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떡볶이, 김밥, 등갈비, 피자, 스파게티, 오믈렛, 토스트, 퐁듀, 케이크, 난(naan) 이 음식들의 공통점은?
바로 앞에 치즈가 붙은 요리가 있다는 것! 느끼하면서도 음식에 깊은 풍미를 더해주는 치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치즈가 어떤 음식인지 알아보죠.

1. 치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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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는 우유에 효소인 레닛(rennet)를 넣어 굳힌 커드(curd)에 부산물인 유청(whey)을 제거한 다음 가공 처리를 한 음식입니다. 우유 대신 염소나 양의 젖을 주 재료로 하거나, 크림이나 버터 등의 첨가물을 넣는 치즈도 있으며 장기간 숙성을 하는 치즈도 있습니다.

치즈는 기본적으로 우유에서 엑기스만 뽑아 만든 것이기 때문에 칼슘 함유량이 더 많죠. 그래서 몸에 우유를 소화하는 효소가 부족한 동양인들은 치즈가 칼슘 섭취에 더 좋다고 합니다.

보아하니 동물의 젖이 주원료인데, 치즈란 이름도 여기서 지어진 걸까요?

2. 치즈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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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cheese)”라는 단어는 라틴어 “카세우스(caseus)”에서 왔습니다. 여기서 우유 속에 있는 단백질 중 80%를 차지하는 “카세인(casein)”이라는 이름이 파생됐죠. “caseus”는 인도-유럽어(Indo-European)의 조상쯤 되는 언어에서 “발효되다” 혹은 “쉬게 되다”라는 뜻을 가진 “kwat”으로부터 왔다고 추정됩니다.

“caseus”는 고대 영어로 “cīese” 또는 “cēse”로 불렸으며 중세 영어로는 “chese”가 되었고 시간이 흘러 현재의 치즈가 된 것이죠. 참고로 독일에선 “케제(kase)”, 이탈리아에선 “카초(cacio)”, 스페인의 “케소(queso)”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습니다.

그런데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좀 썰어봤다 하시는 분들은 “프로마쥬(fromage)”라는 단어도 들어보셨을 텐데요. 프로마쥬는 굳힌 치즈라는 의미의 “caseus formatus”라는 단어에서 뒷부분만 딴 로마어 “formaticum”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어원에서 알 수 있는 듯이 치즈는 유럽을 중심으로 먹어왔었죠. 그렇다면 치즈가 한국으로 들어와 떡볶이에 치즈 한 장 올려 치즈떡볶이가 되기까지 어떤 역사가 있었을까요?

3. 치즈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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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의 역사는 선사 시대부터 시작됐을 것으로 보여지나 으레 그렇듯, 정확히 언제 어디선 시작되었는지 확증이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카나나(Kanana)라는 아라비아 행상인이 양의 위로 만든 주머니에 염소 젖을 넣고 사막을 횡단하다가 젖이 흰 덩어리로 응고되어 있는 것을 시작으로 치즈가 발전되었다고 보는 기원설이 있죠.

다만, 치즈가 만들어지려면 동물의 젖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축을 사육했을 시기에서 치즈의 시작을 추정하기도 하는데요. 이에 따라 최초로 가축을 사육하던 민족인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에 의해 치즈가 발견되어 중앙아시아에서 유럽 대륙으로 넘어왔다고 보기도 합니다.

한편, 치즈의 가장 오래된 증거로 폴란드에서 기원전 5500년경에 치즈를 만드는 도구가 발견되었고, 이집트의 어느 무덤에선 기원전 2000년 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치즈가 미라가 되어 묻혀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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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유럽 대륙으로 넘어온 치즈는 로마시대에 이르러 로마인들의 기본 식품이 되었는데요. 여러 가지 치즈의 종류와 정밀한 치즈 제조법이 생겨났죠. 로마가 멸망한 이후, 치즈는 유럽 각국으로 넘어가 독자적으로 발전하는데요. 영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선 치즈 종류만 수백 가지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유럽 제국주의 시대에 이르러 중동, 인도 지역 그리고 지중해와 맞닿는 일부 아프리카 지역만 퍼졌던 치즈는 동아시아와 아메리카 등등에도 퍼졌습니다. 그리고 산업화를 비롯해 2차 대전 등의 역사가 흐르면서 치즈의 가공기술이 개발되고 치즈 제품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되죠.

