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부 장관’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국밥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들이 스스로를 장관으로 칭하는 말이다. 더 나아가 ‘~원이면 국밥이 몇 그릇?’이라 버릇처럼 말하며 물건의 금전적 가치를 국밥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처럼 숨 쉬듯 국밥을 찾는 사람들. 이들이 국밥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국밥은 한 솥 끓여 놓은 국과 밥만 있으면 든든한 한 끼가 완성된다. 때문에 국밥은 ‘K-패스트푸드’라고 불리며, 점심시간이 귀한 직장인들에게 사랑받는 메뉴이기도 하다. 또한 국밥의 나라답게 지역별로 다양한 재료와 레시피를 사용한 국밥이 발달하여 매번 다른 맛으로 우리 입맛을 만족시킨다.

전국 막걸리 자랑 in DPG

여기 국밥추ㅇ…. 아니, 국밥부 장관들의 시야를 넓혀줄 유서 깊은 전국구 국밥을 한자리에 모아 놓았다. 가장 무난한 재료인 돼지고기와 소고기부터 해초와 듣도 보도 못 한 생선류까지.. 코로나가 끝나면 당장 실행에 옮길 국밥 투어를 위해 리스트를 세워보자. 

서울&경기도

국밥

1. 서울 장국밥

서울의 일품요리로 간장으로 간을 하여 젓갈 장(醬) 자를 붙여 장국밥이라 한다. 양지머리와 무를 삶은 뒤 고기는 건져서 양념하고, 뚝배기에 밥을 담아 우려진 육수를 붓는다. 그 위에 양념한 고기, 산적, 도라지나물, 고사리, 콩나물 등을 얹는데 고기 양이 적으면 맛이 없고, 장 빛깔이 어두우면 국에 영향을 미친다. 별다른 찬 없이 든든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어 궁중 행사에 군인이나 악공, 여령들이 먹었다는 기록이 많으며 1800년대 《규곤요람》에서는 “국수 대신 밥을 만 것으로, 기름진 고기를 장에 조려 그 장물을 밥 위에 붓는다”라고 하였다. 지금은 곰탕이나 설렁탕 집이 주류를 이루지만 우리의 탕반 문화를 거슬러 올라가면 장국밥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서울 설렁탕

조선시대에 백정이 있었던 이유는 소 도축을 할 때 반드시 허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소 도축 후 좋은 고기들은 관청에 납품되고, 남은 부산물은 백정이 도축 비로 가져가기도 했다. 설렁탕은 그 부산물로 만들어진 음식이며 제대로 된 이름이 없어 우탕(牛湯)으로 불렸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엔 백정이라는 신분이 사라졌고 그들이 설렁탕 집을 차리기도 했는데, 이때 최초의 설렁탕 집 ‘이문옥’이라는 곳이 서울에 생겨났다. 설렁탕은 ‘눈처럼 희고 진한 국물’이라는 뜻이며 당시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음식이었다. 10시간 이상 푹 고와 살코기와 뼈의 가용 성분이 콜로이드성 용액 상태를 이루어 살코기만 끓인 것과는 비교할 수없이 구수하고 독특한 풍미가 있다. 처음부터 밥을 말아 주기도 하며 삶은 소면을 넣기도 한다. 누린내 제거를 위해 생강, 파, 마늘 등을 넣으며 삶은 쇠 머리는 따로 건져 편육으로 즐기면 그것 또한 별미다. 

3. 광주 소머리국밥(곤지암 소머리국밥)

경기도 광주는 조선시대 국가 주요 간선도로였던 영남 대로의 마지막 길목이자 남한산성과 사옹원 분원 등이 위치하였던 곳이다. 또한 예전부터 서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으로 ‘효종갱(曉鐘羹)’과 같은 해장국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이렇듯 주변에는 큰 장시들이 많았고 우시장과 도살장을 곁에 두어 자연스레 국밥 문화가 발달하였다. 소머리는 구수하고 기름진 육수를 맛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재료 중 하나이며, 소머리를 고를 때는 냄새가 나지 않고 눌렀을 때 탄성을 가진 것이 좋다. 이렇게 좋은 소고기를 핏물 뺀 뒤 사골을 끓이다가 무 등을 넣어주면 맛있는 소머리국밥 한 그릇이 완성된다. 광주 곤지암 소머리국밥은 밥에 머리고기를 얹고 뜨거운 사골 국물을 부어 먹는데 맑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며, 기호에 따라 양념장을 첨가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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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1. 서산 우럭젓국

