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슬로우 라이터입니다. 오늘은 저의 쇼츠 피드를 가득 채운 저희 집 고양이 필자에 대해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흔하디 흔한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길 고양이지만 저에게 만큼은 특별한 또한 알고 보면 특이한 고양이입니다. 보시기 전에 좋아요와 구독 꾹 눌러 면 필자가 좋아할 거예요. 그치 필자야?

나를 살리러 온 고양이, 나의 구원냥 필자(Pilja) 간택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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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 고양이 필자입니다.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때는 2019년 10월 27일 오후, 화창한 가을 날이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가게 문을 열어두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손님이 문턱을 넘어 들어왔습니다. 바로 이 녀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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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뭐지?

가게 안으로 들어온 이 녀석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저를 흘끗 보더니 냅다 손님이 있는 작업 방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그러고는 야옹 거리면서 애교를 부렸습니다. 그 짧은 찰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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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가지 걱정

이렇게 제가 멘붕에 빠진 사이 녀석은 방향을 틀어 저에게 돌진했습니다. 저는 난생 처음 겪는 일에 크게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손님이 원데이 클래스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미안해” 라고 속삭이며 아기를 살짝 들어 문밖에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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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용 없었어요. 몇 번이고 다시 들어오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그냥 클래스를 진행했는데, 녀석은 내내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혹시 몰라 문을 열어 뒀는데도 나가지 않았어요. 저는 일단 바구니에 폭신한 담요를 깔아주었습니다. 녀석은 바로 쏙 들어가서 더라고요. 그러고는 격렬하게(?) 쭙쭙와 꾹꾹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담의 촉감이 어미 고양이와 비슷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한참을 열중하던 녀석은 부쩍 지친 기색을 보였습니다. 마치 잠 투정을 하는 아기 같았어요. 담요로 파고드는 모습에 왠지 마음이 짠했습니다. 녀석은 숨쉬기가 다소 불편한 듯, 숨을 크게 몇 번 몰아쉬더니 곧 잠에 빠져들었어요. 녀석이 잠든 사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CCTV 돌려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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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로 걸어 들어온 신원미상의 고양이

보시는 그대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제 발로 걸어 들어왔을 줄이야..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는데, 경계도 하지 않고 곤히 잠든 녀석을 보고있자니 ‘길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상황이면 배도 고플 것 같아서 한숨 자고 일어난 녀석에게 밥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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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채운 녀석은 다시 바구니에 들어가 꾹꾹이를 하다가 또 잠이 들었습니다. 그제서야 제 눈에도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고된 길 생활의 흔적들…

푹 쉬고 일어난 녀석은 한결 편안해 보였어요. 혹시 있을지 모를 주인을 수소문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꾹꾹이 삼매경입니다. 다시 보니, 새끼 고양이 치고는 큰 편이고, 다행히 비교적 건강해 보였어요. 눈이라든 몇 군데 치료가 필요한 곳이 있어 보였는데, 하필이면 이 녀석이 들어온 날 일요일이라, 하룻밤 상태를 지켜보다 다음날 병원에 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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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디서 온 녀석일까요? 이때만 해도 한시라도 빨리 주인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수소문 해봐도, 이 녀석을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오밤중에도 폭풍 꾹꾹이 중인 녀석, 어찌나 애교가 많은지 이 작은 녀석 덕분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게 신기했어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한 평화로움이었습니다. 벌써부터 아쉬웠지만, 병원 검사 결과에 큰 이상이 없으면 며칠만 잘 임시 보호하다가 좋은 분께 입양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우리의 첫날이 저물었습니다

다음날, 가게는 임시 휴뮤를 하고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하우스메이트 옆방 언니가 같이 가주었요. 가는 길에 임시로 이름을 지어야 할 것 같아 의논을 했는데 언니가 “신미 어때?” 라고 하더라고요.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신혼 미상의 줄임말이라고 그래서 뽀시래기의 임시 이름은 신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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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결과 신미는 놀랍게도 암컷이었고, 허피스 바이러스와 결막염에 걸려 있었습니다. 예방 접종은 지금 아픈 상태라 당장은 못 하고, 나중에 허피스가 나으면 몇 달에 걸쳐 3차까지 맞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아, 나이는 두 달 반 정도 된 것 같다고 하셨어요. 이 정도 크기면 아마도 어미를 잃어버렸거나 어미가 버린 걸 거라고 사람 손을 탄 아이 같지는 않다고 하셨습니다.

아무튼 임시보호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아 저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사이 정이 들어서 입양을 못 보내면 어쩌나 싶었죠. 저도 옆방 언니도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지만, 고양이를 기를 여건은 아니었거든요. 언니는 출장이 잦았고, 저는 늘 집과 작업실만 왔다 갔다 하기는 했지만.

작업실을 연지 반년 정도밖에 안 돼서 형편이 그닥 좋지 않았어요. 또 원하고 마이너한 취향의 공간이라 그리 유명하지도 않았고요. 둘이 살고 있는 집도 그닥 넓고 좋은 집은 아니었습니다. 둘 다 업장에 올인하느라 사는 집은 연락해도 대충 살고 있었거든요.

신미야, 밥 먹었어요?

