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교감할 수 있는 서른 살 청년이 식물들의 제보와 도움을 빌려 사회악을 밝혀내고 정의를 구현한다.

보복

자기가 친일파의 자손이라는 것을 알고 그 충격에 대인기피증에 말까지 더듬으며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신비한 능력이 있는데요. 그는 식물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채널링.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와 주파수가 일치할때 의식을 교환하거나 소통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그는 강원도 화천 다목리라는 지역에 수목원을 차리는데요,

사실 이곳은 수목원을 빙자해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의 앙갚음을 대신해주는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 입니다.

이곳의 제보자는 나무들입니다.

나무들이란 마치 cctv처럼 어디에나 있어서 온갖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이죠.

오늘도 제보가 한통 들어오는데요.

“안녕하세요, 회화나무라고 합니다.”

“길상목으로 알려진 나무를 직접 만나게 되어 저도 반가워요. 멋진 외형을 가지고 계시네요. 무슨일이세요?”

“우리가 사는 공원에서 한 남자가 고양이의 이마에 에어타카로 대못을 쏘았어요. 네마리나 맞았는데 한마리는 죽었어요. 내버려 두면 더 많은 고양이를 죽일지도 몰라요”

마음이 착한 이 남자는 100살이 넘는 거수들과 회의를 하고 응징한 일인지를 검토한 후 보복에 들어갑니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에게는 빙의목으로 똑같이 고통을 느끼게 함으로써 복수해주는데요.

“대못 일발 장전” “이마에 발사”

아악 아악 갑자기 왜이렇게 아픈거야아!

‘보복전문대행 주식회사’는 동물 학대범 뿐만아니라 뇌물 수수, 직권 남용을 서슴지 않는 국회의원, 사실을 왜곡·은폐한 기사를 실어온 언론 등 정의롭지 못한 자들을 혼내줍니다.

그리고 강물을 고이게 해 썩게 하고, 생태계를 교란시켜 떼죽음을 부르고 있는 4대강 사업.

식물들과 멋지게 한팀을 이루고 있는 이 남자 과연 어떻게 사이다같이 복수할까요?

이외수 선생님의 신작 보복전문대행 주식회사를 읽어봤습니다.

선생님은 자연의 신비한 능력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통해 늘 착한 인간을 구원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1차원적인 선악구도가 아닌 입체적인 시각으로 날카로운 사회풍자도 놓치지 않는데요.

이번에 소설에서 그런 슈퍼파워의 절대자는 바로 식물입니다.

불의를 응징하기에 식물은 너무 약해보였는데 이외수 선생님만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자연의 힘을 이용하여 유쾌통쾌하게 복수합니다.

이를 통해서 식물과 자연의 힘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사회의 불합리와 부조리가 고구마처럼 느껴지는 날 시원하게 사이다 한잔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