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한 라면을 담아내는 그릇 중 양은 냄비만큼 어울리는 그릇이 또 있을까. 음식에는 저마다 어울리는 그릇이 있다. 차가운 냉면은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오고, 뜨거운 순댓국은 묵직한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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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저마다의 온도와 형태에 맞는 그릇에 담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집에서 먹는 음식들은 그에 어울리는 그릇에 담기고 있는 것일까? 접시가 책장의 책처럼 빼곡하게 진열장에 꽂혀있는 고봉 명품관에서 전통 식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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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그릇을 취급하세요?

유기그릇과 생활도자기를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놋그릇은 납청 방짜유기와 안성유기 등 대부분의 유기 종류를 취급하고요. 생활도자기는 전국 각지 도예가들의 작품을 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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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전통 식기에 관심이 많으셨나 봐요?

그릇가게를 시작하기 전에는 관심도 지식도 없었어요. 사실 제가 95년에 캐나다에 이민 가서 11년간 생활했는데, 장모님을 제가 모시기 위해 2006년에 귀국했어요. 그때 지인에게 흙과 사람들이라는 지금 이 자리에 있던 전통 식기 가게를 소개받았어요. 가게를 인수하면서부터 유기와 도자기를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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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예가들의 작품을 판매하기로 한 계기는 뭔가요?

시장조사를 해보니 도예가들의 훌륭한 작품을 판매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세련되고 실용적인 도예가들의 작품을 사고 싶은 사람들은 많은데 왜 팔지를 않을까 의아해했죠. 그래서 도예가들의 작품을 직접 판매해보기로 한 거예요. 가게를 인수한 후 2년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의 도자기 축제와 전시회를 돌아다니며 도예가들을 만났어요. 실력은 좋은데 생활도자기를 만들지 않는 도예가를 만나면 설득도 많이 했죠. 수익이 있어야 작품 활동을 계속할 수 있고 생활도자기를 통해 자신을 알릴 기회도 만들어보자고요. 무명이었다가 저의 제안으로 생활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진 분도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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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선 주로 어떤 그릇을 쓰시는지가 궁금해요.

다양하게 쓰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그릇은 저희가 먼저 써 봐요. 직접 써보고 장단점을 파악한 후에 손님들에게 설명을 해드리거든요. 특히 음식을 담았을 때 어떤 느낌인지를 꼭 확인해요. 그릇은 음식이 담겼을 때 어떤지가 제일 중요하잖아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릇은 이봉주 선생님의 방짜유기예요. 따뜻한 음식을 담았을 때 오랫동안 열이 유지되는 것도 좋고, 항균효과가 있어서 건강에도 좋으니까요. 거기다 쓰면 쓸수록 은은한 광택이 아름답게 살아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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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내내 그릇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져요.

예 맞아요. 저는 한식에 맞는 최고의 그릇을 팔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거창할 수 있지만, 저 자신이 도예 산업에 조금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믿음도 가지고 있어요. 잘 팔리는 작품만 가져다 놓기보다는 훌륭한 도예가들과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걸 우선으로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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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전통 식기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일반 가정에서 전통 식기를 사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식은 한식에 어울리는 그릇이 있어요. 전통 식기야말로 한식에 가장 어울리는 그릇이죠. 전통 식기가 예스럽다는 편견을 버리고 사용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음식이 시대에 따라 변하듯이 그릇도 변하거든요. 더 젊어지고 세련되어졌어요.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시면 분명 취향에 맞는 그릇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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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터미널 지하도상가 T-02(고봉 명품관) C-114(흙과 사람들)
문의 : 02-532-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