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오빠, 회사 사람들이랑 갔었는데 진짜 맛있어.”
“흐응.”

 의정부엔, 신비와 환상의 곱창, 맛집이 있다. 와이프가 지금의 신혼집에서 조금 떨어진 직장에 자리를 잡고, 결혼을 한 얼마 뒤쯤이었다. 회사 사람들과 함께 어떤 식당을 다녀오더니, 물론, 원래부터 지독하게 먹방을 좋아하던 양반이었지만, 여긴 정말 다르다며 흥분과 감동에 가득차서 내게 막 그 자랑을 하는 것이다

 하여 얼마 뒤에 가보기로 하긴 했는데, 문제는, 여기가 정말로 환상과 신비의 맛집이었단 사실이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코로나 이전 옛날 얘기다.) 저녁 5시 30분에 오픈을 하는데 오후 3시무렵부터 대기리스트에 등록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미리부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오픈시간이 되면 앞순번부터 입장을 한다. 그 첫타임에 입장을 하지 못하면, 그때부턴 1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한다. 그리고 6시 넘어서 도착을 하면 그때부턴 2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한다.

 깡통돌곱창은, 그런 식당이었다. 일요일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저녁 시간 전에 일찍 가서 등록을 하지 않으면 최소 한시간, 보통 두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한다. 토요일엔 그 정도가 훨씬 독하다. 그래서 여기에 아내의 친구 부부와도 한두번 가보았는데, 더운 여름날 두시간을 서서 기다리느라 고생한 기억이 있다.

 이렇게 한번 맛보기가 어려우니, 지역주민인 우리로서도 진짜 마음 먹고 가야할 일이었다. 아내와 처음 가보기로 한 날, 그날은 내가 총대를 매기로 했다. 퇴근을 하자마자 달려갔다. 그런데 아차차! 대기번호가, 20번을 넘겼다. 테이블이 18개 정도 되는, 사실 규모가 크지 않은 식당이므로 5시 30분 전에 일찍 간다고 갔는데 그만 첫 순번에 입장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몇 테이블 차이인데도 대기 시간이 한없이 길어졌다. 그래도 괜찮다며 얼마 뒤에 아내가 왔고, 우리는 밖에서 정말로 한시간 정도를 기다린 다음에 식당에 마침내 들어갈 수 있었다. 작은 식당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얼마나 맛집이길래…”

“진짜 맛있어. 너~무 맛있어.”

“흐음…”

 세상에 별다른 맛이라는 게 존재할까. 그래봐야 의정부에, 그래봐야 작다란 골목식당이다. 그리고, 나도 웬만큼 먹어는 보았다만, 곱창이란 게 특별히 맛있을 것이야 있나. 곱이 많으면 싱싱하고 좋은 거라지만. 그래봐야 곱창. 그래봐야 아는맛.

 그렇게 생각하며 앉아있는데, 음식은 지독히도 안나왔다. 홀에 가득한 사람들 사이에 우리만 외따로 남겨진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도 빡치는 건,

 얼핏 봐도, 홀에 테이블은 20개가 안되는데 홀 직원이…8명? 엄청 많다. 한명이 테이블 두어개만 맡아서 서빙하면 되는데 그런데 어떻게 20분이나 안나온단 말이냐. 나는 간과 천엽을 먹으며, 그리고 딸려나온 선지국물을 마시며 허기를 달랬다. 그러니까 한시간을 기다려, 또 홀에서 30분째 대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대체 이런 형편없는 대우를 받는데 어째서. 왜. 와이? 이렇게 사람은 붐비고, 와서는 먹어보고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한단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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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요-.”

“….?”

 그런 의구심은, 일단, 곱창이 나오고 반이 풀렸다.

“어이, 뭐, 뭐야. 초벌 안해?”

“초벌? 왜 하는데?”

“어이 씨. 초벌 안하니까 오래 걸리지. 어쩐지.”

  돌판에 곱창이 올려져나왔는데, 그런데 그것이, 생곱창이다. 초벌을 하지 않은. 그래서 더욱 싱싱한.

