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미 크루와 왁자지껄 회사 탐방 인터뷰를 마치고 한솔 님과 에디터 둘이 남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에디터가 만난 여미의 브랜드 매니저 양한솔 님은 지금-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찾아다니는 자유로운 여행가였어요. 팀과 팀을 연결하는 소통 왕이자 콘텐츠 기획부터 행사 운영까지 해내는 다능인 한솔 님의 하루가 궁금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브랜드 매니저’는 과연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한솔 님은 그 일을 어떤 마음으로 매일 해내는 중인지도 알고 싶었고요. 당신이 여행하는 모든 순간에 여미가 함께하길 바란다는 원대한 꿈을 가진 한솔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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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한솔 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여미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양한솔입니다. 여미에 처음 입사했을 당시에는 굿즈, 행사 등 신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의 오프라인 매니저로 합류했는데요. 현재는 회사 내부의 조직 문화를 구상하고, 대외적인 브랜딩을 기획/실행하는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Q. 브랜드 매니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내부 팀으로 커뮤니티팀, 콘텐츠팀, 제휴사업팀, 경영기획팀, 프로덕트팀이 있고 회사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의 기획/발행 과정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주로 PR이나 내부 세미나, 굿즈 마케팅, 오프라인 행사나 커뮤니티 등을 담당하고 있어요. 뚜렷하게 업무가 정해지지 않은, 유연한 자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는 조직의 여러 부서와 회의하고 협업하는 것이 주된 업무 루틴이에요.

Q. 한솔 님의 이전 커리어는 무엇이었나요? 여미 브랜드 매니저로 합류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여미가 세 번째 직장인데요. 첫 회사에서는 오프라인 축제를 기획했었고, 두 번째는 도시 재생 관련한 사회적 기업에서 공간 운영, 행사 기획을 담당했어요. 이후 여미 오프라인 매니저로 합류하게 되었고요. 제 전공이 연극 연출이라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그런 자리에서 활동했을 때 에너지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제가 여기저기 넓고 얕게 관심을 두는 성격이라 회사에서도 브랜드 매니저로 직무를 바꿨을 때 잘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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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 님이 총괄한 2019 여미 송년회

Q.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한솔 님이 해당 직무를 더 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오셨는지도 궁금해요. 

일단 SNS 채널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주 구독자층이 20대이다 보니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해요.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대외적으로 어떻게 보일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요. 

저도 브랜드 매니저나 마케터를 생각하고 이 직무를 선택한 건 아니라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데요. 제가 동료에게 주로 듣는 말은 ‘레퍼런스가 많다’는 거예요. 제 관심사가 넓고 얇아 다양한 브랜드 소식을 접하거든요. 그때마다 ‘어디에서는 이런 것도 하던데, 우리도 해보는 건 어때요?’하고 자주 제안합니다.

제게 맡겨진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이전에는 스타트업 재직자를 위한 강의 스터디도 했고  지금도 트렌드 관련한 아티클을 꾸준히 읽고 있어요. 최근 들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판단을 내리고 싶어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고요. 

Q. 스타트업에서는 남이 정해준 직무보다는 스스로 역할과 업무를 정해서 일해야 하는 순간이 많잖아요. 직함이 있어도 딱 그 업무만 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맞아요. 사실 기획, 브랜딩, 마케팅은 업무가 뾰족하지 않잖아요. 저 역시 제 커리어를 소개할 때 어떤 강점을 내세울 수 있을지,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개발해야 하는지 계속 고민 중이에요.

제가 브랜드 매니저로 직무를 바꾸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카카오 페이지에서 연재한 멋엇니 시리즈 중 전주연 바리스타 님의 인터뷰를 봤어요. 거기서 진짜 우리의 본질을 말해주는 건, 무슨 일을 하는가 하는 타이틀 뒤에서 그 일을 어떻게 해내는가 이다.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그 말이 굉장히 와닿더라고요. 저 빼고 다들 계획을 세우고 착실하게 이루며 사는듯한데 저는 아무래도 그게 잘 안되거든요. 남들이 어떻게 살든 저는 그냥 무엇을 하든 무난하게, 나답게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브랜드 매니저로 여미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인스타그램 백만 팔로워 달성 기념으로 진행한 ‘백만 잔치’ 행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남산골 한옥 마을에서 진행한 오프라인 행사였는데, 그렇게 많은 분이 와 주실 거라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즐거운 마음으로 가볍게 기획한 행사인데 당일에 오신 분들을 다 수용하지 못한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온라인으로만 뵙던 여미 팬분들도 뵙고, 따뜻한 응원의 말도 정말 많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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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미 백만잔치 당시 행사장을 가득 메운 여미 팬들

Q. 불확실성을 기본으로 하는 여행업계,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불안을 느끼진 않았나요? 

직무와 팀 방향성이 자주 바뀌던 상반기에는 그런 고민을 자주 했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지금은 크게 불안한 건 없어요. 제가 워낙 크게 동요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아요.

