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미국의 유명 등반가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 가 1973년에 창업한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파타고니아

  • 미국 아웃도어 의류 시장에선 노스페이스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2013.08 기준, 레저트렌드 그룹 조사 – 참조 : 조선일보 위클리 비즈 기사 中, 20131116, 류현정 기자 外)
  • 2011년 NYT 에는 자신들이 새로 출시하는 재킷을 사지 말라(Don’t buy this jacket)는 광고를 게첨하는 반면에 소비자들에겐 반짓고리를 증정함으로써 집에 있는 옷을 재활용해서 입으라고 권유. 또한 단추를 다는 법 등 수선에 관한 동영상 설명서를 만들어 공유함.
  • 2007년에 이미 포춘(FORTUNE)誌 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쿨한 기업에 선정되기도 함.

파타고니아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필립 코틀러는 자신의 자서 Marketing 3.0 에서 오늘날의 기업은 이성과 감성을 넘어 영혼을 가져야 된다고 언급하면서 ‘진정성 있는 가치’가 소비자의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한 가치는 바뀌거나 흔들릴 수 없는 기업의 철학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나아갈 수 있는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하다고 역설하면서 그 핵심을 언제나 일관되게 가꿔가야 된다고 말합니다.

물론 필립 코틀러가 얘기한 ‘가치’에 관한 중요도는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양상에 맞물려 탄생되어진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고, 문명의 이기에 반해 본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만들어낸 허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바로 그 가치가 오늘날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에겐 중요한 척도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란 뜻이죠. 특히나, 과잉 정보의 시대에서 말입니다.

오늘 브랜드 이야기의 주인공은 파타고니아(patagonia) 입니다.

기업이 속해있는 산업이나 업종에 상관없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미션을 지닌 기업이기도 합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반드시 위대한 미션으로부터 시작된다는 피터 드러커 박사의 말처럼 그들의 비즈니스는 여느 브랜드와 달리, 위대한 미션을 실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금전적인 수익은 그들에게 있어 결과일 뿐인 것이죠.

파타고니아의 시작

아시다시피 파타고니아는 자연을 사랑하는 등반가나 서핑 애호가들에 의해 성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에 관해 다른 기업보다 좀 더 빨리 인식하고 대처해왔기도 하지요. 1988년 보스턴에서 매장을 오픈한 이후, 매장 내 환기시스템 결함으로 포름알데히드가 배출되어 직원 한 두명이 두통을 호소하자 포름알데히드 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면 옷의 수축과 주름을 방지하기 위해 공장에서 사용하는 마무리 단계인 것을 알고는 모든 제품의 원단을 유기농 면만 골라 만들기도 하고(1996년), 이미 20년도 전에 그들은 쓰레기 중에서도 처리가 골치 아픈 페트병에서 폴리에스테리를 추출하여 PCR신칠라 플리스와 같은 제품도 개발(1993년)하였습니다.

( 어느 기사를 보니 2리터짜리 페트병 4천만 개로 150개 이상의 의류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150리터나 되는 기름을 절약하고 산업 폐기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또한 성인용 의류를 만들고 난 뒤, 남는 자원을 활용해 아동용 의류를 만드는한편, 꾸준히 매출의 1%는 환경단체에 기부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태생적으로 다르게 태어난 이 파타고니아의 제품은 무수히 많은 아웃도어의 경쟁사들 중에서도 오직 <기업의 철학>만으로도 차별화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지니게 된 셈입니다. 물론 그것이 차별화가 될 수 있는 요인에는 그들의 철학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겠지요.

그들의 철학이 보여주는 단적인 예

사실, 파타고니아는 이본 쉬나드 회장이 1972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쉬나드 장비회사의 자회사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금속 재단으로 암벽 등반용 쇠못과 쐐기를 만들었습니다. 그 당시, 등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의 등산 수요가 꾸준히 올라갔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재사용이 가능한 암벽 등산용 쇠못은 암벽을 해치는 주범이 되었습니다. 박고 빼는 반복적인 망치질이 바위의 균열과 변형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직접 경험한 이본 쉬나드는 자신들의 핵심 사업부문이었던 암벽 등반용 쇠못 제작을 즉시 중단합니다. 여전히 많은 등반객들이 아름다운 등반로를 찾을텐데, 그럴수록 아름다움이 사라져갈 것이라는 불안함이 그들의 사업의지마저 바꿔놓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합니다.

“망치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밀어넣거나 제거할 수 있는 알루미늄 초크를 만들면 어떨까?”