 어지간히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들도, 곱창을 초벌을 해서 나오는 곳이 제법 있다. 익히는데 오래 걸리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깡통에서는, 이렇게 사람들을 줄을 세워가면서, 생곱창을 낸다.

“아니…초벌하면, 회전율이…”

 빨라지겠지. 한시간씩 밖에서 서 있다가 들어와 앉아서 지금 40분째 기다리고 있진 않겠지. 그러나, 생곱창이 구워지는 것을 구경해보진 못하겠지.

“이제 드시면 되세요-.”

“네에.”

 그 40분에, 10분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나는 곱창을 집어먹기 전에 마지막으로 홀을 다시 한번 보았다. 20개의 테이블, 8명의 홀 직원. 한 명의 홀 직원이 5분 정도 테이블에 붙어서 일일이 손질하며 구워준다. 그 뒤에도 수시로 술과 국물, 볶음밥 등을 서빙해야 하니 홀 직원을 많이 쓸 수 밖에 없겠다. 그런데 그게 생곱창이니 조리시간이 길어진 것이고 덕택에 대기시간도 길어진 것일 게다. 가뜩이나 술안주 메뉴라 술을 곁들여 오래 앉아있는 손님들이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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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과 함께 마침내 두시간의 기다림 끝에 곱창을 맛본다. 그리고 당연히,

“맛있네. 이건 진짜 맛있다.”

“응 옴뇸뇸.“

 아내는 정신없이, 자신의 최애식당에 와 최애메뉴를 먹고 있다. 나 역시 결론을 내렸다. 여긴, 돈보다 맛에 진심인 진짜 귀한 맛집이다.

 일요일엔 쉬고, 또 저녁 장사만 하고, 또 홀 직원을 테이블 두개 당 한명씩 쓰면서, 생곱창을 대접하는. 장사를,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초벌도 하고 고기 굽는 건 손님에게 맡겨가며 홀 직원을 줄이고 회전율을 높이면 된다. 이미 밖에 사람들이 30명은 서있지 않은가. 그 모든, 수익을 늘릴 유혹들을 물리치고 이 식당이 얻은 것은 단 하나. 진짜 세상 둘도 없는, 이 달고 단 곱창의 고소한 맛.

 그 뒤로 우리는 이따금 깡통돌곱창을 찾는다. 아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식당이지만 대기 없이 먹는 일이 어지간하면 어려워서 자주 가지 못했다. 그럭저럭 특별한 날을 정해 찾는 곳으로 남았는데 그 사이에 또 아이가 생겼다. 아내는 2년여만에 깡통을 다시 찾았을 때 정말 반가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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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는 사이에, 코로나를 거치며 깡통의 영업방침이 조금 바뀌었다. 오픈 시간을 다섯시로 당겨서 이른 저녁 손님을 맞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 덕분에 한바퀴 더 손님들을 받고 내보낼 수 있어서 흉악한 웨이팅이 조금 덜해졌다. 의정부의 상권 지형도 조금 바뀌어 예전만큼 붐비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맛도 그대로. 홀을 가득 채운 직원들도 그대로다. 깡통돌곱창의 멋짐은, 4,5년까지 알바를 계속하고 있는 직원이 있다는 사실로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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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올라오면 드시면 되세요.”

“네.”

당연히, 늘 식사의 마무리는 볶음밥이다. 식빵으로 여러번 기름을 걷어내며 조리를 해주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 없이 먹던 돌판에 그대로 볶음밥이 올라간다. 적당히 소기름을 머금은 볶음밥이 돌판 위에서 누릉지로 완성되는 것을, 이미 배가 적당히 부른 상태에서 바라보는 일이란, 미식의 즐거움과 양심의 가책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배가 불러도 아내는 이 맛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무렴. 누가 이걸 포기하겠어.

 한우곱창이 원래 값나가는 음식이지만 다니는 몇해 동안, 가격도 제법 오르긴 했다. 그래도 아내에게는 이 맛만은, 되도록 자주 보여주고 싶다. 이 맛을 자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더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오랜만에 둘이서 깡통을 다녀오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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