서산 사람들에겐 친근하지만 외지인에겐 생소한 음식이다. 매운탕 즈음으로 상상할 수도 있지만 맑은 색의 국물이라 제주도의 갈치 국과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하면 된다.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과 기름지고 찰진 살코기가 조화를 이루는 우럭젓국은 우럭포로 끓이며, 새우젓을 넣었다 하여 ’젓국’이라 부른다. 부수적인 재료로는 쌀뜨물과 무, 파, 마늘, 두부가 있으며 마른 고추를 넣으면 칼칼함과 동시에 끝 맛이 깔끔하다. 또한 향신료는 최대한 줄이고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우려냈다는 것이 특징. 우럭 포는 바닷바람으로 말리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고 생 우럭으로 끓이는 것과는 달리 감칠맛이 깊으며 비린 맛이 없다. 또한 우럭은 보통 봄에 새끼를 낳으며 산란을 앞두고 살이 오르기 때문에 봄철에 먹는 것이 맛있다. 

2. 병천 순대국밥

조선시대 한양에서 경상도와 전라도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곳 중 하나가 병천장이었다. 이곳은 사방으로 통해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장날에는 장사꾼들이 몰려 주막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병천장은 지금도 5일에 한 번씩 장이 선다. ‘두 개의 내를 아우르고 있다’라는 뜻에서 아우내 장으로도 불리며 그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순대이다. 돼지 창자에 채소와 선지를 넣어 만드는데 이를 넣은 국밥은 장터를 오가는 사람들의 든든한 한 끼 식사였다. 병천 순대는 채소가 많이 들어가는데 양배추와 양파, 피망을 삶아서 간장과 소금으로 간한다. 거기에 당면과 들깨를 넣어 누린내를 없애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가장 중요한 돼지 창자와 선지는 아우내장에서 떼 온 신선한 것을 사용하며, 순대와 함께 나오는 부산물 또한 별미다. 통통하게 익은 순대는 새우젓에 찍어 먹었을 때 아삭한 식감과 선지 특유의 부드러움이 입안을 감싸고 새우의 감칠맛이 깔끔하게 마무리해 준다. 뜨끈한 국물에 순대 한 점은 고달팠던 하루를 녹여주는 귀한 음식이다.

3. 당진 실치국

실치는 베도라치 치어로 실처럼 가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당진 9미(味)로 탱글 한 식감에 은은한 짠맛과 감칠맛이 조화롭기로 유명하다. 베도라치는 겨울철 해초에 알을 낳아 붙으며 이 알이 부화해 바닷물에 떠돌 때 그물로 잡는데, 그 시기는 서해 기준 4~6월 말까지이며 4월 초순부터 회로 먹기 적당하다. 실치는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죽기 때문에 진정한 실치 맛을 보고 싶다면 당진으로 찾아가는 것이 좋다. 실치국의 조리법은 먼저, 바지락과 다시마로 육수를 낸 뒤 된장으로 간을 맞추는 것에서 시작한다. 거기에 된장과 어울리는 시금치를 실치와 함께 넣는데 때에 따라 새우를 추가하기도 한다. 이렇게 끓인 국은 시원함이 뛰어나며 부드러우면서도 가는 실치를 씹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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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1. 괴산 올갱이국밥

