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와 대등할 수는 없으나,

산딸기_01

야성적인 딸기

붉은 알갱이가 서로 오밀조밀 모여 속이 깊은 바구니 모양을 만들어 냈다. 알갱이 끝에 한 올 한 올 돋아난 털까지 보면 영락없는 ‘야생’의 딸기, 겨울부터 먹어오던 매끄럽고 발그레하던 딸기가 곱게 자란 온실 속 화초라면, ‘산딸기’는 갖은 비와 바람, 햇빛을 부단히 이겨내어 한 성깔 할 것 같은 ‘거친 녀석’이었다.


산딸기_02

라즈베리(raspberry)라고도 불린다.

북아메리카와 유럽이 원산지인 라즈베리는 고대 로마시대 때부터 재배되었다고 한다. 이것을 17세기 영국에서 다양한 품종으로 개발하였으며, 19세기에 북아메리카로 넘어가 품종의 개량이 이루어졌다. 그것이 점차 세계로 퍼져 현재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흔하게 재배되는 작물이 되었다.

여기서, ‘라즈베리’라는 말은 열매가 열리면 서로 다른 색과 맛, 효능으로 세 가지 종류가 달리는 것을 통칭으로 부르는 말인데, 엄밀히 따지면 ‘블랙 라즈베리, 레드 라즈베리, 퍼플 라즈베리’라는 명칭으로 나뉜다. 이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산딸기와 복분자 등으로 이름 붙여 부르고 있다.


산딸기_03

이른 시기에 산딸기를 만나다

겨울 철부터 출하되기 시작했던 딸기는 봄에 다가서며 시설재배에서 노지재배로 바뀌게 된다. 그럼 재배물량은 기존의 시설재배보다 월등히 많아져 가격은 떨어지나 좋은 상태의 딸기를 찾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그 이유는 과육을 보호하는 과피가 없어 바람과 따뜻해지는 기온을 그대로 견뎌야 하기에 금세 하루를 못 버티고 물러지기 때문이다.

그렇담 그 시기를 노린 것일까? 우리나라 산딸기의 주산지인 ‘김해’에서 올해부터 하우스 재배를 통해 이달, 산딸기를 첫 출하 하였고, 벌써 시중에서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산딸기의 제철은 아무리 이르다 해도 5월 말, 그로부터 7월 정도 까지만 이어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요즘 시기에 딸기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으니 아깝지 않은 가격이라 생각된다.


산딸기_04

작지만 이로운 베리(berry)

산딸기에는 블루베리와 같은 ‘안토시아닌(anthocyanin)’성분이 풍부해 눈 건강에 좋으며, 특유의 시큼한 맛은 ‘비타민C’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이것이 피부미용과 피로회복에 좋다. 특히, 에스트로겐 성분과 비슷한 ‘피토에스트로겐 (phytoestrogen)’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불임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하나, 산딸기는 햇빛이 잘 드는 양지에서만 재배가 이루어지는 과일이어서 일까, 따뜻한 성질이 강하기에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과도한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산딸기_05

딸기와 대등할 수는 없으나

풍부한 식감과 달콤한 맛, 입안에 넣었을 때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지긋한 향의 딸기들은, 겨울부터 이어왔지만 그 맛이 질려질 수는 없었다. 그렇기엔 너무나 향기로웠으니 말이다. 그런 독보적인 것에 거친 모양을 내밀고 “날 먹어봐”하는 듯한 너의 모양새는 그다지 반가운 맛도 아니기에 그 등장이 마냥 다정하게 받아들여질 수는 없었다.

하나, 누군가에겐 가장 좋아하는 과실이고, 그 알찬 속내가 딸기 저리 가라 이지 않은가, 그러니 부단히 너의 자리를 지키길 바란다. 대체될 수 없는 너의 존재감으로 말이다. 시대의 비교에 밀려 자신감마저 잃어버린 젊은 이들에게 응원이 될 수 있도록


산딸기_06

산딸기를 맛보다

시뻘건 알갱이의 집합체가 만들어낸 성과는 이리 괴상한 모양에 딸기이다. 어떤 맛일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훌륭한 생김새. 낱알을 하나하나 먹기에는 도통 무슨 맛인지 알 수 없을 것 같아 과감히 한주먹을 들었다. 알갱이에 하나하나 돋아난 털 때문일까, 보드라운 느낌이 점점 더 그 맛을 알 수 없게 만들었기에 지체 없이 입에 넣어 가득 씹기 시작했다.

이를 맞부딪힐수록 씹히는 것이 아니라 모여있던 알갱이가 흩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흩어진 알갱이가 다 분리되자 하나씩 깨지기 시작하였고, 씨를 씹는 듯 조금은 단단하며 시큼한 맛이 입안에서 드문 드문 형태를 드러냈다.

진한 맛을 내던 딸기는 목을 넘긴 후에도 그 향을 입안 가득 남겼다면, 산딸기는 남김없이 목을 타고 넘어간 듯 뒷맛이 깔끔했다. 두드러지는 맛보단 무심한, 그래서 그토록 찾아 먹거나 기다리거나 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부담 없이 입에 들어가는 맛임엔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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