포장할 수 있으며 단시간 신선도를 유지해줌.

-형태 변형이 쉬운 과일, 빵, 채소류 보관에 적합.

-랩 첨가제는 기름에 닿으면 잘 녹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기름기 많은 음식은 랩이 직접 닿지 않도록 포장 권장.

▶ 자취생 필수품, 비닐백

일회용품

자취인들의 필수템으로 손꼽히는 비닐백. 먹다 남은 음식물이나 육수용 멸치, 채소 등을 담아두기에 좋다. 무엇보다 밥을 소분해 냉동실에 얼려둔 뒤 식사 때마다 하나씩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을 때면, 이 간편함에 감동해 비닐백 발명가를 찾아가 절이라도 올리고 싶어진다.

일회용품

비닐백은 보통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을 사용해 반투명하고 내구성이 높다. 소화전용 파이프나 우유통, 세제, 샴푸 등에도 이 소재가 사용된다. 높은 방습·방수성을 자랑하며 수분과 증기에 대한 내성도 높다. 

일회용품

또 내냉·내열 온도가 -60~120℃라 저온과 고온에서 사용해도 변형을 일으키지 않는다. 음식물에 오염된 상태만 아니면 분리 배출해 재활용도 가능해 환경 오염 걱정도 적다.

비닐백 특징

-내구성이 뛰어나 다양한 식자재를 보관하는 데 용이함.

-내열 온도가 높아 전자레인지로 조리해 먹기 좋은 식품 보관에 적합함.

▶ 활용도 1,000%, 지퍼백 

일회용품

지퍼백은 비닐 입구에 개폐 가능한 지퍼를 부착해 포장백의 신세계를 연 제품이다. 식품 외에 귀금속, 장난감, 아기용품 등도 보관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일회용품

지퍼백은 보통 저밀도 폴리에틸렌(이하 LDPE)으로 만들어서 인열강도가 높아 힘을 주어도 찢어지지 않고 늘어난다. 방수 성능도 뛰어나 김장김치처럼 국물이 많은 음식물 보관도 문제없다. 이뿐만 아니라 색이 투명해 내용물 확인이 쉽고, 통기성이 우수해서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보관하기 좋다. 김장 봉투 그리고 우유팩과 종이컵 안쪽에 코팅된 비닐 커버도 LDPE로 만들어진다. 

또 지퍼백은 입구를 밀봉해 공기를 차단할 수 있어 진공팩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내열 온도가 100℃로 다른 포장백에 비해 낮은 편이므로 수비드 요리를 할 때 100℃ 이하 온도로 조리하기를 권한다.

일회용품

필자는 요리할 때 지퍼백을 많이 쓰는데, 채소를 소분해 보관하거나, 고기를 나눠 담아 냉동실에 보관할 때도 지퍼백을 쓴다. 특히 생선 손질 후 올리브유를 살짝 바르고 랩으로 싸서 지퍼백에 넣어두면 비린내 없이 깔끔한 보관이 가능하다. 이 외에 삶은 감자를 지퍼백에 넣어 으깬 후 마요네즈, 베이컨, 피망 등을 넣어 섞고 지퍼백 귀퉁이를 자르면 샐러드 짤주머니로도 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식품 포장백 중 활용도 갑인 제품이라 생각한다.

지퍼백 특징

-튼튼하고 방수성이 뛰어나 국물 요리 보관에 적합.

-식품 외 액세서리, 장난감 보관 등 활용도 높음.

-입구에 지퍼가 있어서 밀봉이 쉽고 재사용하기 편함.

▶ 음식물 장기보관 甲 진공팩 

일회용품

진공포장은 용기 내 공기를 제거한 후 밀봉해 식품 부패를 지연하는 포장법이다. 이뿐만 아니라 진공포장은 내용물 부피를 줄여 수납을 용이하게 해주는데 이 때문에 철 지난 옷이나 이불을 진공포장해 보관하는 가정도 많다.

일회용품

진공포장을 하려면 진공포장용 비닐, 즉 진공팩이 필요하다. 일반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비닐은 산소 투과율이 높아 밀봉해도 진공이 잘 풀린다. 그래서 진공팩은 PA, PET, PVDC, PVOH, EVOH 같은 재질에 PE, PP, EVA 등으로 내부를 코팅한 구조를 띤다. 이러한 진공팩은 산소투과율이 낮고, 다층 구조를 사용해 외부 공기를 차단하면서 접착강도와 점성을 높여 진공포장이 잘되도록 해준다.

일회용품

진공팩은 보통 24시간 동안 1㎡ 공간에 산소가 100㎤ 이하로 투과되는 필름으로 만들어지는데, PA/PE 구성의 진공팩이 가격도 저렴하고 산소투과율도 40㎤ 이하로 낮아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EVOH 소재 진공팩은 산소투과율이 10cm3 이하로 낮고 유기물질에 대한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지만 고가라 가정용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출처: 한국포장학회).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가정용 진공팩은 거의 나일론과 LLDPE/PE를 사용한 다층 구조 제품이 많다.

일회용품

진공팩은 나일론/LLDPE/PE 소재 제품을 기준으로 내냉·내열 온도가 -40~120℃다. 그래서 고온 수비드 요리가 가능하다. 특히 호기성 박테리아, 곰팡이 성장을 억제하고 휘발성 성분 증발을 방지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오랫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육류, 견과류, 곡물, 생선, 치즈 등 어떤 종류 식품이든 부피를 줄이고 신선하게 보관해주어 주부들의 선호도가 높다.

진공포장팩 특징

-공기 접촉을 차단해 음식물을 신선하게 장기 보관함.

-내용물 부피를 줄여 수납공간을 늘려줌.

▶ 여러 번 쓸 수 있는 실리콘 저장팩 

일회용품

랩, 비닐백, 지퍼백은 가격이 저렴하고 쓰기 편하다 보니 낭비하기 쉽다. 필자는 오늘도 간식 포장과 반찬 정리로 10장이 넘는 비닐백을 사용했다. 나도 모르게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회용품

실리콘 저장팩은 식품 등급 및 BPA Free를 충족한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져 인체 무해하다. 특히 내열 온도가 230℃라서 열탕 소독이 가능하고, 환경호르몬 걱정도 없어 전자레인지와 끓는 물, 오븐, 식기세척기에도 쓸 수 있다. 깨끗이 잘 사용하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어 환경 오염 걱정도 없다.

일회용품

실리콘 저장팩은 육수를 담아 얼려 두었다가 그대로 끓는 물에 넣어 해동하거나 채소, 육류, 과일 등을 밀봉해 보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간단한 과일이나 간식은 도시락처럼 포장도 가능해 등산, 캠핑 때 짐가방을 가볍게 꾸리기 좋다.

실리콘 저장팩 특징

-내열 온도가 높아서 열탕 소독이 가능하고, 위생적으로 쓸 수 있음.

-활용도가 높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환경 보호에 도움 됨.

기획, 편집 / 다나와 오미정
글 / 서기영

(c)가격비교를 넘어 가치쇼핑으로, 다나와(www.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