올갱이국은 괴산에서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이다. 올갱이는 표준말로 다슬기라고 하는데 단어 자체에서 풍겨오는 맛과 이미지가 있기에 고쳐 표현하지 않는다. 이들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계곡과 강, 호수 등의 바위에서 서식하며 지금도 괴산 사람들은 집집마다 올갱이를 직접 잡아 특별식으로 먹곤 한다. 올갱이 국은 된장이 맛이 좌우하는데 구수하고 은은한 단맛이 올갱이의 쌉싸름함과 특유의 향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부재료에는 아욱을 즐겨 넣으며 이는 가을에 맛이 좋기 때문에 올갱이 국 또한 가을에 최고의 맛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 외 봄이나 여름에는 파나 부추를 곁들이고 겨울에는 시금치를 넣기도 한다. 한편 올갱이는 간 기능 회복 효과가 좋아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며 해장국으로도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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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1. 나주 나주곰탕

약 100년 전 나주 5일장에서 상인과 서민을 위한 국밥 요리가 등장하였으며 오늘날의 나주곰탕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주는 예로부터 커다란 우시장이 있어 자연스레 곰탕이 발달하였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소고기 통조림 공장이 세워져 소머리와 내장 등 가공하고 남은 부속물을 곰탕에 넣기도 했다. 현재의 나주 곰탕은 소고기 국밥에 가까운 음식으로 타지역과 다르게 사태, 양지 등을 사용해 국물이 맑다. 사골 국물에 익힌 쇠고기는 결대로 찢거나 얇게 썰고, 밥에 국물을 담아 고기, 대파, 황백 채 지단, 다진 마늘, 고춧가루, 참기름, 통깨 등을 올린다. 싱거울 땐 기호에 맞게 소금을 곁들이곤 한다. 곰탕의 쇠고기는 단백질과 양질의 지방질을 제공하며 풍부한 칼슘은 성장기 아이들과 여성 골다공증 예방에 탁월하다. 

2. 강진 매생이국

매생이는 강진을 포함한 전남 서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며 전라도 강진현의 진상품이었던 것을 보아 오래전부터 식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매생이는 무공해 청정 해조류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고혈압에 탁월하다. 또한 머리카락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두께로 표면적이 넓어 영양가가 높고 소화 흡수와 변비에도 효과가 있어 건강식으로 손꼽힌다. 매생이국은 참기름을 둘러 굴과 다진 마늘을 볶아주고, 맛과 향이 우러나면 매생이와 물을 넣고 끓인 뒤 국 간장으로 간한다. 굴과 매생이가 들어가 바다의 맛이 살아있으며 시원하고 맑은 국물이 일품이다. 한편 매생이국은 ‘미운 사위국’이라고도 하는데 옛 시절 사위가 딸에게 잘해주지 않으면 친정어머니가 말로는 못하고 매생이국을 끓여주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이유는 뜨거워도 김이 나지 않는다는 매생이국의 특성 때문으로 겉만 보고 섣불리 먹었다간 입을 데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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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1. 전주 콩나물국밥

전라북도는 예부터 기후가 온화하고 물이 맑으며 품질 좋은 콩이 많이 자랐다. 이에 따라 콩나물도 질이 좋기로 유명하니 자연스레 콩나물로 만든 음식도 발달하게 되었다. 그중 풍남문 밖에 위치한 남부시장의 콩나물국밥 역사가 오래되었는데, 상인들과 장 보러 온 사람들을 상대로 콩나물국밥을 팔면서 고유의 외식 문화가 자리잡았다고 한다. 전주에서는 두 가지 방식의 조리법이 있다. 첫 번째로 남부시장식은 오징어 육수를 사용하며 콩나물국에 밥을 여러 번 토렴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식은 뚝배기에 콩나물 국과 밥을 뜨겁게 끓여 날계란을 올려 마무리하는 것. 이는 콩나물 자체의 맛을 중시하다 보니 어르신들 입맛에 더욱 인기가 좋다. 

