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연매출 35억 유로에서 2019년 연매출 273억 유로로 격하게 성장한 럭셔리 브랜드 구찌, 도대체 무슨 129?

21세기 들어 지옥에서 천당으로 단숨에 위치를 뒤바꾸며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게 된 브랜드가 있을까요?

구찌

굳이 하나만 선택하자면 구찌?

패션분야에선 2017년 구글 검색 건수 3500만건 이상으로 1위를 차지했던 구찌(Gucci)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찌는 현재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등의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모회사 케링그룹 소속이에요.

그룹 매출의 80%를 혼자서 올리는 독보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구찌는 루이비통, 샤넬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리는 럭셔리 브랜드로 부활했죠. 2019년 3분기 기준 분기 매출이 273억 유로 (약 35조 3000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11% 증가세를 보일 정도로 성장세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사실 구찌가 이렇게 화려하게 부활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죠. 2014년까지만 해도 구찌의 연 매출은 35억 유로에 불과했으니까요. 또한 5년 넘게 매출 감소가 지속되면서 더 이상 고급 브랜드가 아니라 보급형 매스티지 브랜드로 전락할 형편이었어요.

그러나 그해 말 신임 대표로 부임한 마르코 비자리가 12년간 디자이너로 일하던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구찌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내부 승진시키면서 변화가 시작됐어요.

구찌

구찌가 성장한 이유, 무슨 129?

1972년생인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펜디의 액세서리 디자이너 출신이긴 하지만 이렇다 할 포트폴리오가 없는 무명에 불과했어요. 임명 당시 내부에선 미켈레가 구찌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파다했을 정도죠.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어요. 구찌는 미켈레를 중심으로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새로운 구매 목표층을 확보해 브랜드 정체성을 새롭게 하는 리브랜딩 작업에 들어갔죠. 구찌의 리브랜딩 작업은 : 👉

  • 기존 이미지 탈피 : 과거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톰 포트가 구축한 쾌락주의와 섹시 이미지를 과감하게 탈피
  • 프리스타일 구현 : 경계와 규칙이 없는 프리스타일 디자인으로 변모하면서 그 동안 패션산업에서 지배적으로 깔려 있던 이분법적 구조와 문화적 금기 타파

성별이나 인종, 국적, 문화 등의 경계를 초월하는 한편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활용해 일종의 ‘대안 패션’기조를 선보였어요. 나아가 기존 럭셔리 브랜드에서 볼 수 없었던 하위문화, 소위 스트리트 브랜드나 빈티지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끌어안았죠.

구찌

혁신만 시도했다고? 그건 아니야!

그렇다면 미켈레는 단순히 구찌의 전통을 거부하고 혁신적인 면모만 고집했던 걸까요? 결코 그렇지 않아요. 그는 창업자 구찌오 구찌의 이니셜에서 따온 상징적인 로고를 다양한 색상과 확대된 패턴으로 변경하면서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어요.

또한 로고 외에도 브랜드 정체성을 상징하는 패턴이나 심볼, 패치워크 등을 구찌의 오랜 역사 속 아카이브에서 복원해 리브랜딩에 적절하게 활용했죠. 따라서 단순히 변화만으로 성공했다기보다는 브랜드가 지닌 오랜 신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마음 속에 의미를 더해줄 이야기를 덧붙인 셈이에요. 특히 패션 상품을 하나의 아이템으로 인식하고 자신만의 편집권을 행사하는 성향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일종의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한 방향이 주효했죠.

소통 전략도 바꿔 바꿔!

구찌는 브랜드를 알리고 소통하는 전략도 과거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표현했어요. 꾸준히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화제에 오르는 횟수를 늘리는 한편, 신진 예술 디자이너와 협업해 온라인 한정판매 컬렉션을 내기도 했죠. 광고 체험 및 아트 프로젝트 등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에 특화된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어요.

몇 년전에는 디즈니와 함께 미키마우스 등의 캐릭터가 프린트된 가죽 및 신발 제품 등을 선보이면서 끊임없이 상품 구매를 유도하고 있어요. 나아가 온라인 통로를 적극적으로 판매에 활용하면서 국내에서는 카카오톡 기프티콘으로 구찌의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죠.

버버리도 그렇던데, 구찌도?

구찌의 이러한 행보는 버버리의 리브랜딩 사례와 비교하면 많은 명품 브랜드가 선택하는 전술로 볼 수 있어요. 버버리도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고, 유명 셀럽이나 정치인이 입었던 옷으로 상징적인 전통성을 지니고 있지만, 특유의 타탄 체크무늬와 베이지 색상을 제외하면 새로운 시대의 소비자들에게 더 이상 아무 매력 없는 브랜드가 되고 말았죠.

본고장인 영국에서조차도 중년들이 입는 노후한 브랜드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요. 그러나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로 임명되면서 다양한 색의 패턴으로 버버리의 체크를 선보이는 한편, 남발되고 있던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하고 최고급 라인을 만들면서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갔죠.

토키 가라사대, 구찌의 전성기는 -ing!

일각에서는 구찌의 매출이 다시 주춤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급격한 소비패턴 변화를 쉽게 좇아갈 수 없기 때문에 또다시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러나 구찌는 버버리와 달리 이 새로운 세대에 보다 더 특화된 통합 브랜딩 커뮤니케이션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달리 볼 필요가 있을 듯 해요. 젠더리스와 시즌리스 같이 새로운 시도로 패션계의 관행에 반기를 드는 한편, 이를 지지하는 밀레니얼 시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충실히 반영했기 때문이에요. 빠른 유행에 민감한 시대에 구찌는 또 한 번 다양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요.

잠깐만요! 팁! 아재와 밀레니얼 세대의 구분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저는 예전에 첫 지갑이 파올로 구찌였어요. 파올로 구찌를 아신다면 당신은 아재! 아재 바라아재!

[퇴그닝 5분 교양시리즈] 퇴근 후 5분, 당신의 교양이 업데이트 되는 시간. 퇴그닝 5분 교양 시리즈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할애해 다양한 분야에서 지혜를 쌓아보자는 취지로 시작해요. 사실, 교양(敎養, liberal art)이란 말의 뜻을 살펴보면 자유로운 (Liberal) 사고를 위해 폭 넓은 지식과 기술(art) 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우리 ‘더 나은 삶을 위한 교양’을 함께 쌓을 수 있도록 해요.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시리즈.
모리오카 서점 –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15
마블스튜디오 –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14
레드불 –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13
에어 조던 –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12
맥도날드 –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11
루이비통 –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10
디앤디파트먼트 –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9
보잉 747 –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8
구찌 –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7
블루보틀 커피 –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6
룰루레몬 –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5
스타벅스 –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4
이솝 (AESOP) –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3
파타고니아 –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2
도쿄R 부동산 – 좋은 브랜드는 필요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