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17일 지내면서 느낀 점을 정리했다. 블라디보스토크 3일, 시베리아 횡단열차 4일, 이르쿠츠크(바이칼 호수) 3일, 모스크바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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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산 중고 버스가 많다.
시베리아에 많다. 특히 대우 버스가 많고 경상도 버스가 눈에 띈다. 캄보디아에서도 한국 버스를 탄적이 있다. 어쩌다 노후 버스가 한국의 수출품 중 하나가 됐을까? 다른 나라(예를 들어 일본)는 왜 버스를 팔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세월호는 일본산 노후 선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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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 이미지가 좋다
마트에 가면 한글이 적힌 제품이 꽤 보인다. 맥심 커피, 레쓰비 캔커피, 치약 등. 블라디보스토크엔 심지어 고추장, 된장도 있다. 특히 라면 진열장에 한국 라면의 강세가 도드라진다. 네모꼴의 도시락은 여러 맛 별로 판매하고,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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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화가 잘 안 터진다
한국 통신망이 훌륭하지만 엄청 비싸다는 걸 다시 느낀다. 러시아는 시내엔 4G가 되지만, 차로 30분 정도만 벗어나면 3G로 바뀌고, 1시간 정도 나가면 아예 네트워크가 잡히지 않는다. 포켓몬 고도 못한다. 주요 통신사는 3개인데 다른 주로 넘어가면 사용 할 수 없는 심카드도 있으니 조심하자. 근데 통신비는 무척 싸다. 난 MTC에서 3GB 심카드를 1만원 정도에 샀는데 7GB를 무료로 더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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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디든 외투를 걸 수 있다
겨울에 두터운 외투가 필수인 곳이라 옷걸이가 곳곳에 있다. 화장실 칸에는 반드시 있고, 세면대 옆에도 있어서 편리하다. 식당 등 건물에 들어가면 외투와 가방을 맡길 수 있는 물품보관대가 있다. 심지어 작은 클럽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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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차가 똥을 뿌리며 달린다
시베리아에서 3등석 기차를 타면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변기 물을 내리면 바닥이 열리면서 철로 바닥을 볼 수 있다. 똥 오줌을 뿌리며 달리는 기차. 그래서 역 근처에 가면 승무원이 화장실을 잠갔다가 출발하면 다시 열어준다. 인도 기차의 화장실도 바닥이 열리는데 거긴 쭈그려 앉는 화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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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창문은 삼중창이다
추운 나라인만큼 창문은 삼중이고 현관은 이중이다. 상대적으로 덜 추운 모스크바는 이중창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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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운전석이 좌우가 섞여있다
한국과 같이 자동차가 우측 통행이지만 시베리아엔 일본에서 수입한 차가 많다. 그래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를 만나기 쉽다. 일본과 가까운 블라디보스토크엔 이런 차가 대다수다. 유럽과 가까운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트크에선 전혀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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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레닌은 어디든 있다
모든 도시 중심부엔 레닌 동상이나 도로가 있다. 또 혁명 전사를 기리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다. 그리고 그곳엔 항상 포켓몬 체육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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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눈을 마추지지 않는다
러시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과 비슷한 면이 많다. 유럽 사람들과 다르게 상대방을 인식한 후에도 눈을 마추치거나 인사를 건내지 않는다. 우리가 모르는 사람과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애써 피하는 어색한 그 느낌 그대로다. 그리고 거의 웃지 않는다. 그렇다고 친절하지 않은 건 아니다. 츤데레다. 신기하게 아이들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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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술보다 차를 더 마신다
주식은 호밀빵이고, 식사에 차가 빠지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중국을 통해 차가 들어와서 차 문화가 발달했다. 영국 사람들보다 더 많이 마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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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칸마다 뜨거운 물이 나온다. 시원한 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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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방인 취급을 하지 않는다
블라디보스토크와 몽골 바로 위에 있는 이르쿠츠크는 원래 몽골, 부랴트 사람들이 살던 곳이다. 그래서 아시아 사람이 길을 가더라도 전혀 주목받지 않는다. 모스크바도 비슷했다. 다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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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일본 여행자가 없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한국 사람에게만 로망인가 보다. 대개 일본 여행자들이 개척한 곳을 10년 후에 한국 여행자들이 찾는데, 시베리아에서 일본 사람을 전혀 만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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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중국 관광객은 있다
매우 많다. 러시아 가이드가 중국어를 유창하게 해서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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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미국을 싫어하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성조기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러시아에 가서 내 인식이 아직도 냉전 시대에 머무른다는 걸 깨닫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