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궁금한 세 가지 작업물이 뭔지 알아?
박평식님이 찍은 영화, 임진모님이 부르는 노래, 그리고 마시즘이 만든 음료야.”

국립국악원

그렇다. (자칭) 한국음료계의 거장 ‘마시즘’은 지난 4년 간 600여 종의 음료들을 마시고 도장깨기를 해왔다. 솔의눈, 데자와로 시작되어 칸타타 스파클링, 오이맛 스프라이트까지… 때로는 간장국물이나 라면국물까지 리뷰하며 ‘마실 수 있는 모든 것’을 정복하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그런 마시즘에게 기회가 생겼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음료로 출시를 해보자고? 마셔보고 싶은 음료 아이디어야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타투처럼 남아있지!

동치미
(신상음료라면 한번쯤 이 명예의 전당을 탐내지 않나?)

자신만만하게 떠난 마시즘을 보고 ‘음료학교’ 담당자는 만족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음료학교 담당자는 훗날 회상을 한다. “음료를 개발하라고 했더니, 김장을 시작하더라고요.”


느슨한 음료계에 긴장감을 주러 왔다,
마시즘 신제품 프로젝트

(시작은 드립이었으나 끝은 출시하리라…)

마시즘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음료가 만들어진다. 이 소식을 들은 마시즘 멤버들 역시 자신만의 음료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했다. 경쟁을 붙으니 산으로 올라가고 매운음료 요가 파이어, 공기음료 헬륨 에이드, 둘이 먹다 하나가 죽는 러시안룰렛 음료까지 나왔다. 이러다가 음료회사가 아니라 다이너마이트를 만들겠는걸?

다행히(?) 후보는 정상적으로 좁혀졌다. 

  1. 동치미 국물에 탄산을 넣은 까스 동치미 ‘동치미 스파클링’
  2. 제주도 분홍 감성을 느끼는 수제 탄산음료 ’백년초 로제펀치’
  3. 뉴욕에서 태어난 느낌의 솔의눈 리메이크 ‘파인셀쳐’

그렇게.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경쟁자가 되었다. ‘마시고 쓰는 것’에 특화된 이들이 김장을 하기 시작하고, 제주도에 가서 백년초 농장을 조사하러 다니고. 시제품을 직접 만들어 전문 연구원의 미뢰를 파괴했다(?). 요리왕 비룡이 이런 기분이었구나(아니다).


역사와 전통(?)의 맛,
우승은 동치미 스파클링!

동치미
(지난해 직접 만들어본 뒤부터 꾸준히 출시요청을 받았다)

그렇게 첫 번째 출시 음료가 결정되었다. 바로 ‘동치미 스파클링’이다. 음료 덕후로써 한 번쯤은 마셔보고 싶은 음료라면 당연히 동치미 스파클링이 아니겠는가? 치킨무 국물, 냉면육수, 본죽에 딸려 나오는 동치미에 환호하는 사람이라면 알 법한 그런 맛. 거기에 스파클링 까지! 완벽하다. 딱 하나, 멋진 이름이 필요했다. 

동치미 같지만, 동치미가 아닌 이름. 익숙하면서도 유니크한, 화려하면서도 심플함은 모르겠고, 그냥 동치미를 거꾸로 불러보면 어떨까? 그렇게 ‘미치동 스파클링(줄여서 미치동)’이 탄생했다. 뭔가 전입신고를 해야 할 것 같은 이름이라 부제는 ‘시원함에 미친 그곳’이다. 은근 괜찮은데?


호불호 선배님들 긴장하십시오,
큰 거 옵니다

동치미
(중간에 뭔가 함정이 있는 것 같지만, 열심히 했다)

잠깐 감사의 시간을 보낼 때다. 아이디어를 받아준 음료학교, 그리고 발효음료를 만드는 보글보글랩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눈물 섞인 핸드메이드 가내수공업 동치미 탄산음료를 만들었을지 모른다. 

딱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 음료를 8만 캔을 넘게 만든 것이라는 점. 8, 8만 캔이요? 아, 아니… 평생 마셔도 동치미를 이만큼 마실수 없잖아(사실상 시제품들을 마셔보면서 평생 마실 동치미 맛은 다 본 것 같았다).

그렇게 미치동 스파클링이 오기 전까지 여러 전략을 짜 봤다.

  1. 마시즘 사무실 생수통을 미치동으로 전환하여 마시게 한다.
  2. 김치공장에 위장 취직하여 미치동을 끼워 팔아본다.
  3. 냉면집을 차려서 육수로 대신 사용하거나, 군고구마 장사를 하여 끼워 팔아 본다.

하지만 제품을 보고, 맛을 보고서는 그 계획을 수정했다. 내 자식 프리미엄(…)이 붙을 수도 있지만, 평가를 하자면 기억에 남는 독특한 음료다. 또 좋아할 수 있는 상황들이 분명한 음료라고 볼 수 있다.


시원함에 미쳐버린 신상,
미치동 스파클링

동치미

누구보다 빠르게(심지어 보도자료보다 빠르게) 미치동 스파클링에 대한 리뷰를 해보자. 일단 귀엽게 생긴 캔에 속아 어떤 음료 인지도 모르고 마셨다면 깜짝 놀랄 수 있다. 당연히 동치미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섭고, 특이한 패키지지만 맛은 안정적이었던(?) 음료들과는 차별화를 두었다. 

팁이 있다면 컵에 따라두고 마셔야 맛있다는 것(반대로 그릇에 따르면 안 된다). 나름 파워 동치미에서 음료화 교육을 많이 시켜서 유자나 레몬 느낌도 난다. 조선시대에 태어난 사이다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약간 갈비나 한식을 먹을 때 찰떡이다. 반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에게 깜짝 놀라게 할 때도 탁월하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직 마셔보지도 않은 분들이 아이디어를 너무 줬다. 군고구마 옆에서 먹어봐라, 열무 국수를 넣어서 국수를 만들어 먹어봐라, 치킨이나 본죽과 콜라보를 하라… 이것만 다해도 먹방 유튜버로 새로 태어날 수도 있겠는 걸?


마실 수 있는 모든 것,
어디까지 음료가 될 수 있을까?

음료 한 캔을 만들기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마시즘은 다시 신제품을 출시했을까? 당연히 했을 것 같다. 세상에 맛있는 음료는 많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음료를 찾기는 어려우니까. 또 이런 음료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들이 취향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치동이 잘 팔려야겠지? 

과연 미치동 스파클링이 음료라는 한계를 깰 수 있을지 많은 응원을 바란다(아니면 생수 대신 마셔야 해!). 미국이나 일본 부럽지 않은 ‘마실 수 있는 모든 것’의 세계의 문이 열리고 있다고! 

※ 미치동에 대한 다른 이야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