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저녁을 갉아먹던 강제적 회식 문화가 점차 자취를 감추면서 국내 주류 소비 패러다임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부장님의 잔을 억지로 받던 수동적 음주 형태에서 벗어나, 개인이 음주 여부와 장소, 종류를 직접 선택하는 ‘능동적 음주’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질병관리청 등 관련 조사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한때 최저점을 찍었던 성인 월간 음주율은 엔데믹 이후 반등하여 성인 10명 중 6명가량이 정기적으로 술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음주 인구의 수 자체보다 ‘마시는 방식’의 변화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억지로 마시는 고위험 음주 비율의 감소다. 강압적인 회식 문화가 약화됨에 따라 남성 전 연령대, 특히 20대와 30대 남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10년 전과 비교해 30~40% 이상 대폭 줄어들었다. 회식 자리에서 이뤄지던 과도한 폭음이 절제되면서 조직적 차원의 음주 압박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음을 보여준다.
반면, 30대 이상 여성층을 중심으로 한 고위험 음주율 및 정기적 음주 비율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더불어, 남 눈치를 보지 않고 퇴근 후 집이나 개인 공간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과 ‘혼술’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흡수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단순히 음주량이 늘거나 줄었다는 이분법적 해석을 넘어, 주류 소비의 주도권이 ‘집단’에서 ‘개인’으로 옮겨간 결과라고 평가한다. 상급자의 지시나 분위기에 맞춰 마시던 주동적 회식은 소멸하고 있지만, 일상의 스트레스 해소나 취향 탐구를 위해 스스로 술을 선택하는 개인 소비는 한층 정교해졌다는 의미다.
결국 회식 소멸이 음주 자체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강요받던 술잔이 사라진 빈자리를 자신의 취향과 휴식을 위해 건네는 능동적인 술잔이 채워가면서, 한국 사회의 음주 지형도는 한층 개인화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