신미는 복잡한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에게 계속 안겨 있었습니다. 저를 엄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살겠다고 걸어들어와서 매달리기까지 한 이 아이를 입양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먹먹해졌어요. 하지만 한 생명을 책임지기엔 당장 내가 가진 것이 너무 없었기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둘은 신미가 접종 다 마치고 온전히 건강해질 때까지만 잘 돌보다가 꼭 좋은 곳에 입양 보내자고 결론을 지었어요. 그렇게 신미는 우리의 임시 가족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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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이 아이로 인해 제 삶이 180도 바뀌게 될 줄은. 그렇게 임시 보호라는 명목으로 신미의 동거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신미는 참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었어요. 일단 아팠기 때문에 밥과 약을 꼬박꼬박 잘 챙겨 먹여야 했고 안연고도 하루 두 번 넣어 줘야 했습니다.

궁디팡팡도 수시로 해주고 하루 두 번, 20~30분씩 힘껏 놀아줘야 했고요. 빗질과 양치질도 꼬박꼬박 해주고, 와 얼마나 잘 먹고 잘 싸는지 화장도 수시로 치워 줘야 했어요.

그게 귀찮고 싫었냐고요? 그럴리가 있나요 그 덕분에 제가 사람답게 살 수 있었는 걸요. 사실 신미가 들어왔을 당시 저는 심적으로 많이 힘든 나날 보내고 있었어요. 생활이 불규칙해서 건강도 좋지 않았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피폐해져 있었습니다. 몇 마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상태였어요. 솔직히,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저에겐 삶의 이유도 의지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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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별로 기다려지지 않는 오히려 아침에 눈뜨는 게 괴로 시간 들이었어요. 그런 일상의 한 복판으로 어느 날 갑자기 신미가 걸어들어온 겁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죽은 듯이 누워만 보내던 저는 신미의 밥을 주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장난감을 흔들기 위해 어떻게든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했어요. 신미 밥을 챙겨주는 김에 제 밥도 챙겨 먹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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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맛동산을 캐며 감각이 살아 있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 조그만 녀석이 나름 루틴이 있어서 잘 시간이 되면 일을 방해했는데, 이렇게 해 줘야 잠이 들어서 규칙적으로 잘 수밖에 없었어요.

놀아줄 때까지 책상 밑에서 이러고 있어서 수시로 몸을 일으켜 움직여야만 했습니다. 변변치 않은 물건으로도 그저 신나게 잘 노는 녀석을 보고 웃음 으면서 잊고 있었던 ‘행복’이라는 감정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네, 필자는 저를 그렇게 살게 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필자는 귀여웠습니다. 고양이가 세상을 구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신미가 얼마나 귀여웠는지 말보다 영상으로 보여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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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피스 때문에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이 나오는 거였지만, 그것 마저도 귀여웠어요. 그렇게 임보의 시간은 흘러갔고, 저는 인별 계정에 글을 하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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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신미에게 필자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식구가 되기로 한겁니다. 필자라는 이름은 옆방 언니가 지어 주었어요. 글쟁이 주인의 작업실로 들어왔다고. 그래서 필자가 되었습니다. 필자를 기르기로 한 건 단순히 필자가 귀엽다거나 정이 들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어요.

중간에 입양 모집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대부분 프로필 사진도 없는 비공개 계정으로 입양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왔어요. 물론 좋은 마음으로 연락 주신 분들 이셨을테고, 필자가 정말 사랑스러워서 입양하고 싶은 마음에 연락을 주셨을 테지만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겨울이 머지 않은 10월 말 날. 날이 추워지기 전에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걸어 들어온 이 아이를 자기보다 수십배는 큰 저에게 매달리면서까지 생존 본능을 보여준 이 아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보냈다가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게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제일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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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옆방 언니의 응원과 지원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언니는 “내가 필자의 정식 주인이 될 자신은 없지만, 네가 키우겠다며 필자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의 절반을 부담할게” 라며, 그 말에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었고, 필자는 그렇게 저와 옆방 언니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필자도 우리도 행복한 결말이었어요.

필자와 함께하며 많이 행복했고, 지금도 많이 행복합니다. 하지만 종종 서글퍼지기도 해요. ‘너는 왜 하필이면 나에게 왔을까? 조금 더 형편이 좋은 조금 더 넓은 집으로 갔으면,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있는 분에게 갔으면, 네가 더 행복했을지도 모르는데,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다 누리면서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못난 집사 혼잣말 같은 거랄까요. 하지만 이제 저는 믿어요.

필자는 저를 살리려고 저에게 왔다는 것을요. 서로 같이 살아보자고 왔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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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구하러 온 나의 고양이, 고마운 필자야. 너는 나를 이렇게 살게 하는데, 내가 너 하나 못 먹여 살리겠어? 나는 네가 원하는 최고의 묘생이 뭔지 알 수 없지만, 열심히 배우고 공부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게. 우리 오래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자.

이 영상을 편집하고 있는 와중에도 필자는 보채고 있어요. 필자의 간택 스토리, 아니, 저의 구원 스토리는 이쯤 해야겠습니다. 오늘은 일단, 필자 궁디팡팡 해주러 가볼게요. 지금까지 입양하기로 한 날까지의 영상. 위주로 보여 드렸는데요, 앞으로 필자 양육 기 영상도 자주 올리도록 노력할게요. 그럼 우린 다음 영상으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