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에 본격적으로 재배된 부산의 특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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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

4월은 완연한 봄에 접어들고 제법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오후의 연속이었다. 겨우내 활기를 잃었던 입맛이 한창 되살아나는 시기. 지천에 향긋한 먹거리가 눈에 띄게 늘었고, 봄동과 곤드레, 두릅 같은 다양한 봄나물의 향연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겨우내 고정적 이였던 과일도 새로이 일 년을 되돌아 등장하기 시작했다.

토마토 같으면서도 어딘가 다른 느낌을 가진 이것, 단단한 살과 표면에 보이는 선명한 섬유질, 밑 부분에 초록의 무늬가 인상적인 부산 강서구 대저동의 명물 ‘대저 토마토(짭짤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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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이’라는 별명

부산하면 생각나는 것이 뭐가 있을까, 광활하게 펼쳐진 하늘과 경쟁하려는 듯한 바다와 어묵, 돼지국밥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중에서 과일을 말하라 하면 주저 없이 ‘짭짤이’라 말하고 싶다.

짭짤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이 토마토는 엄연히 ‘대저토마토’ 혹은 ‘고당도 토마토’라는 정식 명칭이 있으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부산 강서구 대저동의 지명을 따 지어지게 되었다.

짭짤이란 별명을 갖게 된 이유가 있을까?
대저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정도를 대표로 이야기하고 있다. 말 그대로 짭짤한 맛이 나서 짭짤이라 부른다는 것과 일반 토마토보다 3배 정도 가격이 더 나가, 농민들한테 짭짤한 수익을 내어준다 하여 ‘짭짤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무엇이 맞건 무엇하나 틀리지 않은 말 임에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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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부산 대저동에서만 자랄 수 있는 이유의 속사정

부산 대저동에서 자라는 토마토만 유독 짭짤한 맛을 낼 수 있었던 까닭은, 따로 종자가 있는 것이 아닌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바닷물과 밑물이 만나는 낙동강 삼각주에 자리 잡은 대저동은 바닷물이 들고 나면서 풍부한 천연 미네랄 성분이 토지에 스며들게 되고, 그것을 토마토가 빨아들여 이렇게 짭짤한 맛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하우스 재배로 출하시기를 앞 당겨 재배 작기가 긴 겨울이 주작기이며, 성숙기간이 40여 일인 일반 토마토보다 두배 이상의 시간을 더 성숙하기에 보다 단단한 과육과 높은 당도를 지니게 되었다.

하나, 이렇게 되기까지는 힘든 날을 셀 수 없이 지나왔기에 가능했다. 과거 강서구는 살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대저동과 명지, 가락동이 모두 강으로 둘러 싸인 이곳은 홍수가 자주 들어 농사를 짓기 어려웠고, 강이 갈라놓은 마을은 나룻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갈대숲을 밀어 농토를 이루었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지만, 결국 현대에 들어 강서구 하면 명지 대파, 소금, 낙동 김, 그리고 대저 토마토를 떠올리게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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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그리고 빛

과거, 그들은 포기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끊임없이 시도하고 일어선 끝에 지금을 완성해낼 수 있었다. 과거는 그랬다. 우리의 부모와 그들을 감싸던 더 위대한 분들의 역경이 지금을 완성시켰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보여준 대표가 바로 농민들이었다.

그렇담 지금의 우리들은 노력하지 않는 인간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어느 세대와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쉽게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저 도움 없이 스스로 해나가기 위한 시도는 매번 꺾이는, ‘노력’하나론 쉬이 이겨낼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냥 세상을 탓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잔인할 뿐인 ‘노력해라’라는 의미 없는 조언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끝없이 방법을 모색하자. 지금을 뚫고 나아갈 ‘방법’. 앞서 그들이 끝끝내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가 아닌, 그러니 꺾이더라도 무너지지는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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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토마토를 맛보다

따뜻한 햇빛이 당연한 날들인 봄의 어느 날, 대저 토마토 하나를 들었다. 초록빛이 선명한 것과 붉은빛이 살며시 올라온 것, 이 두 가지의 토마토는 모두 단단한 과육을 지니고 있었다. 일반 토마토와 달리 선명한 섬유질의 무늬와 단단한 촉감은 왠지 ‘떫은맛’까지 상상하게 만들었다. 이내 궁금은 행동을 낳았고, 행동은 토마토를 반으로 잘라 내었다.

역시나, 속은 꽉 차 있었고 자르는 내내 과즙이 일반 토마토와 달리 거의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반조각을 입에 한 가득 넣어 씹기 시작했다.

씹는 순간 터지는 과즙과 함께 짭조름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것과 대등한 단맛이 뒤를 동행하였고, 단단한 과육은 사각 거릴 정도에 식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과즙이 먼저 목을 타고 넘어갔지만, 마치 과육 자체가 그 맛을 지닌 듯 계속해서 짭쪼름함이 남아 있었다.

대저동의 명물임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맛

짭짤이는 너무 작거나 크지 않은 중간 크기가 좋으며 단단해야 한다. 붉은빛이 도는 것은 짭조름한 맛보다는 단맛이, 푸른빛이 도는 것은 짭조름한 맛이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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