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컬리 컴퍼니는 가장 한국적인 비건 스킨케어 제품을 만드는 ‘owndo°(온도)‘와 못난이 농산물 업사이클링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UGLYCHIC(어글리시크)’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단순 비건 뷰티 제품을 넘어 로컬의 문제를 해결하는 브랜드로서의 사명감과 큰 비전을 갖고 조직을 이끄는 김지영 대표님을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Part 1. “로컬 브랜딩이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브로컬리컴퍼니 김지영 대표

Q. 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브로컬리 대표 김지영입니다. 브로컬리는 ‘BRAND+LOCALLY’의 합성어로, 브랜드를 통해 지역과 환경, 소비자와의 상생을 추구하는 로컬 브랜드 컴퍼니입니다. 

Q. 현재 두 브랜드를 운영하고 계시죠. 이들 브랜드의 세 가지 공통적인 키워드가 바로 로컬, 비건, 뷰티인데요. 이러한 시도는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브랜드를 만들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시장성입니다. 어떤 제품이 잘 팔릴지, 시장에서 반응이 더 좋은지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키워드는 ‘로컬’이었고, 로컬의 문제점을 찾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청년층과 소득이 감소하고 ‘소멸 도시’가 되어가는 상황을, 어떻게 브랜드로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이렇게 로컬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은 지역의 문제점에서 시작하여 소비자와 맞닿은 제품을 만드는 것, 그 제품의 시장성을 높이는 방법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Q. 브로컬리의 첫 번째 브랜드, ‘owndo°(온도)’의 탄생 과정을 예로 설명한다면요?

‘owndo°(온도)’의 첫 번째 제품은 EBS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된 전라남도 화순 수만리라는 마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수만리는 ‘한국의 알프스’라 불릴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마을인데요. 이곳 주민은 구절초라는 꽃을 직접 재배/판매하며 수입을 유지해왔어요. 그러나 현재는 구절초를 찾는 이가 없어 구절초가 점점 사라지고 있고, 마을의 수입도 현저히 줄고 있었어요.

전남 화순

그 다큐멘터리를 보고 무작정 8시간의 거리를 달려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저희가 수만리에 도착했을 때도 아름다운 경관에 반해 방치된 빈 땅이 정말 많이 보였어요. 마을 이장님과 살고 계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에는 구절초 꽃으로 가득하던 땅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좋은 효능을 가진 야생초를 어떻게 소비자가 접근이 가능한 브랜드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가장 한국적인 비건 화장품으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Q. 처음 지역 농부와 관계자를 만나 소통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우리가 처음 무작정 찾아갔을 때는 굉장히 반신반의하셨던 것 같아요. 과연 이 친구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례적인 관심으로 끝나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되었겠죠. 자주 찾아뵙지 못해도 올해 수확량은 어떤지 올해 태풍이 들지는 않았는지 원물의 상태는 어떤지 계속 여쭙고 마을의 상황을 함께 지켜보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친구들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구나!’, ‘장기적으로 우리 마을과 함께하고 있구나’하는 마음이 결국 닿지 않았나 싶습니다.

owndo°(온도) 구절초 수분진정 3종 세트

Q. 브로컬리의 두 번째 브랜드는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화장품을 만드는 ‘UGLYCHIC(어글리시크)’죠.  온도와는 또 다른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재배되는 농산물 중 유통채널에 납품할 수 있는 ‘모양이 예쁜’ 상품을 정품, 그 외의 경로로 유통되는 일명 못난이 농산물은 ‘비품’이라고 부르는데요. 어클리시크는 이 비품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만든 유기농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유기농 재배를 하는 소농가 농부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기농산물 재배 과정이 까다롭고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화학적 재배를 하지 않다 보니 생산량이 현저히 낮아요. 농산물이 자라는 과정에서 인공적인 후처리를 하지 않아 모양도 제각각이고요. 이러한 못난이 농산물의 수확량이 전체의 1/3에 달해, 마트 판매만으로는 수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요. 물론 잼이나 주스의 형태로 가공되어 쓰이지만, 1차 가공식품은 유통상의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못난이 농산물은 겉모습만 다를 뿐 영양소는 정품과 차이가 없어요. 이를 유용하게 활용할 영역이 어디일까 고민하던 중, 성인용품 시장을 떠올렸습니다. 지금까지 성인용품 시장은 남성 구매 중심의 제형, 사용감 위주의 제품 선택이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또한, 음지의 영역으로 여겨지다 보니 좋은 성분의 제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었고요. 건강한 유기농 원료를 사용해 여성 친화적인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제주도 유기농 풋귤과 홍성의 유기농 복숭아로 만든 러브젤 2종을 출시하였습니다.

당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목표금액을 2,400% 초과 달성한 오가닉 피치 이너젤

Q.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아무래도 우리 회사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할지가 큰 고민인데요. 대표님은 owndo°(온도)와 UGLYCHIC(어글리시크)의 초기 마케팅을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스타트업은 돈이 없죠(웃음). 그래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브로컬리는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어요. 로컬, 농부님들의 이야기와 어떤 신념으로 제품이 탄생하였는지, 어떤 공정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사용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스토리 콘텐츠로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있어요. 

우리 역시 다른 스타트업과 마찬가지고 광고로 쓸 수 있는 비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팬들과 먼저 적극 소통하며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우리의 활동이 팬분들의 지지를 받고 그들로부터 자연스러운 바이럴이 될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이죠. 

