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 사러 제주도 티켓 끊음(은 거짓말…) 제주도 못 가는 대신 제주맥주 먹으면서 대리만족하자!

국립국악원

“태어나서 제주도를 한 번도 안 가봤어? 왜?”

나는 제주도에 가본 적이 없다. 이유를 묻는다면… 한참 고민을 한 뒤에 가야 할 이유를 못 찾았다고 말하곤 한다. 듣고 있는 사람들은 칠색팔색 하며 제주도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준다. 덕분에 나는 음료가 전공, 제주도가 부전공이라고 할 정도로 제주에 대해 학습하게 되었다.

내가 배운 제주는 다음과 같다. “그곳은 유채꽃이 가득하고 돌고래와 해녀가 바다에서 반겨주는 곳. 그리고 돌담 사이로 모두 귤을 키우는데 수확하는 농부들이 모두 연예인인 한국의 헐리우드다.”

나는 제주도를 언제까지고 꿈의 공간으로 남겨두려 했다. 하지만 비행기 표를 끊게 되었다. 바로 제주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제주맥주. ‘제주 위트 에일’ 때문이다. 꿈은 참을 수 있지만, 맥주는 마실 수밖에 없으니까.


 

제주도 와봅니다
물론 처음이요

지난해 출범한 제주 위트 에일(이하 제주맥주)는 ‘2017년의 한국 맥주’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었다. 마시즘에서도 언제고 꼭 다루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제주로 파견을 보낸 지인들마다 함흥차사가 되어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휴일을 껴서 제주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뜻밖의 제주행에 친구들은 놀려댔다.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려면 신발을 벗고 타야 한다’나. 나는 그런 장난에 속을 풋내기가 아니다. 심지어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여권까지 챙기는 꼼꼼함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여권은 언제 내는 거죠?

드디어 제주도다. 날씨의 해상도가 좋았다. 바다는 마냥 파란색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프로다운(?)
제주맥주 양조장 투어

기왕 이렇게 온 김에 제주맥주를 제대로 즐겨야 한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사는 것은 너무 시시하니까 제주맥주 양조장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제주맥주의 양조과정은 물론 시음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다.

양조장 치고는 예쁘게 생겼다. 하지만 지금 나의 상태는 제주도에 밥 먹듯 온 사람 혹은 물보다 제주맥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어야 했다. “뭐 깔끔한 목욕탕처럼 생겼네” 이보다 더 도도한 혼잣말이 어디 있을까? 스스로 만족하며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시음 장소와 굿즈 파는 곳에 도착할 즈음에는 거의 키즈카페 온 조카 같았다.


“으악! 미쳤다 너무 멋있어!” 외마디 비명을 남기며 제주맥주를 마셨다.


 

제주맥주
1년 만에 마시즘

이후 과정은 아침드라마보다 뻔하다. 양조장에서도 마셔보고, 바다를 보면서도 마셔본다. 제주도에 있을 동안은 원하는 만큼 마셔볼 셈이었다. 제주맥주는 알아볼수록 감탄스럽다. 일단 맥주를 만드는 물이 바로 삼다… 아니 제주도의 맑은 물이 들어갔다. 그리고 끝에 나는 과일맛과 향의 정체가 바로 제주 감귤 껍질이다. 이야!

제주맥주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맥주가 이렇게 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맛만 따지자면 더 맛있는 맥주는 많겠지. 하지만 그런 맥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설렘을 가지고 있다. 단점은 하나뿐이다.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한다는 것. 그래도 덕분에 제주맥주 마실 시간을 많이 벌었으니까 행복해.


 

우리에게는 더 많은
제주맥주가 필요하다

지역 이름을 가진 맥주는 많다. 지난 1년 동안 맥주시장은 땅따먹기 게임 같았다. 새로 나온 맥주에 지역 이름을 먼저 붙이기 바빴기 때문이다. 문제는 몇몇 맥주는 왜 이 지역을 따왔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맥주는 진짜다. 만드는 곳이 제주도에 있다는 당연하지만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으며, 더욱 제주스럽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티가 팍팍 난다. 보다 맛있고, 보다 멋스러운 맥주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보이는 것이다. 이러니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


 

제주맥주 마셨다고
자랑 좀 해보자

여행에는 인증이 빠질 수 없다지. 나는 사진을 뿌렸다. “이것 보아라 육지 녀석들아, 이것이 제주의 맥주다. 너희들이 안 사줘서 내가 제주도까지 왔다고!”

하지만 운명은 또 한 번 엇갈렸다. 이미 전국 마트에서는 제주맥주가 판매 중이라고… 심지어 서울 홍대입구에는 제주맥주 팝업스토어라는 멀티 기지가 생겼다고 한다. 억울하면서도 가보고 싶어서 더 억울하다. 제주를 거닐며 나는 생각한다. “난 누구지 왜 여기에 있지?” 이럴 때는 오직 제주맥주만이 나를 진정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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