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김병철, 안선희)는 1년 간 세계여행을 하며, 해외에 사는 이민자들을 만나고 있다.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 문화, 사람들 속에서 살아보는 것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기록을 공유하고자 한다.
슬로바키아(해외취업, 슬로바키아로 떠나자 기회가 생겼다)를 떠나 동유럽의 보석 같은 도시 프라하에 도착했다. 이전 도시에선 영어로 진행하는 ‘프리워킹투어’로 관광을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인이 많이 찾는 프라하에서 한국어 ‘프리워킹투어’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우리의 가이드였던 조원경씨를 만났다.
조원경(1991년생)
– 거주지 : 체코 프라하
– 체코 거주 2년 차
– 프라하 투어 가이드
Timeline
2010년 대학 입학
2013년 ~ 2014년 필리핀 6개월, 캐나다 6개월 어학 연수
2015년 2월 대학 졸업
2015년 7월 체코 현지 한국 투어회사 입사 확정
2015년 8월 7일 ~ 체코 도착, 현재 거주 중
나는 프라하에서 출근한다
살면서 외국 생활에 대한 ‘로망’ 한 번 안 가져본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그 로망을 위해 ‘여행’을 가지만, 조원경씨는 여행 대신 직업을 선택했다. 모두가 한 번쯤 살아봤으면 하는 곳에서 진짜로 살고 있는 것이다. 2015년에 첫 출근을 체코 프라하에서 한 그는 이제 프라하 생활 2년째에 접어들었다.
해외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비결? 그는 고등학생 시절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를 관광업계로 결정하고 꾸준히 준비했다. 대학 진학 후 관광학을 복수 전공했고, 영어 공부를 위해 어학연수를 두 번 다녀왔다. 처음엔 외국 생활이 어려웠지만 한 번 나가보니 또다시 나가고 싶어 졌다.
– 좋아하는 일을 빨리 찾은 편이에요. 어떻게 관광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여행도 좋아하고, 관광 서비스업에 관심이 있었어요. 어렸을 때 꿈은 유치원 선생님이었어요. 그런데 대학생 시절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해보니 밀폐된 공간에 오래 있는 게 안 맞는다는 걸 느꼈어요. 사무실이 안 맞는 거죠. 그리고 그냥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좀 더 넓혀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 영어학원 강사를 했는데 영어를 좋아했나요?
전혀 아니에요. 영어 까막눈이었는데 대학에서 관광영어 통역을 복수 전공했어요. 원어민 교수 수업을 들었는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 거예요. 그래도 1년을 악착 같이 버텼어요. 어학연수 다녀오니 그제야 교수의 말이 들리더라고요. 영어를 제대로 공부한 건 어학연수가 처음이었어요.
필리핀 연수 6개월을 하고 돌아왔는데 한국에선 영어를 한마디도 쓸 일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한 달 반 만에 급하게 캐나다 연수를 준비해서 나갔어요. 이렇게 두 번 해외에 갔다 오니 또 나가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그냥 나갈 수는 없고, 앞가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렇게 해외취업으로 한 건가요?
원래는 ‘투어 컨덕터(Tour Conductor)’라고, 여행 인솔자를 하고 싶었어요. 근데 자격증도 필요하고 영어 면접도 준비해야 해서 당분간은 못 나갈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해외취업을 알아보고 가이드로 여기 오게 된 거죠. 친구들이 대학 졸업을 유예하는 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학교에 묶여 있는 느낌이 싫었거든요. 힘들어도 빨리 졸업장 받고, 어차피 나갈 거니까 꼬리 붙여두지 않고 나갔던 것 같아요.
세 번의 기회, 그리고 출국
취업을 그것도 체코 프라하에서 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취업 사이트에서 가이드 모집 공고를 보면 어디든 지원했다. 그러자 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합격한 곳은 필리핀 보라카이 가이드였다. 그런데 때마침 세부에 쓰나미가 덮치자 부모님이 강하게 반대했고 필리핀행은 무산됐다.
다시 도전한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세상은 그 편이 아니었다. 2015년 1월 파리에서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 세 번의 합격 끝에 그는 결국 프라하행 비행기표를 손에 쥐게 되었다.
– 부모님이 해외취업에 반대하지는 않으셨어요?