4. 한국의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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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가 한국에 들어온 역사를 보기 전에,  우유의 역사부터 살짝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우유를 먹은 최초의 기록은 삼국시대에 백제 왕실에서 국왕에게 우유를 하사했다는 일본의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후에 고려시대 때 우유를 공급하는 ‘유우소’가 설치되었다고 하고, 조선시대에도 상류층이 우유를 섭취했다는 기록이 있죠.

본격적으로 유제품 산업이 시작되었던 때는 1900년 초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주도적으로 치즈를 만들 수 있었던 계기는 그보다 60여 년 뒤 타국인에 의해서였는데요. 그 타국인이란 바로 그 이름도 친숙한 지정환 신부님입니다.

지정환 신부님은 벨기에의 로마 가톨릭 선교사로 본명은 디디에 세르스테반스(Didier t’Serstevens)입니다. 그는 1964년 전북의 임실성당에 부임했을 때 농민들을 위해 치즈 가공법을 알려주려 했었죠. 잇따른 치즈 제조 실패에 그는 1969년 직접 유럽에 3달을 머무르며 기술을 배워와서 한국 최초로 치즈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그의 도움으로 임실 지역의 농부는 피자 치즈도 만들어 피자가게에 공급하기에 이르렀죠.

여담으로 지정환 신부님은 2016년에 한국으로 국적이 변경되어 진짜 한국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치즈로 돌아가서 치즈의 역사 중 유럽에서 치즈의 종류가 나라별로 수백 가지씩 생겨났다고 했죠? 지금까지 있었던 치즈의 종류는 2000개가 넘어가고 현재 먹고 있는 종류만도 500개가 넘는데요. 그럼, 치즈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5. 치즈의 분류

구체적인 종류를 알아보기 앞서 치즈를 분류하는 기준 몇 가지부터 소개할게요. 치즈는 숙성기간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고, 질감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으며, 사용하는 재료, 숙성에 이용되는 미생물 등으로도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우선 숙성기간에 따라서 생치즈와 숙성치즈로 나눌 수 있는데요. 생치즈는 말 그대로 바로 나온 치즈입니다. 우유를 굳힌 후 유청만 분리해 낸 후 보존처리를 따로 하지 않아 연하고, 맛이 순하죠. 이탈리아의 리코타(ricotta)가 대표적이며 원조 모차렐라(mozzarella)도 만든 지 수시간 안에 먹어야 하는 생치즈 중 하나입니다.

숙성치즈는 보존처리 후 숙성의 과정을 거친 치즈죠.

2) 치즈의 질감은 수분의 함량에 영향을 받는데요. 맛이 부드러운 연질 치즈부터, 반연질 치즈, 반경질 치즈 그리고 맛이 가장 독특해지는 경질 치즈로 나뉩니다.

3) 대부분의 치즈는 우유로 만들지만 염소나 양의 젖으로 만드는 치즈 종류가 있죠. 예를 들어 모차렐라는 물소의 젖으로 만듭니다. 또 크림을 섞어 만든 크림 치즈(cream cheese)처럼 첨가물에 따라 종류가 생겨나기도 하죠.

4) 치즈는 여느 발효식품과 같이 숙성과정에서 미생물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생물에 따라 분류되기도 합니다. 페니실리움 카멤버티(penicillium camemberti) 등등의 곰팡이는 백색 껍질을 만들고 부드러운 연질 치즈를 만들어 내는데, 곰팡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프랑스의 카망베르(camembert)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블루치즈는 페니실리움 로커포티(penicillium roqueforti) 등등의 곰팡이를 이용해 만들어지는데요. 숙성 중인 치즈에 공기 중의 곰팡이가 들어가게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연한 녹색에서 진한 청색까지 색깔이 다양한데요.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의 고르곤졸라(gorgonzola)가 있죠.