그들은 그렇게 새로운 장비를 만들었고 해당 제품 카탈로그에는 암벽 등반용 쇠못이 미치는 환경적 위험에 대해 언급하는 한편, 유명한 등반가에게 부탁해 14페이지짜리 에세이를 작성, 새로 출시된 알루미늄 초크에 대한 사용법을 소비자들에게 알렸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신조어를 생성하여 그 당위성을 알리는데에도 적극적이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클린 등반 (Clean Climb) 이었습니다. 클린 등반은 단어 뜻 그대로 등반가가 암벽의 깨끗한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등반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암벽을 훼손하지 않아야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좀 더 나은 등반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웠습니다.

물론 그 명분은 진정성에서부터 발현된 것이었죠.

patagonia

진정성의 발현, 발자국 연대기의 시작

이렇듯 기업이 사회, 또는 국가 나아가 지구를 위해 생각하고 움직이는 경우는 상당히 드뭅니다. 그도 그럴것이 자본주의라는 이념은 수익에 의해 움직이는 환경이기 때문에 이에 반하는 행위는 사실상 자살 수준으로 볼 수도 있을듯 합니다. 그러나 파타고니아는 그들의 브랜드 철학을 어떻게하면 좀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보일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모두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미니 웹사이트를 오픈하여 제작공정등에 관련된 내용들을 모두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활동을 실제 사례와 더불어 보여줌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된 셈이었죠. 그리고 그들은 이 미니 웹사이트의 이름을 발자국 연대기(Footprint Chronicle)이라고 불렀습니다.

발자국 연대기의 기본 개념은 파타고니아의 전체 기업 활동과 사업관행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옷 한 벌을 만들 때,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좋지 않은 결과로 환경과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을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치부를 드러내고 아픈 부위는 도려내어 더욱 굳건한 새 살을 돋우기 위한 섭리이기도 한 것이죠. 파타고니아의 이본 쉬나드의 조카이자 마케팅총괄부사장인 빈센트 스탠리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파타고니아는 농장이나 공장을 소유하지 않는다. 직원들 대부분은 제품 생산 현장을 가본 적도 없다. 그러나 우리 이름으로 만들어진 모든 것은 반드시 우리에게 남는다. 우리는 파타고니아 제품을 만드는 모든 직원과 파타고니아 상표가 붙은 한 벌의 옷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그 발자국 연대기는 결국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파타고니아의 직원들, 그리고 파타고니아의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국 OEM 공장의 근로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 소비자 – 근로자 모두에게 책임있는 행동을 하기 위한 의지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한 도시의 시민이기도 하고 소비자, 근로자이기도 한 그들의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일하는 것 자체를 의미있는 일로 규정지어 동기부여를 줌으로써 파타고니아가 가진 가치를 자연스레 전이시키게 만드는 게 아니었을까요.

파타고니아의 또다른 고객, 근로자들

어떤 직원일지라도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부끄럽게 행동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파타고니아는 그 부분도 빼놓지 않습니다. 앞서 유기농 제품으로 만들게 된 계기도 매장에서 직원들이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되어 두통을 호소하게 됨으로써 시작되었다고 언급했듯이 파타고니아는 직원 또는 근로자에 대한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생산국 OEM 공장 근로자들에겐 특히나 말이죠. 사실 그들은 2000년대 초반, 공장 기지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저렴한 임금의 노동력을 고려하는 잘못된 선택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공장이 100개 넘어가게 되자 관리 및 운영의 한계가 다가와 결국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하게 된 것인 셈이죠. 또한 그 공장에 근무여건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품질은 떨어지고 납기는 늦어졌으며, 비싼 비용을 들여 다시 제조하는 일에 국면하자 그들은 공장 수를 줄이는 대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긴밀한 공조에 더욱 노력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업 내 사회책임부서는 최소화시켜 실질적으론 전 직원이 사회책임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좀 더 윤택한 생활이 될 수 있도록 급여를 타 업체보다 더 높게 주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지요. 한 걸음씩 책임감 있는 행동을 통해 또 다음 한 걸음은 좀 더 나은 내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그들 스스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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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파타고니아 한국 홈페이지

한국에서 만나는 파타고니아

사실 파타고니아가 정식으로 국내에 런칭된 것은 지난 해 11월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일반 대리점이나 온라인유통업체들이 직매입을 하거나 밴드에 납품을 받는 형식으로 제품을 유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한 2000년대 중반 이후 6조원 정도의 시장 볼륨을 커졌고 고가품이 고어텍스 시장은 세계 두 번째 규모로 성장하였습니다. 다양한 브랜드들이 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했고 일부 대기업에선 하우스 브랜드를 만들어 경쟁의 화룡정점을 찍었습니다.

