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또 3개월이 지났다. 시간이 흐른 만큼 우리의 이동 거리도 한국에서 점점 멀어졌다.(편집자주 : 원문은 2017년 1월 13일에 쓰였음을 밝힙니다.)

국립국악원

유럽 여행의 종착지였던 포르투갈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항공편은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니, 있었지만 비쌌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조금 우회해서 미국 들어가기. 여행 좀 다녀 봤다는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우리는 모로코로 향했고, 모로코에서 코펜하겐을 경유해 아메리카 대륙에 닿을 수 있었다.
점점 추워지는 겨울이라 북미 여행을 다 끝내지 못하고, 서둘러 미국 여행을 끝낸 뒤 남쪽으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우리는 멕시코를 거쳐 지금, 콜롬비아에 있다.


2/4분기 87일 동안 사용 비용은 약 1600만 원이다. 4개 나라 15개 도시를 다녔다. 비싼 미국 땅에서 한 달이나 지내고 비행기 이동이 많다 보니, 적지 않은 비용을 사용하게 됐다. 자세한 항목은 아래를 참고 하기 바람.

지난번 정산(1/4분기 유럽 정산기)과 마찬가지로 이동 비용은 도착하는 곳 기준으로 포함시켰다. 예를 들어 모로코-미국 항공권의 경우 미국 교통비에 포함되어 있음.

[전체 지출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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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지출 항목] : 식대에 팁이 포함된 경우가 대부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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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로코
모로코 수도인 마라케시와 서핑을 하기 위해 타가주트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 있었다. 마라케시에서는 1박 2일 사막투어를 했는데, 혹시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2박 3일짜리를 하거나 아예 사막 근처의 도시로 이동하는 걸 추천한다. 거의 하루 종일 마을버스에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라케시는 ‘리아드’라는 전통 숙소가 많은데 가격도 비싸지 않고 조식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편하게 지낼 수 있다. 모로코의 단점이라면 대부분의 식당에서 모두 똑같은 전통음식(타진 또는 꾸스꾸스)만 팔기 때문에 메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 그래도 치킨 타진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타가주트는 아가디르라는 주 안에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서핑하러 오는 유럽 관광객이 많다. 작은 마을이지만 생각보다 아주 저렴하지는 않았다. 서핑 연습을 위해 간 곳이었는데 컨디션 난조와 파도가 좋지 않아 서핑은 정작 많이 못했다.

모로코는 프랑스 식민지였으면서도 지리상으로 스페인과 가까워 영어보다는 불어나 스페인어가 더 많이 사용된다. 메뉴판도 불어 메뉴판이 먼저 있고, 그 다음 영어 메뉴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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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
모로코에서 거리상 미국 동부가 가까워 일단 뉴욕으로 들어갔다. 뉴욕은 이미 둘 다 가 봤기 때문에 다른 일정은 전혀 잡지 않고, 인터뷰가 있는 버지니아에 가기 위해 워싱턴 DC를 3박 4일 다녀왔다. 그 후, 서부로 이동해 샌프란시스코-요세미티-라스베가스(그랜드캐년)-LA-댈러스를 거쳤다.

워낙 물가가 비싼 곳이라 숨만 쉬고, 먹고, 자는 것만으로도 돈이 줄줄이 나갔다. 샌프란시스코 관광 후에는 차를 렌트해 요세미티-라스베가스(그랜드캐년)-LA까지 자동차로 이동했다. LA 관광 후에는 친구가 공부하고 있는 댈러스에 열흘 정도 머물러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비용이 많이 든 부분은 자동차 렌털(58만 원, 10일)과 그랜드캐년 경비행기 투어(62만 원), 남편 아이폰 구입(50만 원)이다. 모로코에서 한번 투어를 해 봤기 때문에 그랜드캐년은 선배에게 추천을 받아 경비행기 투어를 이용했다. 결론은 경비행기 선택은 탁월했지만, 그랜드 캐년이 별로였다. 우리는 그저 황량한 그랜드 캐년보다 나무와 물과 산이 있는 요세미티가 훨씬 좋았다.