여행 업계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긴 했지만, 여행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산업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요. 여미의 주된 상품은 굿즈나 여행 상품이 아니라 콘텐츠이기 때문에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들에 비해 타격을 비교적 덜 받기도 했고요. 

여미는 코로나 이전에 해외여행 콘텐츠를 주로 다뤘다면, 코로나 이후부터 방구석 여행 챌린지나 언택트 여행 발굴 같은 국내 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 과정에서 국내 여행지에 대한 레퍼런스를 쌓고 지자체와 협업하는 등 여러 시도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죠. 예컨대 저는 올해 경상남도 하동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여미가 지역 컨설팅 분야로도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어요. 지역 명물 소개 콘텐츠에서 더 나아가 지역 브랜딩이나 공간 조성도 여미가 한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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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위기를 맞았지만, 오히려 국내 여행지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것이 놀라워요. 지치지 않고 사업을 계속 확장하는 것도 대단하고요. 여미 크루끼리 사이가 매우 돈독해 보이던데,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것도 결국 크루 간의 신뢰와 실력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일 것 같아요. 

크루의 역량은 우리의 자부심이에요. 저는 여미에 입사하고 나서 여미 브랜드가 더 좋아졌어요. 여미 크루는 모두 우리 브랜드와 여행에 진심이고, 그래서 더 능동적이고 적극 일하고 있거든요.

Q. 한솔 님을 여행지로 표현한다면 어떤 나라 혹은 어떤 지역이 어울리나요?

제가 이 질문을 받고 SNS 지인들에게 물어봤는데요. 제 고향인 강원도 강릉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답변이 많았어요. (강릉은 어떤 이미지일까요..?) 강릉에 있는 바다와 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모르겠어요. 그냥 강릉 사람이라 잘 어울린다고 한 것 아닐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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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브랜드 매니저로서 사람들에게 ‘여행에미치다’라는 커뮤니티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브랜드 매니저로서 저의 역할을 스스로 정의하자면, ‘여미가 사람들에게 더 가까워지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모든 사람이 ‘여행’하면 여미를 떠올리기를 바라요. 현재 여미는 콘텐츠와 굿즈로 사람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도록 돕고, 실제 여행지에 가서 도움이 될만한 콘텐츠를 만들고, 여행을 갔다 온 이후 그곳에서의 추억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순간에 여미가 함께하면 좋겠어요. 

올 초 여미 팔로워를 대상으로 브랜드 이미지 설문을 했는데요. ‘여미’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골라달라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 ‘설렘’이었어요. 이를 보고 여행을 떠나는 데에서 여미가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고,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되고 있음을 느껴 뿌듯했습니다.

Q. 앞으로 한솔 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가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아니라 커리어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같은 건 아직 없어요. 다만 ‘저 사람이랑 같이 일하면 잘 되고 재밌어.’라는 평가를 꾸준히 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솔 님이 생각하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깔끔하고 정확하게 일하는 사람. 지금 제게 부족한 부분이기도 해요. 저는 신중한 편이라 결정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데, 나중에 조금 수정을 거치더라도 빠르게 결정하고 시도해보는 것이 협업에서 중요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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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도 정해진 것이 없고 업계가 불안정하기도 한 곳이 스타트업인데요. 그 모든 시험을 이겨내고 자신의 자리에서 계속 커리어를 이어오고 계신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이라는 이름 아래 네트워킹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기뻐요. 다 같이 잘 돼서 언젠가 서로 속한 브랜드끼리 협업도 활발히 하면 좋겠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 흔한 말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코로나19로 여행 업계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우려에도, 여미는 이 시기를 기회 삼아 또 다른 콘텐츠 시장을 즐겁고 영리하게 개척하고 있습니다. 

회사 탐방에서 만난 여미 크루가 좋아하는 일이 업(業)이 될 때 나오는 에너지와 적극성을 가진 이들이라면, 한솔 님은 그 모든 설렘과 들뜸을 신중하고 꼼꼼하게 연결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들이 모여 불확실한 길을 확신 있게 갈고닦고 있었어요. 

여러분은 마음 맞는 사람들과 같은 마음을 공유하며 일하고 있나요? 아직 그런 조직을 만나지 못한 저는, 한솔 님과의 인터뷰 이후 새해에는 꼭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다짐했답니다. 2022년 새해에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우리 모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기를!

인터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스여일삶 김수경, 이재림 에디터 & 운영팀 장서인 팀장

/ 편집 : 구아정, 김지영 / 영상 촬영 및 편집 : 김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