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액세서리를 만들며 업사이클링의 행복을 이어가는 <이자인원오원>, 천연 재료로 수제비누를 만들며 건강한 행복을 실천하는 <플라워인>, 한복이 지닌 고유한 가치로 지속가능한 전통의 행복을 나누는 <봉선와>까지.

국립국악원

삶의 소소한 행복을 실천하는 지하도상가를 만나보았다.


업사이클링 (Up-cycling)으로 만나는 신세계, 종로4가지하도상가

이자인원오원

모든 물질은 때가 되면 버려진다. 주어진 시간과 쓸모가 다해지면 본래의 가치를 잃고 잊히기 마련. 이자인원오원(Esign101) 김유화 대표는 지속가능한 디자인 작업을 통해 버려지는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버려진 안경알, 찢어진 영화 포스터, 부러진 나뭇가지 등 그 무엇이라도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 새로운 아름다움을 갖추고 다시금 제 몫의 시간을 이어간다. 쓸모없는 것이 쓸모있음이 되는 소소한 행복 바로 이자인원오원이다

디자인의 착한 순환 고리, 이자인원오원

이자인원오원, 이름부터 무척 독특하다.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이름이다. 이자인원오원 (Esign101)은 에코(Eco) + 디자인(Design) + 101(개론학과목코드)의 합성어로써, ‘에코 디 자인의 기초가 되고자 한다’는 명확한 목적을 품고 있다. 또한 이자인(Esign)은 이탈리아어로 ‘디자인을 재미있게 가지고 노는’이라는 뜻을 지녔다. 개성있게 구성한 브랜드명에서부터 디자인을 향한 강렬한 흥미와 욕구가 엿보인다.

이름의 맨 앞자리에 에코(Eco)가 등장하는 만큼, 이자인원오원의 중심에는 친환경적인 가치관이 자리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친환 경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느냐. 바로 업사이클링 (Up-cycling)제품이다. 업사이클링은 리사이클링(Recycling)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되 디자인적으로 새롭게 가꿔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유화 대표는 다소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 고자 한다.

“저는 환경운동가는 아닙니다. 쓰임을 다한 물건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혀 사람들 곁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돕는 것뿐입니다.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할 때, 환경과 패션 둘 중 하나에 더 큰 비중을 두는데, 저는 패션에 초점을 많이 맞추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페이퍼비즈 의 경우,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면 겉면에 코팅을 하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패션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코팅 작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코팅을 한 만큼 사용기간은 더 길게 늘어나는 거니까, 결과적으로는 이 또한 친환경적인 면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거죠.”

지하도상가에서 시작된 업사이클링 감성

어느덧 창업 5년 차. 사업은 이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섬유연구소에서 근무했었지만, 서양학과를 졸업한 김유화 대표는 전공을 살려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일을 하고 싶은 소망이 더 컸다.

“20대 중반에 과감히 도전하였습니다. 업사이 클링 관련 창업으로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죠.”

처음에는 버려진 원단을 활용해 에코백 만드는 사업을 해볼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자유롭게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이어갔고 그 고민 끝에 선택한 품목이 바로 액세서리였다. 미술 전공자로서 액세서리를 만들 손재주와 예술 감각은 충분했던 터라 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하도상가에서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위치상으로 이만한 곳이 없거든요. 동대문 시장이나 광장시장과 인접해 재료 수급이 편리하고 오랫동안 사업체를 운영하신 이웃 사장님들이 좋은 거래처를 알려주시거나 사업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시기도 하거든요.”

버려진 모든 것, 세상 하나뿐인 작품으로!

이자인원오원의 대표적인 제품은 안경알 브로치, 영화 포스터 팔찌, 커피콩 반지&귀걸이, 피 스타치오 진주 브로치, 잡지 팔찌이다. 버려지는 소재가 다양한 만큼 제품 라인과 디자인도 다양하다. 핸드메이드로 각기 다르게 디자인되 는 만큼 제품 하나하나를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edition)’으로 볼 수 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의 입장에서도 감동이지만, 제품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그 감동은 마찬가지. 똑같은 재료라도 다른 디자인으로 작업하기에 일 자체가 즐거울 수밖에. 창조적인 즐거움을 찾는 이들을 위한 교육도 진행한다.

이자인원오원의 제품은 종로4가지하도상가 외에 프리마켓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서울 밤도깨비야시장에 정기적으로 나가고 있다. 수많은 아트페스티벌이나 아트페어에도 참가하며, 대중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자인원오원은 오직 자신만의 재능과 아이디 어로 지상의 세상과 긍정적인 소통을 이어간다. 세상 무엇도 함부로 버려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생각하고 창조한다.

Quick Tips
이자인원오원의 아이디어 제품을 소개합니다!

① 종이 비즈 액세서리
영화 포스터를 돌돌만 후, 특수코팅제를 발라 비즈를 만든다. 어떤 영화의 포스터로 만들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어 좋아하는 영화를 추억할 수 있다.