브로컬리의 제품은 따로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친환경 이슈와 더불어 제품이 주목받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UGLYCHIC(어글리시크)의 러브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저희 클럽하우스 토크쇼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 김지양 님과 친환경 성생활용품 샵 대표님이 참여해 주시고, 제품도 많이 알려주셨어요. 

Part2. “제가 만난 여성 창업가들은 경쟁보다 수평적인 연대 의식이 더 강했어요.”  

Q. 로컬 브랜딩을 해오고 계시죠. 어떤 의미를 담고 이 일을 지속하고 있나요?

로컬 브랜딩이라고 하면 매우 멋있고 화려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그렇지만은 않아요. 로컬을 발굴하고, 원물의 가치를 발견하고, 소비자와 소통해야 하는, 아주 험난하고 힘든 과정이에요. 저희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도 길고 오래 걸리거든요. 샘플링도 수십 개 해야 하고 공장에 계신 연구원분들과도 논쟁을 많이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만든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닿아 검증을 받고 또 인정을 받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우리의 모든 활동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고 그 덕분에 느끼는 보람 또한 매우 큽니다. 

Q. 스타트업이 로컬의 가능성을 활용하여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정부의 여러 지원이 필요할 것 같아요.  대표님은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네트워크요. 제주에서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어요. 물리적인 업무 공간뿐 아니라 로컬의 다양한 스타트업, 투자자, 관공서, 농업협동 법인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로컬 스타트업에게 굉장한 힘이 돼요.

Q. 로컬에 여성 창업가들이 얼마나 존재하나요? 또한, 그들 간의 네트워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제주의 경우, 지역을 이끄는 스타트업 대다수가 여성 창업가예요. 저는 제주에서 여성 창업가들의 힘을 더 많이 느끼고 있어요. 제가 느꼈던 여성 창업가들은 경쟁을 통해서 앞서 가기보다는 조금 더 수평적이고 함께 가고자 하는 연대 의식이 더 강한 것 같아요. 열려 있는 연대의식과 개방적인 협동 네트워크를 더 단단히 구축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Q. 로컬에는 ‘아직 기회가 많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도 하는데요. 대표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로컬 브랜딩은 물리적인 접점이 있어야 해서 당장 출장을 가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제가 로컬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지역만이 가진 전통, 문화, 공간이 가진 무궁무진함이 자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를 활용한 브랜딩은 끝이 없겠죠. 

브로컬리는 비건 뷰티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이너뷰티,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식품까지 지역에 적합한 상품으로 계속 확장해갈 예정이에요. 저성장 시대에 지역에 알려지지 않은 자원은 앞으로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현재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사업을 이루는 여성창업자의 시각에서 본 지역별 차이가 있을까요?

저는 기업에서도 일을 해보고 또 창업가로도 몇 년 동안 계속 활동을 해오고 있는데요. 여성 창업가에게 있어서 스타트업 신이 훨씬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성 창업가가 드러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여성 창업가들이 움츠러들지 않고 용기를 내서 밖으로 나와 열심히 활동해 주셨으면 합니다!

Part3. “제가 잘살면서 함께 잘 사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Q. 대표님이 일하면서 지키는 원칙이나 방식이 있다면요?

우리가 브랜드를 알리는 모든 과정은 로컬을 알리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만 앞서 가는 것이 아니라 로컬과 함께 상생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저는 로컬에 관련된 일을 하는 곳 중에 저희가 가장 쉬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 로컬 신에서는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이 많고 무언가를 함께 이끌어가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저희도 어려운 점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 열심히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Q. 로컬 브랜드를 창업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소셜 벤처에 대한 사람들의 ‘환상’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있어요. 소설 벤처는 비영리 단체가 아니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에요. 착한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적인 비즈니스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Q. 그러한 소셜 벤처에 대한 편견이나 허들을 낮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오셨나요?  

유행처럼 번지는 제품을 단기간에 내놓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로컬의 이야기를 담고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어요. 이 과정이 느리지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활동을 지지하는 팬들이 많아지면 극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Q. 이렇게 힘든 과정을 이끌어 가는 대표님 개인의 비전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타주의적인 마음이 아닌,  내가 잘 살면서 우리 함께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브로컬리를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브랜드가 성장하면 로컬에 도움을 주며 소비자에게 이롭고 환경을 지켜 지구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어요. 착한 마음에만 의존하면 현실에 지치기 되기 쉽습니다. 서로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함께 갈 수 있는 에코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브로컬리의 비전이자 저의 비전이에요.

Q.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고 로컬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거나 로컬로 이직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요?

적극적인 동참을 권유해요! 직접 참여하기 어렵다면, 브로컬리의 브랜드를 응원하고, 소비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일에 함께하는 것이기도 해요!

직접 만난 브로컬리컴퍼니는 무엇보다 ‘스토리가 살아있는 브랜드’였습니다. 로컬의 스토리가 두 개의 브랜드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좋은 브랜드만이 가진 ‘진정성’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브로컬리와 함께할 다음 지역은 어디일까요? 느린 듯 하지만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브로컬리컴퍼니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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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및 정리: 스여일삶 신연선, 김수경 에디터
편집 : 구아정, 김지영
영상 촬영 및 편집 : 김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