2. 남원 추어탕

예부터 남원에서는 미꾸리가 흔하게 잡혔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같은 종의 민물고기에 해당하는데 일반인이 쉽게 구분하긴 힘들지만 종은 엄연히 다르다. 미꾸리는 미꾸라지에 비해 몸통이 둥글기 때문에 둥글이라 불리며 구수한 맛이 있어 대접받았다. 다른 지역에서 미꾸리보다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였다면, 남원에서는 가을걷이를 마치고 찬 바람이 불면 겨울잠에 들어간 미꾸리를 잡아 동네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다. 겨울을 준비하는 미꾸리는 영양분을 비축해 살이 통통하게 올랐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남원 추어탕은 삶은 미꾸리를 통째로 갈아 된장에 버무린 시래기와 들깨 가루를 넣고 걸쭉하게 끓인다. 또한 남원 추어탕 식당 대부분은 추어탕을 끓여 두고 손님이 오면 탕기에 담아 데워서 내는데 이것이 금방 끓인 것보다 깊은 맛을 낸다고 한다. 최근 남원에서는 ‘남원 추어탕’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미꾸라지가 아닌 미꾸리 사용을 늘려가고 있으니 제대로 된 추어탕을 즐기러 가보자. 

>> 경상남도

국밥

1. 부산 돼지국밥

돼지의 뼈와 고기를 푹 삶고 진하게 우려낸 국물에 살코기와 밥을 토렴하거나 직접 말아먹는 부산의 향토 음식이다. 돼지국밥의 기원은 다양한 설이 존재하는데 서북지역에서 먹던 음식이 한국 전쟁 때 월남한 사람들을 통해 경남 중에서도 특히 부산에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와 흡사한 음식으로는 성게탕이 있으며 이것도 돼지고기를 풍성하게 넣어 밥을 말아먹는다. 예전에는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돼지 뼈를 사용했으며, 쌀이 귀한 시절이라 국수를 넣기도 했다. 최근에는 옛 추억을 살려 가락국수를 넣어 팔기도 한다. 부산 주변 여러 지역에서 돼지국밥의 원조를 주장하는데 그중 밀양의 경우 소 뼈를 사용한 베이스로 부산식과는 조금 다르다. 돼지국밥을 먹을 때는 다진 양념 한 숟가락에 부추무침을 넣고 간은 새우젓으로 한다. 이때 새콤한 깍두기와 깍두기 국물은 돼지국밥의 맛을 좌우할 정도로 무척 중요한 찬이 된다. 

2. 통영 굴국밥 

바다가 차가워지는 겨울철만 되면 우리는 자연스레 굴을 찾는다. 껍질째로는 석화라 부르며 구이에서부터 회, 전, 김치, 젓갈 등 특유의 감칠맛으로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식재료이다. 굴 생산 단연 1위 지역인 통영은 굴들이 바다에 잠겨있는 수하식으로 기르는데 이는 플랑크톤 섭취가 많아 알이 크고 영양이 풍부하다. 또한 전국 굴 생산 80%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추울 겨울에 국으로 자주 끓여 먹게 되었고, 이는 겨울철 별미가 되었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고 불릴 만큼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많은 이들이 즐겨 먹는다. 굴 국밥은 멸치 국물에 무, 미역, 두부 등을 넣어 끓인 뒤 다진 마늘, 고추, 쪽파를 넣고 소금 간하여 마지막에 굴을 넣고 익혀준다. 담백하면서도 시원하며 탱글 한 굴의 식감은 입안 가득 재미를 더해준다. 

국밥

3. 함안 소고기국밥

함안은 의령, 창녕, 진주 등과 인접하며 경남의 중앙에 위치한다. 이로 인해 대구나 남해, 서울 등지로 가려면 함안을 거쳐야 하니 장날엔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또한 예로부터 우시장이 발달한 함안은 쇠고기뿐 아니라 오리, 흑염소 등 다양한 육류 음식이 개발됐다. 그중 도항리 우시장에서 공수한 신선한 쇠고기와 선지로 만든 소고기 국밥은 맛이 뛰어났다. 그 맥을 이어 함안에는 현재까지 한우 국밥촌이 형성되어 있으며 한국 관광공사가 추천한 맛집 베스트 30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함안 소고기 국밥은 한우 사태, 양지, 홍두깨 등을 4시간 정도 끓여 육수를 내고 선지, 대가리를 제거한 콩나물, 무와 함께 장으로 맛을 낸다. 겉으로 보면 육개장과 닮았지만 고사리와 같이 질긴 재료를 넣지 않아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4. 창녕 수구레국밥