아빠가 많이 지지해 주는 편이에요. 하고 싶은 거 젊었을 때 다 경험해 보라고 하셨죠. 엄마는 걱정돼서 말리는 편이었고요. 세부나 파리는 반대하시는 게 이해가 됐어요. 프라하에 합격했을 때는 “엄마 나 체코 됐어. 이번에는 정말 가야겠어요.” 했더니, “그래 언제 갈래?”라고 하셨어요. 입사 결정되고 한 달 만에 출국했어요.
– 한국을 떠날 때 기분은 어땠나요?
처음 필리핀으로 어학연수 갔을 때는 무서웠고, 캐나다는 신났고, 여기는 덤덤했어요. 제가 올 때 ‘캐리어’ 2개, 배낭, 이민 가방 1개 들고 왔거든요. 공항에 나오신 대표님이 “부모님이 대성통곡하시지 않았어요?”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얘는 진짜 한국 안 돌아갈 각오로 왔구나’라고 느꼈다고 하시더라고요.
– 프라하 생활은 어때요? 외롭거나 적응하기 힘들지는 않아요?
저에겐 첫 유럽이 프라하라 진짜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마냥 들떴어요. 회사에서도 첫 일주일은 자유시간이니 관광객 모드로 즐기라고 했거든요. 그때는 참 좋았죠. 그런데 교육 들어간 후로는 압박감이 생겼어요. 테스트를 통과 못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중압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한국에서도 역사 공부를 안 좋아했는데 체코 역사 공부하려니까 조금 힘들었고요. 한글로 된 정보가 적다 보니, 체코어로 검색하고 영어로 번역해서 공부하는 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려웠어요. 지금은 너무 좋아요.
– 지내기 힘들 때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저는 자신만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저를 믿으려고 했어요. 한 번 겪고 나니까 지금은 덜 힘들더라고요. 필리핀에 처음 갔을 땐 너무 힘들었어요. 첫 해외생활이니까. 가자마자 한국 돌아가고 싶더라고요. 지금은 세 번째니까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왔는데 끝은 봐야죠. 지금 돌아가면 나 스스로한테도 창피하고요.
– 한국 생활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심적으로는 좀 편해진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사회적 분위기가 항상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잖아요. 한국에서는 그냥 답답하고, 경쟁하는 사회 분위기가 싫었는데 여기서는 제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할까요. ‘한국의 취업 준비생’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났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좋아서 하다 보면 성공하겠죠”
프라하 가이드 생활 2년 차, 회사에서도 가장 젊은 그는 간혹 어리다고 얕잡아 보는 손님들을 만날 때도 있다. 그럴 경우엔 눈을 더 마주치고, 자세히 설명해 주면 어느 순간 그를 달리 보는 손님들의 눈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매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만, 마주하는 손님들의 반응이 항상 다르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그의 모습에 일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회사도 그의 열정을 높게 사, 내년엔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발령을 낼 예정이다. 향후엔 유럽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회사를 차리고 싶다는 조원경씨. 언젠가 그의 꿈을 세계에서 펼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 해외취업에 적합하지 않은 성향도 있을까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은 힘들 것 같아요. 가족이 같이 나오는 것 아니니까요. 막연하게 로망만 가지고, 한국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나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안 나오는 게 나아요.
–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아무래도 언어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나 영어 하나도 못해’라고 자기 자신의 기회를 막기보다는 부딪쳐보라고요. 저도 영어 하나도 못하는데 원어민 교수 수업 들어가서 눈 동그랗게 뜨고 앉아 있었던 것처럼요. 현지 가이드는 한국인 대상으로 하니까 가이드 중에 영어 못하는 사람도 많아요. 할 줄 아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거지, 못한다고 해서 문제되지는 않아요.
언어 문제는 본인이 얼마나 절박하냐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준비가 안 돼서 두렵다는 말도 핑계인 것 같아요. 만약 저처럼 어린 친구라면 가능성이 있으니까 일단 부딪쳐 보고 나와보라고 하고 싶어요. 어차피 실패의 연속인데 계속 실패하다 보면 한 번쯤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글쓴이의 한 마디 : 저희가 만난 분들의 이민 이야기는 그분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과 비교하지도 말고, 함부로 재단하거나 동경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저 사람은 저런 선택을 했구나’라는 정도의 시각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6년 7월 18일부터 1년 세계여행을 떠났습니다.(유럽→남미→북미→오세아니아→아시아) 이민 1~10년차 분 중에 저희 인터뷰 콘셉트에 적합한 분을 알고 계시다면 추천해주세요.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누르면 확인 가능합니다.
[이민자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