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많은 지형 탓에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터널이 있습니다. 그리고 터널 속 다양한 안내 음성이 들려오기 마련인데요. 구간이 긴 터널의 경우 안전 운전을 당부하는 메시지부터, 과속이 잦은 터널은 차량의 현재 속도를 알려 주는 등 적절한 안내 방송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에게 전달되죠.

국립국악원
터널 안 안내방송

그리고 우리는 당연하게도 이런 소리가 단순히 터널 안 스피커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해당 구간에 지나가는 차주에게만 들리는 소리입니다.

에이, 앞에 차가 지나갈 때부터 스피커 소리는 들리는걸?

맞습니다. 앞의 차량이 지나갈 때 바로 뒤따라가는 우리 역시 해당 소리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에게 들리는 소리가 앞선 차량의 안내 음성보다 월등히 크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죠. 또한 바로 뒤가 아닌 100m 아니 50m만 뒤에 있어도 우리는 앞선 차량에 속도를 알려주는 멘트를 들을 수 없습니다.

터널 안 안내방송

바로 붙어 있는 차량이 특정 구간을 지나칠 때쯤 그리고 내가 그 구간을 통과할 때 “아 여기서 소리가 들리는구나”라고 알게 되죠. 하지만 당연히 우리가 그 스피커의 가까이에 갔으니 더 크게 들리는 것이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하는데요.

터널 안 안내방송

그런데 여기서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건 상당히 이상한 현상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터널 속은 마치 동굴과 같습니다. 공기가 통하는 곳은 있지만 상당히 거리가 있으며 사방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죠. 그리고 이런 동굴과 같은 환경에서 우리가 소리를 치거나 말을 할 때 흔히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울림 현상

터널 속에서 우리가 듣는 안내 멘트에는 이런 울림 현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일반 스피커로 안내 멘트를 송출한다면 송출된 소리는 터널 속 벽에 수없이 부딪히면서 메아리같이 수없이 반복됩니다. 그리고 점점 작아지며 멀리 퍼져나갔죠. 50m 아니 100m 뒤에서 충분히 저기서 멘트가 나온다는 걸 충분히 인지할 정도로 말이죠.

터널 안 안내방송

또한 이런 울림 현상은 송출된 음성을 인지하는 것을 저하 시킵니다. 겹쳐서 들리는 소리로 인해 어떤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인지를 하지 못하는 것을 경험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아주 또박또박한 멘트로 내 차가 시속 몇 킬로미터로 달리는지 안내를 듣게 되는데요.

터널 안 안내방송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초지향성 스피커입니다. 초지향성 스피커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에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실어서 쏴주는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초음파는 직진성이 상당히 높죠. 한마디로 이야기하지만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특정 구간, 특정 인물, 특정한 멘트를 말 그대로 “쏘아”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터널 안 안내방송

그리고 이렇게 쏘아진 음성은 반사되었을 때 역시 직진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리를 보낸 곳으로 거의 대부분 돌아가게 되어 주변에서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리는 것이죠. 이런 초지향성 스피커는 터널 이외에도 많은 곳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횡단보도에서의 경고 멘트를 주변 상가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내보낸다든지, 전시장이나 박물관 등 일상 속에서도 활용되고 있죠.

오늘은 일상 속에 묻혀 무심코 지나쳤지만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터널 속의 초지향성 스피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우리가 자동차를 운행하는데 작지만 놀라운 기술이 숨어있다는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