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고도 사람을 기다리는 유기견들. 유기견 보호소인 ‘애신동산’를 방문해 버려지는 강아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국립국악원
지난 11일과 25일 경기도 포천 유기견 보호소 애신동산에서 만난 빨강이(위). 임신한 상태로 이곳에 온 유기견 바둑이가 두 달 전 빨강이를 비롯한 5남매를 낳았다. 아래 왼쪽은 오른쪽 눈이 없는 잭, 오른쪽은 애신동산 인근 유기견 입양카페에서 살고 있는 도담이다.
지난 11일과 25일 경기도 포천 유기견 보호소 애신동산에서 만난 빨강이(위). 임신한 상태로 이곳에 온 유기견 바둑이가 두 달 전 빨강이를 비롯한 5남매를 낳았다. 아래 왼쪽은 오른쪽 눈이 없는 잭, 오른쪽은 애신동산 인근 유기견 입양카페에서 살고 있는 도담이다.

<글 싣는 순서>

① 버려지는 강아지

② 이래서 버렸다

③ 입양, 준비는 됐나요

④ 이런 정책을 바란다

 

1

‘날 버리지 마세요.’

지난 11일 경기도 포천 야산의 유기견 보호소 ‘애신동산’ 입구에는 이렇게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안에 들어서자 개들이 쩌렁쩌렁 짖기 시작했습니다. 낯선 이가 두려워 짖는지, 제발 데려가 달라고 외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전날 내린 폭우로 흙바닥 곳곳에 구멍이 파여 있었습니다. 2000평 보호소를 관리하는 인원은 고작 3명입니다.

입구에서 열 걸음쯤 떨어진 견사의 강아지는 오른쪽 눈이 없었습니다. 이름은 잭. 영화 ‘애꾸눈 잭’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잭은 견사 철조망까지 다가와 남은 왼쪽 눈으로 빤히 쳐다봤습니다. 배우 다니엘 헤니처럼 잘생겨서 이름이 헤니인 강아지는 사람이 다가가자 구석에 숨었습니다. 견사마다 모기퇴치제를 달아주던 봉사자 나이슬(27)씨는 “여기 있는 아이들(유기견)은 대부분 사람을 두려워한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8만9732마리의 동물이 버려졌습니다. 그중 개가 6만3602마리(70.9%)였고, 새 주인을 만난 유기견은 2만567마리(32.3%)에 그쳤습니다. 셋 중 하나가 채 안 됩니다. 믿고 따랐던 주인에게 버려진 상처 탓에 사람을 경계하는 유기견이 많습니다. 애신동산에는 현재 700여 마리가 있는데 대부분 여기서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 유기견 중 1만4865마리(23.4%)가 안락사 당했고 9078마리(14.3%)가 자연사했습니다.

윤여주 애신동산 부원장이 말했습니다. “입양하려는 분들은 당연히 사람 잘 따르는 강아지를 데려가려 하죠. 적응 못하면 골치 아프잖아요. 그런 애들은 다 (입양) 갔고 이제 남은 애들은 여기서 살다 죽겠죠. 그동안 잘 돌봐줘야지. 불쌍한 아이들이니까….”

4

그때 삐삐가 다가왔습니다. 여기서 생활한 지 7∼8년 됐습니다. 털이 허리 위쪽만 깎여 있었습니다. 털을 깎는 도중에 도망쳐 그렇다고 합니다. 털이 엉덩이쪽만 풍성한 게 우스꽝스러웠는지 윤 부원장은 “치마 입었네”라며 놀렸습니다. 털은 6개월에 한 번 정도 깎습니다. 예쁘게 꾸미는 게 아니라 피부 염증을 막기 위한 거여서 한 번 깎을 때 완전히 밀어버립니다. 애견미용에 익숙하지 않으니 가만히 있는 녀석이 거의 없습니다.

반반이는 가끔 발작을 일으킵니다. 가정집에서 살다 8년 전 이곳에 버려졌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는데 간질병 때문에 입양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 부원장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반반이는 쉴 새 없이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애신동산은 더 이상 유기견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력을 지금 있는 강아지에게만 쏟아도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바둑이를 들여오고 말았습니다. 데려가지 않으면 보신탕집에 팔겠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합니다. 바둑이는 임신한 상태였고 두 달 전 새끼 5마리가 태어났습니다.

견사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바둑이가 으르렁댔습니다. “지 새끼들 가져가려는 줄 알고 저러는 거예요.” 새끼들은 차가운 땅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있었습니다. 2년 전부터 여기서 일하는 A씨가 예방접종을 하러 다가가자 새끼들이 놀라 도망쳤습니다. ‘깨갱’거리며 주사를 맞은 새끼들은 어미에게로 달려갔습니다.

3

그 모습이 귀여워 “데려가 키우고 싶다”고 했더니 윤 부원장이 말했습니다. “지금은 예쁘죠. 저렇게 꼬리 흔들면 얼마나 귀여워요. 그런데 조금 더 크면 신발이랑 전기선 다 물어뜯고 벽지랑 마룻바닥이랑 다 긁고…. 그러면 골머리 아파요. 그걸 감수해야 키울 수 있어요.” 그는 마냥 꼬리를 흔드는 새끼들을 바라보다 “제발 생명을 버리지만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키우다 혹시라도 정 안되겠으면 다시 데려오면 돼요. 제발 버리지만 말아주세요.”

이곳에 있는 유기견 중 몇몇은 애견학교에 가서 사람과 함께 지내는 훈련을 받습니다. 그래야 새 주인이 나타날 작은 희망이라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입양 갈 준비가 된 아이들 중 일부는 애신동산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애견카페로 옮겨집니다.

이 카페에서 만난 도담이도 주인에게 버려졌습니다. 젊은 여성이 호기심에 분양받았다가 막상 키워보니 힘들다고 그냥 방치했다고 합니다. 카페 운영자 김영희씨는 “털 상태를 보니까 애신동산 아기들(유기견)보다 더 관리가 안 돼 있었고, (도담이와) 함께 방치됐던 다른 강아지 눈에는 안충(눈 안에 있는 기생충)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2

그때 파비앙이 다가왔습니다. 다른 유기견 보호소에서 생활하다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이곳에 온 아이입니다. 파비앙이 꽤 오랫동안 우리 눈을 쳐다봤습니다. 나 좀 데려가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글=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사진=김민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