6. 치즈의 종류

치즈상식

어떻게 나누든 우리는 어떤 치즈가 맛있는지가 중요하죠. 사실 수백 가지의 치즈 중 20여 종 정도가 전 세계 소비의 60%를 차지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종류 몇 가지만 알아도 목구멍에 치즈칠 하는 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을 겁니다. 여기서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한 번 즘은 들어봤을 만한 치즈를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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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렐라(mozzarella). 배달의 민족(?)인 우리에게 피자 치즈로 익숙한 모차렐라 치즈는 이탈리아 나폴리(Napoli) 지방에서 피자 위에 얹어서 사용한 것이 넘어와 피자 치즈로 유명해지게 되었죠. 모차렐라 치즈는 앞서 말했듯 대표적인 생치즈로 숙성치즈 특유의 발 냄새 같은 군내가 없습니다. 또 가열되면 쭉쭉 늘어나는 특성이 있어서 먹는 즐거움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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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reggiano). 보통 파마산(Parmesan) 치즈라고 알려진 이 치즈는 이탈리아에서 ‘치즈의 왕’으로 불립니다. 생산지인 이탈리아의 파르마(Parma) 와 레조넬에밀리아(Reggio nell’Emilia)의 이름을 땄죠. 우유 가공부터 숙성까지 몇 가지 절차가 있고 숙성도 1년에서 7년 정도의 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맛과 향이 심하게 자극적이지 않아서 피자나 샐러드 위에 가루를 내어 뿌려먹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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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곤졸라(gorgonzola). 북부 지방의 작은 마을인 고르곤졸라(Gorgonzola)에서 유래되었으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블루치즈 중 하나입니다. 고르곤졸라는 페니실리움 글라컴(penicillium glaucum)이라는 곰팡이를 주입하며 동굴에서 3~6개월 정도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군내가 심하지만 와인과 잘 어울리며 우리에게 고르곤졸라 피자로 익숙하듯 피자나 리조또에 많이 이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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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타(ricotta). 리코타라는 이름은 위의 치즈랑 다르게 ‘재조리하다(Recooked)’라는 단어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치즈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 만든 치즈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리코타 치즈를 진짜 치즈로 분류하지 않기도 하죠. 이탈리아 대부분의 지방에서 생산되며 조리를 하거나 우리가 흔히 아는 리코타 치즈 샐러드처럼 그대로 넣어 먹고 디저트에 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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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카포네(mascarpone). 역시나 이탈리아 치즈 중 하나로 부드러운 크림 형태입니다. 이탈리아 대표 케이크인 티라미수(tiramisu)를 비롯해 디저트를 만들 때 많이 사용되죠.(케이크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클릭) 마스카포네 치즈를 생산하던 지역이 스페인에게 지배받고 있었을 때 스페인 통치자가 이 치즈를 먹어보고 “mas que bueno(최고보다 더 좋다)”라고 한데서 이름이 유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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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망베르(camembert). 모처럼 프랑스 치즈가 등장했네요. 나폴레옹이 대접받은 치즈로 유명한 카망베르는 카망베르(Camembert) 지역에서 프랑스혁명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카망베르 곰팡이에 의해 숙성된 치즈로 향이 강하죠. 비스킷이나 카나페 등과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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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멘탈(emmental). 치즈를 얘기할 때 빼면 섭한 나라인 스위스를 대표하는 치즈로 ‘스위스 치즈의 제왕’이라고도 불립니다. 이름은 스위스의 에메(Emme) 계곡에서 땄죠. 이 치즈도 숙성 기간이 긴데, 짧게는 4개월에서부터 길게는 12개월까지 차이가 있습니다. 구멍이 뽕뽕 뚫려 있는 노란색의 경질 치즈로 “톰과 제리”같은 만화나 게임에 등장하는 케이크 모양에 구멍 뚫린 노란 치즈가 바로 에멘탈을 모델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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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뤼에르(gruyere). 지금까지는 다들 카페나 피자/햄버거 시켜 먹을 때 한번 즘은 들어봤는데 이 치즈는 생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퐁듀(fondue)는 다들 들어봤겠죠? 그뤼에르가 바로 치즈에 빵을 찍어먹는 스위스의 전통요리 퐁듀에 주로 쓰이는 치즈입니다. 스위스의 그뤼에르(Gruyere) 지방에서 만들어졌으며 치즈를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죠. 그래서 자세한 설명은 넘어가겠… 암튼 퐁듀 먹는데 이 치즈가 빠지면 좀 거시기하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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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다(cheddar). 영국의 체더(Cheddar)마을에서 만들어진 치즈로 진작에 전 세계로 뻗어나가 자리 잡은 만 국민의 치즈입니다. 그 증거로 우리가 어렸을 때 봉지 하나씩 까면서 먹은 치즈가 체다 치즈 가공 제품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체다 치즈는 오렌지색에 가까운 진한 노란색인데요. 원래는 약한 노란색이며 때때로 하얀 체다 치즈도 있죠.