경남 창녕은 우시장을 끼고 있어 소가 흔했지만 가난한 이들은 비싸서 먹을 수 없으니 부산물인 수구레로 국으로 끓여 먹었다. 수구레는 소의 겉가죽과 고기 사이의 피부 근육으로 한 마리에서 2kg만 나오는 특수한 부위다. 이는 지방이 적고 콜라겐 성분이 많아 관절에 효능이 좋다. 장날이 되면 주막에서는 수구레를 센 불에 오래 삶아 기름기를 제거하고 강하게 양념하여 전골로 끓였다. 또한 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향신 채소를 많이 썼다. 수구레 국밥엔 콩나물, 우거지, 파, 부추 등이 들어가고 빨간 양념에 매콤한 게 특징이다. 수구레는 곱창처럼 곱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매력적이라 미식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 경상북도

국밥

1. 영천 소머리국밥

영천 공설 시장은 옛 시절 5일장으로 대구 약령시장, 안동장과 함께 경북의 3대 시장 중 하나에 속했다. 옛말에 ‘잘 가는 말도 영천장, 못 가는 말도 영천장’이라는 속담이 있듯 각 도처에 많은 사람들이 영천 시장에서 만나게 된다는 의미를 지닌다. 영천은 조선시대 영남대로가 지나는 중요한 길목이자 물류가 경유하는 교통의 중심지라 장사꾼의 허기를 채워주는 주막이 많았다. 이때 소 머리와 사골을 푹 끓여낸 국밥집이 성시를 이루었고 재료 수급 또한 용이해 지금까지도 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핏물 뺀 소머리와 사골은 10시간 이상 푹 끓이며 고기와 대파를 넣어 이틀간 더 끓여준다. 익은 고기는 납작하게 썰며 대파를 얹어 밥과 함께 먹는다. 오랜 시간 깊은 맛이 우러나 양념을 강하게 하지 않아도 맛이 좋으며 배추 겉절이나 깍두기를 곁들이면 눈 깜짝할 사이 빈 그릇만 남는다.

2. 안동 갱시기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말라는 건 음식에도 포함되는 말이다. 갱시기는 찬밥에 묵은 김치나 콩나물 등을 넣어서 끓이는데 추운 날 따뜻하게 끓여먹는 음식으로 밥시기, 밥국죽 등으로도 부른다. 이렇게 이름이 다양한 이유는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에서 즐겨 먹었기 때문이다. 갱은 제사상에 올리는 국을 말하는데 제사를 마친 후 국에다 밥을 넣어 끓여 먹는 것과 비슷하여 붙여졌다. 먹을 것이 귀한 시절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준 갱식이는 70년대 한국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음식이다. 맛 또한 멸치로 육수를 내어 깔끔하고 감칠맛이 나며 콩나물의 시원함과 신 김치의 새콤함이 조화롭다. 밥이 퍼질 때까지 뭉근하게 끓여야 하며 기호에 따라 파나 간장 또는 소금을 더하기도 한다. 

3. 대구 닭개장 

급식에서 자주 보였던 닭개장은 대구의 향토음식으로, 육개장에서 소고기 대신 닭을 사용하여 만든 음식이다. 삶은 닭의 뼈를 발라내고 잘게 찢는다. 여기에 양념한 배추시래기를 섞고 함께 끓이다 대파와 소금으로 마무리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더운 지역인 대구는 여름철 복날에 닭개장을 먹었다. 이는 육질이 연하고 담백하며 가격 또한 부담 없으니 소고기 못지않았다. 다양한 음식이 발달한 대구는 육개장과 닭개장에 면류를 넣어 육칼로 즐겨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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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1. 강릉 섭국

