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중국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휩쓴 중국 최초의 정신질환자 인터뷰집
‘천 명의 눈 속에는 천 개의 세상이 있다’ 종교와 철학, 심리학에 정통한 저자가
4년여의 시간을 들여 사회의 구석진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중국 최초의 정신질환자 방문기입니다.

국립국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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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생각해 보신적이 있나요?

누구나 진리라고 굳게 믿는 것이 반드시 진리일까요?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얼마 전 같이 살던 친구를 죽였는데요.

그는 실제로는 있지도 않은 친오빠가 같이 살던 친구를 죽이는 것을 도와주었다고 주장합니다.

나: 오늘도 오빠가 왔나요?
그: 지금은 어디 갔는지 모르지만 꼭 올 거예요. 나와 늘 함께하거든요.
나: 당신도 알겠지만 어쨌든 살인은 당신 책임입니다.
오빠의 존재를 증명하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도와줄 길이 없습니다.
그: 오빠는 정말 있다니까요. 하지만 그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그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요.

며칠 뒤 그의 24시간을 찍은 영상을 확인해봤는데요.

삼일째 되던 밤, 그는 잠에서 깨어 무언가를 향해 달려갑니다.

그는 두 팔로 자신을 꼭 끌어안았고, 얼굴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습니다.

그것은 남성이었습니다. 자신의 신체조건과 생김새에 꼭 맞는 남성.

그는 육감이 있거나 괴물이 따라다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의 존재하지 않는 오빠는 바로, 그의 다른 인격이었던 것이죠.

약 한 달 뒤, 그에게 ‘여동생’의 인격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여성이 아닌 그는 이성적이고 냉철했는데요,

자신이 다중인격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 내가 저지른 짓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처벌받기를 원합니다.

그는 다중인격이라는 자신의 상황이 판결을 유리하게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격을 하나로 통합해 법적 처벌을 혼자 받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사형을 피하기 어려운 데도 말이죠.

그는 자신의 죽음만이 자기 안의 또 다른 괴수, 즉 살인을 저질렀던 다른 인격체를 죽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뒤, 그의 자살 소식이 들렸습니다.

죽음을 택함으로써 그 안에 있던 살인마와 함께 자멸한 것이지요.

작가는 이렇게 묻습니다.

진실의 경계는 무엇인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정의라는 것이 있을까?

이 이야기는 중국 작가 가오밍이 정신병동에 있는 환자들을 인터뷰한 책,

‘천 명의 눈 속에는 천 개의 세상이 있다’의 일부입니다.

무려 500만 독자나 읽은 베스트셀러라고 하는데 저도 근래 읽은 책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이 세계는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입니다.

정상인에 대조되는 비정상인들을 통해 우리가 믿고 있는 세계를 고찰해보고 싶었던 것이죠.

과대망상증, 다중인격, 사이비 종교 같은 이야기를 떠드는 사람, 사람을 동물로 보는 소녀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엉뚱한 생각이 때로는 현실 웃음을 터뜨리게 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시각과 관점으로 이 세계를 관찰하는데요.

가우디나 반 고흐처럼 당대에는 미치광이로 취급받았던 사람들이 후대에는 천재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모든 진리와 가치는 상대적입니다.

이 책이 우리의 세계관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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