② 안경알 브로치
폐기하는 안경알의 앞뒷면에 애니메이션 캐릭터, 잡지 사진 등 다양한 이미지를 붙여서 브로치로 만든다. 모든 안경 알에는 사용자의 흔적과 스토리가 남아 있다.

③ 커피콩 반지&귀걸이
유통기한이 지난 원두로 재미 삼아 만든 것이 계기가 되었다. 로스팅 후에 나오는 불량원두 중 예쁘고 밀도가 높은 커피콩을 반지와 귀걸이로 만든다.

④ 견과류 껍데기 액세서리
견과류 껍데기에 색을 입히거나 진주를 넣어 완전히 색다른 디자인의 액세서리로 탄생시킨다. 비슷한 소재인 호두 껍데기는 소이 캔들로도 제작한다.

Information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81 종로4가 지하쇼핑센터 67호
문의 0507-1461-0315


천연 수제비누를 빚는 향기로운 열정, 남대문지하도상가

플라워인

코끝을 건드리고 멀어지는 곱디고운 향기를 따라서 지하도상가를 걷는다. 형광 불빛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향기의 시작점은 남대문지하도상가 플라워인. 꽃집인가 싶었지만, 꽃의 형상과 향기를 똑 닮은 천연 수제비누를 만드는 공방이다. 섬세한 손길로 세상 가장 아름다운 비누를 만드는 곳. 향기로운 꽃밭에서 일상의 행복을 누려보자.

천연 수제비누를 향한 정성

플라워인 홍숙현 대표는 천연 수제비누 하나로 16년간 한 자리를 지켰다. 아니, 사실 그 전에 포크아트 공방 운영 이력까지 더한다면 같은 자리에서만 27년째다.

“수제비누를 제작한 건 16년이 됐고, 남대문지하도상가에서 자리를 지킨 지는 27년이 됐습니 다. 천연 수제비누를 만들기 전에 이곳에서 포크 아트를 가르쳤었거든요. 어깨가 너무 아파서 1년간 휴식을 취할 겸 유럽여행을 떠났었는데, 거기서 처음으로 수제비누를 마주했습니다. 비누를 수제로 만들다니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기술을 배워 한국에서 가르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 박람회 방문차 일본에 갔는데, 거기서도 수제비누가 판매되는 모습을 보고, 일본에 머물며 천연 수제비누 제작법을 배워왔습니다.”

그때부터 1년 동안 준비해 같은 자리에 수제비누 공방을 오픈했다. 실력은 입소문을 타고 알려졌고 백화점 문화센터 등으로 출강하며 시작 부터 바쁘게 지낼 수 있었다.

천연 수제제품의 긍정적 효과

천연 수제비누를 필두로 하지만 천연 수제화장품, 수제양초, 석고 방향제 등 제작 품목 또한 무척 다양하다. 천연 수제비누로는 젤리플라워비 누를 손꼽는다. 젤리 제형의 꽃 모양 비누로, 물 속에서는 말랑말랑한 젤 타입의 비누지만, 뚜껑을 닫아놓으면 고체 형태가 유지돼 보관이 용이하다. 원료는 올리브오일, 아몬드오일, 허브 추 출물 등 30여 가지 식물성 오일이 주를 이룬다. 천연 원료이니 인체에는 물론 환경에도 무해하다. 또한 플라워인 수제비누의 강점은 피부 보호에 있다.

“우리 비누의 특성은 피부에 자극이 덜하고 피 부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에요. 시각적으로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천연 수제비누로서 분명한 효과가 우선이어야 하니까요.”

정직한 교육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다

완제품 판매는 지양한다. 완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방부제를 사용해야 하는 원치 않는 이유도 있지만, 교육에 목적을 두고 점포를 열었기 때문이다. 즉 ‘기술의 전파’가 주요 목적인 것이다.

“천연 재료로 제작하는 우리 비누는 5주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사용할 수 있기에 대량 제작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객들은 직접 수강한 후, 필요한 재료를 사다가 스스로 만들어 사용합니다. 실제로 많은 수강생이 기술 을 배워 다른 곳에서 강의를 합니다. 학교 CA 강사, 방과 후 강사, 공방 운영자들이 많이 찾아 오세요.”

플라워인의 정직과 믿음

오랜 세월만큼 플라워인에는 소중한 고객과 수강생들이 존재한다. 여드름 때문에 고생하는 아들을 위해 꾸준히 맞춤 주문을 하던 고객도 있었고, 처음에는 단순히 주문만 하다가 직접 강좌를 수강하며,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또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도 새로운 아이템이 나올 때면 직접 찾아와 배워가곤 한다.

변치 않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플라워인의 ‘정직과 믿음’ 때문이 아닐까.

이렇듯 플라워인의 제품들은 저만의 고유한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흔들림 없이 버티어왔다. 그 향기롭고 믿음직한 고집에 박수를 보낸다.