‘섭’은 참홍합을 뜻하는 강원도 방언이다. 우리가 홍합이라고 알고 먹는 것은 대부분 ‘지중해담치’와로 강원도 동해 인근엔 싱싱한 ‘참홍합’을 구하기 쉽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음식이 발달했다. 홍합은 이외의 재료를 넣지 않아도 깊은 국물 맛을 낼 수 있으며 달달하고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조리법은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고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준다. 여기에 깐 홍합을 넣고 끓이다 찹쌀이나 밀가루에 묻힌 부추를 넣어 걸쭉하게 끓인 뒤 팽이버섯, 파, 고추를 넣고 달걀을 풀어 마무리한다. 참홍합은 크기가 커서 미리 토막을 내어 끓이며 살이 전복처럼 쫄깃해서 양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맛을 자랑한다.

2. 인제 황태국밥

강원도에 황태 국밥이 유명한 이유는 진부령에는 황태 덕장이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명태를 넌 뒤, 강원도 찬 바닷바람에 얼림과 녹임을 반복하다 보면 황태가 된다. 황태는 살이 노랗고 솜방망이처럼 연하게 부풀어 비린내가 나지 않고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황태 국밥은 물에 황태가 잠길 정도로 두었다가 들기름을 넣고 오랫동안 끓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국이 끓으면 약 불로 줄인 뒤 은근하게 조리한다. 그러면 사골처럼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난다. 여기에 강원도 산 감자를 한 바가지 썰어 넣고 굵은소금과 파를 넣으면 강원도 황태국밥 완성. 황태뿐만 아니라 감자에서 나오는 구수한 맛이 어우러져 자극적이지 않고 영양 또한 풍부하다. 한편, 수입 명태는 크지만 싱겁고 퍼석하여 그 맛이 덜해서 고유의 황태국 맛을 내기가 어렵다. 

>> 제주도

국밥

1. 몸국

몸국은 제주 지역의 대표 향토 음식으로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식은 몸을 데우고 열량을 보충하기 위해 즐겨 먹은 것에서 유래되었다. 몸국은 돼지고기 삶은 육수에 불린 모자반을 넣어 만드는데, 모자반 덕분에 돼지 특유의 느끼함은 줄어들고 독특한 맛이 우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취향에 따라 신 김치를 넣기도 하고 국물이 너무 맑으면 메밀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먹기도 한다. 한편, 모자반은 겨울에 채취해서 말려두었다가 찬물에 불려 사용하는데 염분 제거가 중요하며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쓴맛이 난다. 

2. 접짝뼈국

접짝뼈는 사전에 없는 제주도 말로 돼지 앞다리 사이에 낀 흉골을 말한다. 일부 갈비뼈가 포함된 특수 부위라 많은 양은 끓일 수 없으며, 과거에는 혼례에 지친 신부를 위해 별도로 끓이는 탕국이었다. 접짝뼈국은 뼈를 따로 삶아 맑은 국을 내어, 나박 썬 무를 넣고 끓이다 고기를 넣는다. 그 후 쪽파와 소금으로 간하며 밀가루나 메밀가루를 풀어 마무리한다. 그러면 부드러운 고기 본연의 식감과 진득하면서도 고소한 풍미를 맛볼 수 있다. 

3. 각재기국

제주도 여름철 대표 향토 음식인 각재기국. 이때 각재기는 제주도 방언으로 전갱이를 뜻한다. 전갱이는 부패가 빨라 해안과 밀접한 지역에서 즐겨 먹는데 고등어와도 비슷하며, 한때는 워낙 많이 잡혀 가격이 떨어지면서 서민 음식이 되었다. 조리법으로는 별다른 양념 없이 전갱이를 통째로 끓여내며 된장을 풀어 맑게 먹는다. 고등어보다 기름이 적고 살점이 단단해 국으로 끓이기 좋고 얼갈이배추를 넣어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생선국이므로 푹 끓이지 않는 것이 좋고 뜨거울 때 먹어야 비리지 않다. 전갱이는 고혈압과 성인병 예방 효과가 함께 넣은 배추는 장 운동을 촉진시킨다. 

기획, 편집 / 다나와 김명신
자문 / 前 요리매거진 에디터 김예영
글 / 문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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