체다 치즈까지 소개하고 나니 침이 고이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치즈를 이용한 요리로 침샘을 폭발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치즈를 곁들이는 정도의 요리 말고 치즈가 필수 불가결한 요리로 두 가지만 소개할게요.

7. 치즈를 이용한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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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엔치즈(mac n cheese)

마카로니 앤드 치즈(macaroni and cheese)를 줄인 이름 그대로 이탈리아 파스타의 한 종류인 마카로니와 치즈를 버무린 음식입니다. (파스타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클릭) 맥엔치즈의 느끼한 맛에 맥주 한 잔 딱 하면 크으~~

맥앤치즈 레시피는 한 그릇 분량을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먼저 냄비에 한 그릇 좀 덜 찬 양의 마카로니와 물을 넣어 삶아줍니다. 마카로니가 익으면 체에 걸러 물기를 빼어 한 켠에 둡니다.

그리고 버터 한 숟갈을 녹인 팬에 밀가루 한 숟갈을 넣어 볶아 줍니다. 여기에 종이컵 1컵 분량의 우유나 생크림을 조금씩 넣으면서 풀어주고,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그 후 2~3장 혹은 취향에 따라 더 많은 개수의 체다 치즈를 넣어 다시 한 번 저어주고, 마카로니를 넣어 버무립니다.

기호에 따라 양파나 베이컨 또는 스위트콘 등을 추가할 수 있고 파슬리로 마무리하면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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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듀(fondue)

그 다음은 치즈를 이용한 대표 음식 치즈 퐁듀.

퐁듀에 사용되는 치즈는 앞서 소개한 그뤼에르 외에도 에멘탈, 아펜젤러(appenzeller), 바슈랭(vacherin) 등 다양하고, 요리 법도 몇 가지 종류가 있죠. 그 중 그뤼에르 치즈와 에멘탈 치즈로 만드는 전통 스위스 치즈 퐁뒤를 맛볼 수 있는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레시피는 4인분을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우선 간 마늘 반 스푼 정도를 좀 더 다져서 즙처럼 낸 다음에 냄비에 골고루 발라주세요. 그리고 에멘탈 치즈 200g과 그뤼에르 치즈 100g을 녹기 좋게 잘라서 냄비에 넣어주고 옥수수 전분 혹은 밀가루 2숟갈과 화이트 와인 1 컵을 넣어 끓여주세요.

양송이버섯 5개 정도를 먹기 좋게 어슷 썰어서 넣으면 식감이 더 풍부해지겠죠? 다 녹아서 걸쭉해졌을 때 레몬즙을 살짝 뿌려서 빵에 찍어먹으면 여기가 바로 알프스~!! 라면에 찬 밥이 어울리듯, 퐁듀에는 시간이 좀 지난 딱딱한 빵이 어울려서 바게트를 많이 찍어 먹죠.