Quick Tips

플라워인 강좌 안내
강좌는 개인별/그룹별로 진행되는데, 비누 강좌, 화장품 강좌, 샴푸 강좌 등 아이템별 강좌를 비롯해 모든 제품을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종합 강좌가 있다. 수강료는 단기 과정은 10만 원부터 고급 과정은 150만 원까지 품목 과 과정별로 차이가 있다. 수강신청 방법 등 자세한 내용은 전화로 문의하자

Information
주소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4가 18-1, 남대문지하도상가 73호
문의 02-776-0924


한복을 만드는 일, 우리를 잘 알아가는 일, 종로4가지하도상가

봉선와

우리는 민족 구성원으로서 한 시대의 삶을 살고, 그 시대의 문화에 참여한다. 즉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역사의 조각이자 문화의 동반자인 셈이다. 몸을 감싸는 옷은 우리의 삶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러한 이유로 세상 모든 옷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다. 우리 옷, 한복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봉선와에서 한복을 만드는 행복한 일상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명상하듯 바느질하고, 바느질하듯 명상한다

봉선와, 이름에서 무언가 깊고 유연한 기운이 느껴진다. 꿰맬 봉(縫)에 선 선(禪), 그리고 기와 와(瓦)를 써서 ‘바느질 명상의 집’을 뜻한다. 바느질과 명상, 집중을 통해 완성해가는 행위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단어들 사이에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해온 가장 큰 두 가지가 명상과 바느질입니다. 봉선와라는 이름은 이런 것이 제 안에서 하나로 융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죠. 작업이 명상이 되고, 명상이 작업이 되는…. 과장을 보태자면, 득도의 경지를 꿈꾼다고나 할까요?”

전통있는 봉선와의 시작

이하림 대표가 봉선와라는 이름으로 종로4가지하도상가에 점포를 연 지는 2년 여정도. 본격적으로 한복을 만들고 판매한 지는 그보다 20여 년 빠른 1990년대 중후반부터다. 캐주얼한 개량 한복이 메인이지만, 전통 한복과 전통 소품까지 전부 직접 제작한다.

“처음 인사동에 문을 열었을 때, 한국적인 소품들을 프랑스 의류 회사로 수출했죠. 모시 방석, 모시 매트 등 모시 제품을 주로 수출했는데, 지금까지도 수출하고 있습니다.”

수출 품목 외에도 모시 쿠션, 배냇저고리, 천연염색 손수건 등 다양한 전통 소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복 제작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클 터. 개인 맞춤부터 단체복까지 다양한 디자인으로 수많은 고객을 감동시켰다. 예복을 찾는 일반인 고객도 많지만, 가장 많은 고객층은 전통춤 공연자들이다.

“한번은 승무공연을 보았는데 무용수 옷이 너무 무거워 보이더라고요. 승모(僧帽)는 소매 길이만 2m라 원단이 무거우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가벼운 원단으로 무용수의 한복을 새롭게 디자인해 준 적이 있습니다.”

깊은 역사와 높은 가치의 한복

봉선와는 단지 한복을 잘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잘 만들어진 한복을 잘 알리는 데까지 나아가고자 한다.

“한복은 5,000년을 지켜온 우리 고유의 민속복입니다. 사실 다른 나라에서는 민속복이란 게 많이 사라지고 변형됐어요. 우리는 그 정체성을 잘 유지하고 있답니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5,000년 동안 한복이라는 중심이 무너지진 않았어요.”

또한 역사적 의의를 넘어 문화적 의의로서 한복의 가치 역시 알아야 할 것을 강조한다.

“한복은 오래전 문화와 관련한 고유한 양식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바지 중심의 옷이라는 거죠. 진짜 전통 한복은 말 타기 편한 구조로 제작되었기에 굉장히 편해요. 또한 우리 민족은 춤을 추던 민족이라 우리 몸짓에 맞는 평면 재단이 들어가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문화적인 내용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요. 많이 잊혀지긴 했어도 여전히 과거의 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높은 가치가 있는 옷인데 말이죠.”

한복의 대중화로 한복의 가치를 세우다.

한복의 고유한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우선 대중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이하림 대표는 나름의 돌파구를 제시한다.

“예전에는 규수들이 집에서 한복을 만들어 입곤 했었죠. 이처럼 고객이 직접 한복을 스스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혼례용 한복의 경우, 만드는 법만 배워두면 재료를 구입해서 만들 수가 있습니다.”

이미 한복을 제작하는 맞춤형 개인교육은 시작한 지 오래다. 수강을 원하면 매장으로 전화해 언제든지 강의를 신청할 수 있다. 동시에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복식사 강의도 계획하고 있다. 한복 디자인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복 복식에 담긴 역사를 먼저 이해해야 할 테니 말이다. 내 것을 잘 알고, 내 것을 우리 것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우리 옷의 가치를 꾸준히 높인다.

Information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81 종로4가 지하혼수상가 47호
문의 02-741-2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