그나마 경비를 조금 아낄 수 있던 부분은 비싼 뉴욕 숙소 대신 뉴저지 친구 집에서 4일, 장기간 머물렀던 댈러스 친구 집에서 10일을 지낼 수 있었던 게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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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멕시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곳이 멕시코다. 멕시코에서는 수도인 멕시코 시티, 인터뷰 때문에 갔던 산업도시 몬테레이, 칸쿤과 인접해 있지만 더 저렴한 플라야 델 카르멘 세 도시에 머물렀다. 미국에서 넘어온 터라 체감 물가는 엄청나게 저렴했고, 약간의 스페인어만 할 줄 알면 지내는데도 큰 무리는 없었다. 멕시코는 도시 간 비행기를 이용하고,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서 그 비용이 꽤 많이 나갔다. 나는 오픈워터와 어드밴스드, 남편은 어드밴스드만 해서 거의 100만 원 정도 사용했다.

처음 멕시코 시티에 도착했을 땐 겁을 먹고 저녁엔 호스텔 금방 300M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다니다 보니, 우리 숙소는 정말 번화한 대로변 옆에 있었고 멕시코 시티는 밤에 다녀도 전혀 위험하지 않은 곳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밤에도 활보하고 다닌다) 박물관, 전시관의 수준도 상당히 높아 만족도도 상당히 높았고, 우린 피라미드만 갔지만, 교외 지역도 가 볼만한 곳이 많았다.

몬테레이는 인터뷰 때문에 짧게 방문했는데 3박 4일로 있기에 정말 딱 좋았다. 도착하는 날 동네에 엔틱 마켓이 열려 첫 이미지도 좋았고, 유명하다고 찾아간 공원도 정말 잘 되어 있었다. 특히 우버가 잘 되어 있어서 이동할 때는 편하게 택시로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플라야 델 카르멘. 너무너무너무 강추하는 곳이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칸쿤이 너무 비싸다는 것과 다이빙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세노테’라고 불리는 동굴 같은 곳에서 하는 다이빙도 역시나 매력적이었고. 일주일 조금 넘게 있었는데 하루하루 시간 가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언젠가 또 한번 2주 정도 일정으로 다시 한번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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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콜롬비아
남미를 여행한 많은 사람들 대부분이 콜롬비아가 너무 좋다고 그랬다. 그 이유가 뭘까 했는데 우선 사람들이 정말 착하고, 그다음은 물가가 엄청 싸다는 것과 아마도 세 번째는 어딜 가나 초록이 많다는 것인 듯하다. 콜롬비아는 인터뷰 때문에 먼저 보고타에 갔다가 메데진에서 칼리로 이동했다.

보고타는 너무 짧게 있기도 하고, 고산지대라 그런지 컨디션도 별로 안 좋아 많이 다니지 못했다. 무엇보다 연말이라 대부분의 박물관, 상점들이 문을 닫아 볼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었다.

메데진은 마약의 도시로 알려져 있어 엄청 위험하다는 느낌을 주는 곳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위험한 동네가 있다. 그런 곳만 가지 않으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6일 정도 넉넉하게 있었는데 하루하루 채워서 관광할 수 있을 만큼 볼거리가 있었다. 새벽까지 놀다가 3시, 4시에 숙소에 오는 손님들도 여럿 있었다.

칼리는 살사와 스페인어를 배우러 왔는데 이틀만 배우고 말아서 나머지 기간엔 내내 숙소에서 인터뷰 정리만 했다. 그래서 생활비 외에 나간 비용이 별로 없음.

콜롬비아는 너무 도시만 다닌 게 조금 아쉽다. 아예 칼리 일정을 확 줄이고 에콰도르를 빨리 넘어가는 게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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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아직까지는 큰 사건, 사고는 없었다. 배낭이 두 번 제 때 도착하지 못했지만 다른 곳으로 떠나기 전에 돌려받을 수 있었고, 도난품은 공항 직원이 훔쳐간 내 선글라스와 남편의 맥가이버칼뿐이다. 이제 본격적인 남미 여행의 시작이다. 이번 주말 에콰도르를 시작으로 남미에서 유명하다는 관광지 중심으로 다닐 예정이다. 이 말은 즉, 비싼 곳만 간다는 얘기다.

6개월 동안의 지출이 생각보다 커 남미 이후의 일정은 3개월 후에 다시 고민해 봐야 할 듯하다. 어쩌면 생각보다 일찍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염치없지만 후원금은 계속 받겠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다음 3개월 정산 때도 무탈할게 글을 쓸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