자연스레 새로운 브랜드 찾기에 혈안이 된 국내 기업들은 미지의 영역인 파타고니아처럼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간직한 이 기업에 딜러권 제안을 하기 시작하였지만 쉬나드 회장은 기형적으로 커진 한국의 시장이 매력적인 한편, 자신들의 철학과 일치할 수 있는 딜러를 찾는데에도 주력하였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파타고니아는 잔스포츠등을 유통하는 중소 패션유통업체인 네오미오와 조인트벤처로 진출하였습니다. 현재 직영점은 3개, 대리점 13개 (백화점 매장 포함), 편집매장 내 5개에 입점되어 있으며 아울렛도 1군데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파타고니아가 성공할 수 있을까

제가 패션유통업체에서 일할 때에도 신규 지점을 오픈할 땐 MD 팀에서 반드시 A급 아웃도어 브랜드 입점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아웃도어 브랜드를 하나 차리는 것은 ‘돈 넣고 돈 먹기’라는 말도 나돌 정도였으니 말이죠. 하지만 성장의 이면을 우리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아웃도어 제품은 기능에 충실한 제품이 먼저인데 반해 우리의 아웃도어 업체들은 브랜드 가치보다는 단순히 유명한 연예인을 광고에 고용하여 알리는데에만 급급하였습니다. 게다가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등장시키기 위해선 매년 4~8억 이상의 모델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 광고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선 당연히 제품 단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셈입니다. 단가를 올리기 위한 방법으론 역시 기능성 강화라는 단어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테고 그 결과, 시장의 경쟁은 더욱 악화되고 서로 차별화를 부각시킬 수 없는데다가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로 전이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실정에 빠져 버린 셈입니다.

특히 악순환 중에서도 광고의 악순환이야말로 기업이 빠져 나와야 하는 블랙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만나는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는 그 어떤 가치도 없이 소비자들에게 그저 선택받기만을 기다리는 우울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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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파타고니아는

사실, 일본의 경우에는 파타고니아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이전에 유통이 되었습니다. 또한 파타고니아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편집매장등에 가보면 대부분이 파타고니아를 취급하는데요, 아무래도 파타고니아 제품의 디자인 자체가 제품의 기능보단 패션에 초점이 맞춰진 일본사람들에겐 더욱 더 어필되었을 거라고 추측합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이미 1980년대부터 모든 비즈니스의 패션화가 진행된터라,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른 기조를 보일뿐만 아니라, 그래서 그런지 일본인들은 품질과 가격 이외에도 기업 성격을 고려하여 구매를 결정하는 성향이 높습니다.

실제로 파타고니아 전 일본지사장으로 역임했던 빌 윌른은 국내 아웃도어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인들은 품질과 가격 이외에 기업 성격을 같이 본다”면서 뛰어난 제품은 물론 환경보호라는 철학을 실천하는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가치가 높게 평가 받았었다고 자평하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파타고니아는 성공을 했다고 해서 다른 제품을 양산하고 대규모 광고를 하지 않았으며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행보를 보였으니 그 가치에 대한 평가는 공정하다는 뜻을 함축적으로 비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러한 그들의 메시지가 , 그들의 철학이 제가 지향하는 목표와 일치하기에 약간은 비싼 금액일지라 하더라도 제품을 일본에서 한 두 가지 구입하여 아주 잘 입고 있습니다. 요즘엔 환율이 더욱 떨어졌으니, 일본에서 사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도 있겠군요.

마치며

저는 브랜드 시스템 디자인을 알리는 일을 하면서 클라이언트에게 반드시 추상적인 목적을 구체적인 비전으로 바꿀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라고 제안합니다. 그렇게 나온 비전을 통해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만들고 이를 꾸준하게 시장에서 노출할 수 있기 위한 방법론들도 제시를 하게 됩니다. 이는 본질적인 물음, WHY 에 대한 답 없인 HOW 와 WHAT 을 결코 이끌어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WHY 없이는 결코 브랜드의 본질을 생성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파타고니아는 자신이 처음 시작한 목적과 WHY 에 대한 물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를 실천하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이윤을 획득하기 위한 목적보단 자연과 교감하고 사회적인 책임을 지는 것을 가장 중시여기는 기업은 다수를 대상으로 광고를 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요. 이를 알고 이를 존중하는 고객들은 스스로 파타고니아를 알리게 될 테니 말이죠.

그들은 아마 오늘도 제가 그린 그래프대로 지구와 인간을 위한 공존을 위해 움직일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