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그 소주가 맞냐?

한국사람에게 ‘소주’란 마시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녀석이다. 아니 유전적으로 소주가 흐르는 것 같을 정도로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까? 그만큼 소주는 단순히 맛이 아니라 감성이 진하게 녹아든 술이다. 지역마다 마시는 소주가 있고, 짧게 부르는 애칭이 있고, 명대사들도 많다. 이거 마시면 나랑… 아유 또 차였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주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던 마시면 크으하는 알콜이 아니라 다양한 과일맛으로 무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 심지어 민트초코 소주라고? 


앞으로 여름은 소주의 계절입니다

보통 여름은 ‘맥주의 계절’이라고 한다. 시원함을 기반으로 많은 맥주 광고가 쏟아진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다르다. 소주가 제일 열심히인 것 같다랄까? 

(옛날에도 물론 이런 소주들이 나오곤 했다)

갑자기 많은 신상소주가 쏟아진다. 여기에는 몇 가지 추론이 가능다.

  • 코로나19로 이젠 집에서 술을 마신다.
  • 소주를 홈술로 마시면 인싸력(?)이 떨어진다.
  • 고로, 인싸력 있는 소주를 만든다

지난 몇 년 사이 술을 마시는 장소와 마시는 취향 등이 변하였다. 국민 주류인 소주 역시 젊은 소비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과 이색 소주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얼마나 특이하길래 이렇게 분석부터 하냐고? 오늘 마시즘은 편의점/마트에 들어온 신상 소주에 대한 이야기다.


01. 메로나에 이슬(참이슬)

뭘 해도 찰떡 콜라보를 자랑하는 참이슬이 ‘아이셔’에 이어 ‘메로나’와 만났다. ‘메로나주(소주+메로나+사이다)’는 주당들로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의 레시피이기도 했다. 이걸 공식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올 때 메로나!에 이슬!” 시대가 열리는 것일까?

하지만 이번에도 한정판으로 나온다는 것. 자칫 ‘아이셔에 이슬’처럼 출시는 되었는데 일반인들은 마셔보기도 힘든 유니콘 소주가 될지도 모른다. 나왔는데 못 마시면 무슨 소용이람. 그러니 순순히 참이슬은 적당히 많이 생산을 해줬으면 좋겠…


02. 좋은데이 민트초코(좋은데이)

이 녀석은 이미 <적당히를 모르는 민족이 만들어 낸 소주>에서 심층 분석을 하였다. 출시 소식만 해도 이런 게 실제 출시된다고 웅성웅성했지만, 이젠 편의점마다 자리하고 있는 민트초코 소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거 풀네임이 ‘좋은데이 민트초코’였어? 좋은데이라고?

향은 적당히 민트향이 나고, 초콜릿 소주를 마시는 기분이 든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민초소주를 마셨다. 두 병까지는 몰라도, 살면서 한 번쯤은 마셔봐도 좋을 정도다. 관심 있는 민초단이라면 유행도 민초의 시대도 지나버리기 전에 막차를 타보자! 


03. 대선 청포도맛(대선)

대선소주는 ‘샤인머스캣’을 달고 나왔다. 소주와 청포도는 안 어울릴 수 없는 맛이다. 이미 ‘청포도에 이슬’이나 ‘화요봉봉’에서 상큼하고 달콤한 청포도 소주 조합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에 ‘샤인머스캣’을 태워? 더 고급 포도로 가겠다고?

뇌리에 남을 만큼 독특한 조합은 아니지만, 호불호 없이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맛을 택했다. 개인적으로는 바다사나이 같고, 각지고 직선적이라고 생각한 ‘대선’이 이렇게 둥글둥글하게 제품을 낸 것이 큰 반전이랄까? 


04. 레모나 이슬톡톡(이슬톡톡)

한국의 츄하이(?), 한국의 하드셀처(?) 소주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끌고 가던 ‘이슬톡톡’이 ‘레모나’를 만났다. 이름하야 ‘레모나 이슬톡톡’. 소주는 메로나, 이슬톡톡은 레모나라니. 참이슬과 콜라보를 하려면 돌림자를 ‘나’로 맞춰야 하는 것이다(아니다).

게다가 디자인도 너무 잘 나와서 어두운 색깔의 주류 코너에서 등대처럼 빛이 난다. 마셔보니 같은 레몬이지만 ‘레모나’를 생각했을 때 나오는 캐주얼한 상큼함을 잘 가지고 있다. 기분 좋을 만큼의 상큼함. 알쓰인 마시즘 에디터도 “이건 음료네”라고 벌컥벌컥 마실 정도로 부담이 없다. 물론 그 뒤에 바로 뻗었다는 게 문제지만.


05. 화요봉봉 VER.2(화요)

화요는 기존 제품을 변화시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른 음료와 함께 파는 ‘세트 전략’을 추진했다. 이름하야 ‘화요 봉봉 Ver.2’. 지난 화요 봉봉에서는 포도봉봉과 손을 잡았다면, 이번에는 복숭아 봉봉이다. 복숭아 맛 소주? 어우 이것도 못 참지.

화요봉봉은 큰 개발비용을 들이지 않고 영리하게 콜라보를 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집에서 홈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니! 컨셉만 들어도 소장욕구가 가득 올라온다. 물론 ‘화요’나 ‘복숭아봉봉’은 따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에는 말이다.


06. 순하리 레몬진(순하리)

과일소주계의 뿌리 깊은 나무 ‘처음처럼 순하리’가 새로운 옷을 입었다. ‘순하리 레몬진’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것. 앞서 레모나 이슬톡톡에서도 말했지만, 미국을 휩쓸었던 하드셀처 열풍이 한국식으로 바뀐 느낌이다. K-하드셀처라고 하면 혼이 나려나?

순하리 레몬진은 본격적으로 ‘레몬맛’을 강하게 냈다. 알콜을 살짝 섞은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기분이다. 조금 더 취했으면 좋겠다 싶은 분은 ‘순하리 레몬진 7%’라는 스트롱 버전도 있다. 이 정도만 해도 완성도 있는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주에 진심인 K-국민들은 ‘고드름 레몬맛’에 순하리 레몬진을 섞어야 진정한 레몬을 느낄 수 있다나…


소주의 끝은 어디까지 갈까?

(진로, 처음처럼 선배님들은 굿즈의 세계에 가셨다)

돌이켜보면 술에 대한 문화는 계속해서 변해왔다. 부모님이 젊었을 때 즐기던 술, 할아버지 할머니가 젊었을 때 즐기던 술이 다르다. 세대차이가 아니더라도 불과 5년 전의 주류 코너와 지금의 주류 코너는 16비트 게임과 3D 게임의 차이를 보는 것처럼 종류도, 맛도 각양각색으로 변했다. 마시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좋은 일인가!

올여름,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가을, 겨울까지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는 소주의 다양한 맛들을 기대 해본다. 아직 취할 날 많이 남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