이렇게 그냥 먹어도 맛있고 요리로 먹어도 맛있는 치즈를 인간 말고 좋아하는 동물이 또 있다면… 톰과 제리의 제리 아닐까요?

8. 생쥐와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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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과 제리를 위시한 많은 대중문화 창작물에서 쥐는 치즈를 좋아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죠. 특히 노란색에 구멍이 뚫려 있고 케이크 모양으로 잘린 치즈가 많이 이용되고, 쥐덫에 치즈를 끼워 넣는 모습은 거의 클리셰 급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쥐는 치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쥐를 비롯한 설치류는 당분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곡물류나 과일을 좋아하고 그나마 초콜릿 정도에 반응을 보일지 언정, 자연에서 보기 힘든 치즈는 다가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쥐가 치즈를 좋아한다는 묘사가 아예 근거 없는 얘긴 아닌데요. 지금처럼 공장시설이 있기 훨씬 이전에, 치즈는 창고 같은 장소에 덩그러니 놓여져 보관되곤 했습니다. 쥐는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치즈를 먹기 시작했고 여기서 쥐가 치즈를 좋아한다는 속설이 생겨난 것이죠.

기왕 딴 소리 한 김에 몇 가지만 더 하고 마무리 짓도록 하죠.

9. 스위스 치즈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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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체다 치즈로 유명해서 그런지 치즈에 관한 학술자료를 많이 발표하나 봅니다. 영국의 심리학자 리즌(James T. Reason)은 사고가 발생하는 과정을 스위스 치즈 모델(Swiss Cheese Model)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하는데요.

이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멀티탭 과다 사용에 따른 화재 사고를 예로 들어볼게요. 이 사고가 일어나기까지 몇 가지 단계가 있어야겠죠? 우선 멀티탭에 추가 멀티탭을 꽂는, 문어발식 멀티탭 잔치를 벌여야 합니다.(멀티탭은 화재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꽂으시면 안됩니다!) 그다음 전원들이 모두 사용 중이어야 합니다. 또 화재가 날 때 즘에 집에는 아무도 없어야 하죠.

만약 멀티탭을 하나만 썼다면, 멀티탭에 자동 차단 기능이 있었다면, 집에 누구라도 있어서 초기에 대응한다면 큰 화재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단계에서 잘못된 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결국 화재가 발생하게 되는 거죠.

치즈를 일렬로 세웠을 때 매우 작은 확률로 여러개의 구멍이 겹쳐져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각 단계(치즈)마다 잘못된 조치(구멍)가 연속되면 재난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치즈의 구멍이 클수록 또 많을수록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미흡한 점이 있다면 보완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모든 단계에 심혈을 기울이면 어떤 사고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스위스 치즈 이론의 주된 골자입니다.

10. Say “Cheese.”!

치즈상식

치즈는 우리나라의 김치와 같이 발효식품입니다. 하지만 이외에 치즈와 김치의 공통점이 또 있는데요. 바로 사진을 찍을 때 미소를 짓기 위해 외치는 단어라는 점이죠. 우리가 “김~치”를 할 때 미국에선 “Cheeeeeese”를 하고, 남미에선 “위스키~”라고 합니다. 모두 다 “이” 발음으로 끝나 미소를 짓기 용이하죠. 하지만 처음부터 치즈라는 단어를 쓴 건 아닙니다.

사진기가 막 발명된 19세기에는 사진을 한 번 찍으려면 몇 시간씩이나 소요되었는데요. 그 시간 동안 미소를 유지하기가 어려워 무표정한 얼굴로 사진을 찍어야 했죠. 그래서 그때 당시엔 입을 꾹 다문 표정을 유도하기 위해 치즈 대신 자두를 뜻하는 “프룬(prune)”이라는 단어를 발음했다고 합니다. 20세기에 이르러서야 기술이 발전되고 카메라가 익숙해져 “치~즈”가 된 것이죠.

딴 소리가 길었는데, 아무튼 치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죠? 기왕 이렇게 된 거 오늘 야식으로 치즈를 곁들인 카나페(canapé)를 먹으면 어떨까요? 아.. 군침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