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무쳐만 먹거나 양념장을 끼얹어 먹기만 했던 꼬막! 작은 오두막이라는 뜻의 꼬막은 작고 야무진 껍데기 속에 특유의 톡톡 씹히는 식감과 달큰한 맛을 지닌 보물 중에 보물 같은 맛이라고 하겠다. 특히나 매니아들은 살짝 데치기만 해서 그 꼬막의 핏물까지 들이키는데 이는 우리의 맑은 피를 만들어주는데도 특효다. 작다고 얕보던 꼬막요리의 새로운 도전을 함께 만나보자.

 꼬막처럼 우리네 식재료들은 참 모양대로 예쁜 이름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기와집처럼 일정한 주름을 따라 작지만 옹골찬 꼬막의 속사정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와농자라고 불리는 꼬막

꼬막은 길이 5센티미터에 높이가 4센티미터 남짓한 사새목 꼬막조개과에 속한다. 겉이 매끄러운 홍합이나 모시조개와는 달리 표면에 굵은 골이 파여져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魚譜)라 할 수 있는 김려 선생의 [우해이어보]에는 이 골의 모양새가 기왓골을 닮았다 하여 와농자(瓦壟子)라 적었다. 옛 선조의 작명이 참으로 아름답다.

꼬막은 크게 세종류로 구분하는데 그 종류를 보면 참꼬막, 새꼬막, 피조개로 나눠진다. 필자는 오늘 피조개도 함께 준비해서 요리를 해볼 요량이다. 참꼬막은 고급 종으로 제사상에나 올린다 하여 제사꼬막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귀한 종이다. 일일이 사람이 직접 채취해야하고 반면 새꼬막은 배를 이용해서 대량으로 채취가 가능하니 참꼬막에 비해 가격도 1/3정도로 저렴해서 손쉽게 즐기기 좋다. 참꼬막은 다 크는데 4년이 걸리지만 새꼬막은 2년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가장 최고급 종인 피조개 일명 붉은 피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헤모글로빈을 포함하고 있어서 그렇게 보인다. 조갯살을 발라내면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요 맛이 또 별미다. 기회가 되면 요즘 철에 나오는 피조개도 꼭 즐겨보길 바란다.

 벌교에 가거든 주먹자랑 하지마라

어르신들이 가끔씩 하는 말씀에 전라도 가서는 특히나 벌교에서는 힘자랑도 말고 주먹자랑도 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은 벌교의 지역 특산물 꼬막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기도 했다. 단지 꼬막을 즐긴다고 해서 힘이 세지는 건 아니지만 그 만큼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는 꼬막은 그만한 자양강장의 묘약이요. 보양재료임에는 틀림없다는 소리다.

특히나 벌교 꼬막이 유명한 이유는 앞바다의 생김새 덕분이다.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감싸는 벌교 앞바다 여자만(汝自灣)의 갯벌은 모래가 섞이지 않는데다 오염도 되지 않아 꼬막 서식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어머니의 손길로 채취되는 꼬막

아직도 꼬막은 기계로 채취를 할 수 없는 조개 중에 하나이다. 길이 2미터에 폭 50센티미터 남짓한 널배를 타고 갯벌을 온종일 훑으며 꼬막을 걷어 올린다. 허리까지 푹푹 빠져드는 갯벌에서 한쪽 다리는 널배에 올리고 다른 발로는 갯벌을 힘차게 디뎌 밀면서 온힘을 다 갯벌에 내 쏟는다. 우리네 어머니들이 다 그렇듯 객지에 나가있는 아이들 학비며 혹은 뭐 하나라도 더 살림에 보태기 위한 억척스럽고 투박한 마음이 한몫 하리라

 이게 어디 꼬막뿐이랴 예나 지금이나 여자가 아닌 어머니는 정말 강인하다. 마치 깊은 뻘 속에 제 몫을 움츠리고 양분을 비축하는 꼬막과 닮은 듯하다. 강인한 생명력만큼이나 그 맛도 일품인 게 바로 꼬막이다.

풍미를 더해주는 와인과 함께

 우리는 가끔 특별한 날 혹은 축하의 의미로 와인을 즐기지만 외국에서는 우리네 소주처럼 늘상 먹는 일반적인 술이 바로 와인이다. 포도를 숙성해서 만드는 와인은 특유의 향과 맛으로 술로도 좋지만 요리의 풍미를 더해주는 조연으로도 그만이다. 특히나 해산물과의 조화가 아주 좋은데 화이트 와인의 가볍고 상쾌한 맛이 더해져 비린내도 제거해주고 조화롭게 감싸주는 맛을 내준다. 또한 조개 육수와의 궁합이 최고인데 이 와인으로 찌는 조개의 맛도 일품이다. 그렇다고 또 술을 꺼내지는 말라. 끝도 없이 들어가도 모른다.

꼬막의 고급스런 도전

화이트 와인과 만나 코스요리 부럽지 않다.

꼬막을 살짝 데쳐서 입을 벌린 뒤 요리를 하면 좋다. 특히나 꼬막을 삶을 때는 팔팔 끓는 물이 70~80도 정도일 때 넣고 한쪽 방향으로 휘휘 저어 살이 쏠리게 해 삶아내야 찢어지지 않고 탱글탱글한 꼬막을 즐길 수 있다. 거기에 화이트 와인을 더해 촉촉함과 쫄깃함을 동시에 즐겨보라.

원문: 기며낙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