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데이터의 시대. 이제 비즈니스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정의하고 확보하고 정제하고 분석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는 디지털 혁명 시대가 되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죠.

국립국악원
백승록

그럼 데이터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데이터는 평소 우리가 찾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도와줍니다. 최근 많은 기업이 고객 데이터 플랫폼 ‘CDP’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데요. CDP는 ‘Customer Data Platform’의 약자로 고객의 데이터를 모으고 정제해 분석하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종합 데이터 플랫폼입니다. 이런 CDP의 장점은 고객 데이터를 획득하고 분석해 활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을 이해하고 실제로 마케팅에 적용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해준다는 점이죠.

백승록

데이터를 확보하기 시작해 일정 수준의 데이터가 모이면 빅데이터가 됩니다. 어떤 그룹에서는 빅데이터를 ‘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라고 정의하기도 하며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아키텍처’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이런 빅데이터는 AI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이 분석하기 어려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어떤 서비스를 운영할 때, 어느 순간 잘 이용하던 회원들이 물밀듯이 빠져나가면 회원들이 도대체 왜 나가는지 도무지 알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활용하면 어느 지점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어떤 부분에서 허들이 있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해 회원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죠. 이제는 기술이 발전해 빅데이터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AI 러닝을 하면 어떤 고객이 언제 서비스를 빠져나갈 것인지까지도 예측할 수 있는 고객 예측 시스템도 개발되었습니다.

기업에서 데이터는 업무 효율성을 크게 개선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관인 맥킨지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과 마케팅에 데이터를 적극 분석해 활용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ROI가 15~20% 높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월마트, 나이키, 디즈니까지 세계적인 기업들은 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팀을 신설하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데이터 분석팀 ‘데이터 카페’를 신설했으며 나이키는 데이터 분석회사 ‘조디악’과 데이터 분석 통합 자동화 회사 ‘데이터 로그’를 인수했죠. 그리고 디즈니는 디즈니랜드의 매직밴드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데요. 예쁘게 생긴 매직밴드에는 다양한 IOT기능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디즈니는 매직밴드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디즈니랜드의 붐비는 놀이기구를 시간대별로 분석해 소비자들의 대기시간 감축에 도움을 주고 있죠.

백승록

세계적으로 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가 바로 넷플릭스입니다. 넷플릭스의 데이터 분석팀은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콘텐츠를 제작할 때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데요. 오징어 게임과 같은 히트작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넷플릭스가 고객들의 데이터를 면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찾아서 작품화했기 때문이죠. 이렇게 데이터 분석을 비즈니스 성과로 이은 넷플릭스는 연간 마케팅 비용을 약 1억 달러 절감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데이터는 우리 삶에 편리함을 주기도 합니다. 데이터가 주는 생활 편의성 중 하나는 ‘자율주행차’인데요. 자율주행차에 설치된 여러 대의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소나 등 다양한 측정 도구들은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의 모든 것을 데이터화해서 수집하고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대응함으로써 차가 자율 주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 다른 예시로는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서비스 중인 ‘크라이시스 텍스트 라인(Crisis Text Line)’이 있습니다. 크라이시스 텍스트 라인은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문자로 상담을 요청하는 서비스로 2013년부터 약 500만 건에 달하는 상담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분석을 통해 죽음, 자살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한 사람보다 애드빌, 이부프로펜과 같은 약품의 이름을 언급한 사람의 자살 시도율이 약 14배 높다는 것과 우는 모양의 이모티콘을 사용한 사람의 자살 시도 비율이 11배 높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런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통해 크라이시스 텍스트 라인 상담사들은 더 시급하고 심각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선제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자살률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백승록

최근 마케팅 영역에서 데이터가 잘 활용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초개인화 마케팅 영역입니다. 이제는 광고를 송출할 때 개인이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 제품, 서비스와 관련된 광고만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선별된 사람들에게만 광고를 노출함으로써 초개인화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인데요.

사이트에서 검색을 마치고 다른 사이트로 이동했는데 이전 사이트에서 보던 제품을 광고로 보신 경험 있으신가요? 이렇게 사이트에 이미 방문했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송출하는 광고를 ‘리타겟팅 광고’라고 합니다. 때로는 나를 따라다니는 광고, 나의 특성을 너무 잘 아는 광고가 불편하고 광고가 나의 관심사를 어떻게 알았지 싶은 두려움이 있죠. 사실 이 광고는 개인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이 아닙니다. 대신 모든 모바일 단말기는 AD ID를 가지고 있는데요. AD ID는 단말기를 가진 사람의 특성을 추정할 수는 있지만, 단말기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단말기 소유자의 연령대, 성별 등 개인정보가 제공되진 않는 것이죠. 즉, 단말기 소유자를 특정하는 것이 아닌 단말기 앱, 데이터 흔적을 통해 사용자를 추정하고 AD ID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개인화되는 마케팅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다른 데에 팔려간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죠. 우리나라는 ‘데이터 3법’에 의거해서 모든 기업과 데이터 관련 비즈니스에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법적 근거에 의해 비식별화된 데이터만 수집이 가능하고 특히 식별될 수 있는 데이터와의 결합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에 대해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리타겟팅 광고는 소비자와 기업에게 모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생각을 바꿔서 보면 나를 따라다닌다고만 생각했던 광고는 공해처럼 느껴지는 보고 싶지 않은 광고, 관심 없는 광고를 눈에 보이지 않게 해주며 대신 평소 관심 있고 최근에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혀주죠. 웹사이트에 처음 방문한 사람 중 2%만이 구매 단계로 전환한다는 것 아시나요? 기존에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없는 사람의 구매 전환율을 높이기는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에 관심 없는 사람 대신 관심 있는 사람에게 광고를 노출시키며 더 높은 마케팅 성과를 낼 수 있죠. 이렇듯 소비자와 기업의 니즈가 매칭되는 것이 중요한 마케팅에서 데이터는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백승록

21세기의 원유로 비유되는 데이터는 우리 생활과 비즈니스와 같이 가까운 곳에서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데이터를 모르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No Data No Growth’라고 데이터를 모르면 성장할 수 없다고 단정을 짓기도 하죠. 사실 데이터가 직접적인 답을 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것은 데이터 문해력을 요구하죠. 30년 전 ‘컴맹’이 있던 것처럼, 앞으로는 ‘데맹(데이터 문맹)’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데이터 시대에서 데맹이 아닌 데이터를 지배하는 사람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데이터 문해력활용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백승록

現 IGAWorks CMO

前 디메이저, Group IDD 대표

前 제일기획 디지털 캠페인 그룹 디렉터/팀장

前 대홍기획 마케팅, 광고기획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