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 당신은 도대체 이런 음료를…

국립국악원

교복을 벗은 모습이 이제 막 익숙해질 때쯤 우리는 또 하나의 유니폼을 입을 준비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꼭 거쳐야 할 그곳. 바로 군대다. 우리는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유시진이 아니기 때문에 군대에 들어가면 구르고, 또 구르고 개똥벌레처럼 구르기만 할 인생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런 삶 속에서 한 가지 위안거리가 있다면 바로 음료수다. 사회와 철저히 격리된 군대에는 그들만의 음료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마시즘에서는 당신이 마실(혹은 마셨던) 군대 음료수에 대한 이야기다.

천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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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국가를 우선하는 대한민국 군대에서 일본의 라무네를 연상시키는 사이다를 만날 줄이야. 천연사이다에서는 어릴 적 먹었던 뽕따 아이스크림 맛이 난다. 톡쏘고, 달콤한 이 맛에 중독된 군인들은 천연사이다 때문에 군생활을 버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랑드 사이다와는 톱 사이다의 자리를 두고 다투는 중.

천연사이다는 몇몇 마트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맛도 변하지 않았고, 가격도 물보다 쌀 정도로 저렴하다. 그런데 손이 안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분명 맛있게 마셨지만 마시는 순간 연병장에 갈 것 같은 꿈을 꿀 것 같다.

초정탄산수

군대음료수


천연사이다와 똑같은 출신, 똑같은 베이스, 비슷하게 생긴 외관임에도 불구하고 정반대의 평가를 받는 음료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천연사이다를 마실 생각에 설렌 나머지 초정탄산수를 골랐다가 크게 데이는 병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20대 초반이면 탄산수를 모를 나이다. 이건 사이다도 아니고, 물도 아니고, 밍밍한데 뭐가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랄까? 결국 천연사이다를 마시지 못한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군당국은 초정탄산수의 위장술이 뛰어난 것인지, 국군장병들의 독해력이 떨어진 것인지 밝혀 더 이상의 비극을 막아야 한다.

박카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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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너지 음료는 박카스다. 그런 박카스가 군인 에디션으로 나오고 있다. 바로 박카스 에이! 군인(Army)의 줄임말인지, 알루미늄(Aluminium)의 줄임말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군대에서만 구할 수 있고, 알루미늄 캔으로 포장이 되어있다.

박카스 에이의 용량은 기존의 2배인 245ml다. 타우린의 함량은 조금 줄었지만, 그 공백을 인삼농축액과 사과농축액들이 커버하고 있다. 마실 때는 몰랐는데, 전역 후에 학교 시험에 적응을 못한 예비역들이 그리워하는데, 박카스 F나 D보다 A를 마시는 게 학점이 더 오를 것 같다는 느낌적인 때문. 나는 끝내 구하지 못해 D를 맞았다.

버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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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양파 음료수. 쥐톨만 한 과일 함유량을 가지고, 대문짝만 한 광고를 하는 다른 음료수와 달리 양파 추출액이 85%나 들어있는 양파 그 자체이신 분이다. 맛 자체는 차갑게 마시면 박카스의 느낌이 나는데, 어중간할 때 마시면 내가 왜 이걸 마시고 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역시 호불호계의 갑.

문제는 분리수거 처리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이다. 철로 된 장갑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잘못 밟았다가는 찌그러지는 것이 내 발목이 될 수 있다.

맛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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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군대에는 여섯 계급의 별이 있다. 원수, 대장, 중장, 소장, 준장 그리고 맛스타다. 그 정도로 군대 음료수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료수가 맛스타로 건빵, 맛다시, 군대리아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군생활을 추억하는 사람들을 위해 민간인들의 사회에 풀린 적도 있다.

맛스타는 훈련병 시절부터 전역할 때까지 전우애를 나눈 음료수지만, 2010년 군대에 들어온 지 24년 만에 전역하고 그 자리를 ‘생생가득’이라는 음료수가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맛스타를 기억하는 병사들은 생생가득을 맛스타라고 부르고, 추억하고 있다.

군대에서 판매하는 음료수는 종류가 적을까?

언제나 궁금했다. PX에서는 이토록 특이한 음료수들을 팔면서, 동네 구멍가게보다 음료수의 종류가 적은 것일까? 바로 군대에 납품을 하는 업체가 한정이었기 때문이다. 뉴스에서는 방산비리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어쩌다 쏠…(지도 모르는) 무기 만큼 매일 입에 쏘는 음료수 납품에 대한 비리도 만만치 않았다.

군납업체 선정의 높은 벽과 동시에, 이 벽을 넘어 PX에 입점한다 해도 큰 이득을 내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PX에 배치된 음료수들은 죄다 같은 회사의 음료수 거나 바깥에서는 굉장히 마이너 한 음료수들로 구성되는 것이다. 그런 음료수 하나에 많은 장병들이 울고, 웃었다니.

다행히 최근에는 군납업체 선정과정이 개선되고, 음료수의 양도 굉장히 많아졌다고 한다. 기이한 음료는 줄었지만, 원하는 음료를 마음껏 마시는 음료복지가 군대에서도 실현되기를. 물론 음료수를 많이 준다고 해서 다시 군대에 갈 생각은 없지만. 응 절대 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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