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언제나 늘 그자리에

“선배 여기는 제가 혼밥 하고 싶을 때 오는 저만의 아지트예요. 벌써 10년 단골이죠. 제 지인분 중에 여길 소개한 건 선배가 처음이에요”

서울시청 뒤 무교동 지하에 위치한 아담한 식당. ‘완도 집’. 시청역 4번 출구로 나와 서울신문사 쪽으로 신호등을 건너지 말고 우측으로 내려오다 보면 맥도널드가 있는 사거리가 나오는데, 거기서 대각선 건너편으로 건너 무교동 쪽으로 걷다 보면 참숯골이라는 간판이 보이고, 작은 입구 위에는 ‘완도 식당 가정식 백반’이라는 간판이 큼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입구로 들어가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오고, 당황하지 말고 계속 길을 따라 들어가면 ‘식당 완도 집’이라고 적힌 동그란 간판이 나온다. 막다른 곳이 아니다. 오른편에 6석 자리 2 테이블, 4석 자리 3 테이블이 놓여있는 아담한 식당이 있다.

일러스트 = 헤럴드경제 이주섭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향수를 안겨주는 곳. 이곳이 바로 요새 나와 함께 인생을 고민하는 후배의 비밀 아지트다. 주방 앞에 커다랗게 걸려 있는 메뉴판에는 주문 가능한 음식과 가격이 적혀 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백반 가격이 5,000원, 우렁된장뚝배기도 5,000원, 순두부 뚝배기•콩나물비빔밥•돌솥비빔밥•열무비빔밥 모두 5,000원이다. 부대찌개와 참치/돈 양 김치찌개•제육덮밥•오징어덮밥은 6,000원이다. 저녁 술안주로 보이는 통오징어에 초장•두부김치•해물파전•제육볶음•오징어볶음 등 메뉴도 있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면 반찬을 담을 수 있는 접시를 가져다주신다. 오늘 나온 반찬은 부침개에 구운 김, 그리고 호박볶음에 볶음 김치와 김장 김치, 콩나물무침이 나왔다.

우린 부대찌개와 오징어덮밥을 시켰다. 오징어 덮밥에는 따끈한 미역국이 함께 나왔다

맛은 생각하는 맛 그대로다. 어릴 적 백반집에서 맛보던 그런 맛이랄까. 무엇보다 반찬 속에서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호박볶음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나온 부침개, 그리고 볶음김치와 김장김치 모든 게 어머니가 어릴 적 해주셨던 밑반찬 같아 마음이 푸근해져 온다. 부대찌개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구이김에 밥을 싸서 4첩 반찬과 함께 벌써 반공기를 먹어치웠다.

일러스트 = 헤럴드경제 이주섭

후배는 이 곳에서 10년 동안 혼자 밥을 먹고 싶을 때면 찾아와 편안히 한 끼 식사를 마쳤다고 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10년 가까이 서울에서 객지 생활을 하던 후배에게 어쩌면 이 곳은 집밥이 그리우면 오는 곳이었다.

실제로 이날 찾은 식당에는 혼밥 하는 분들이 여러분 있었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이 식당은 이 자리에서 늘 한결같이 많은 이들의 쉼터 같은 역할을 해온 것일지도…

10년 동안 이 곳을 지켜온 사장님의 한결같은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사장님의 그러한 마음을 생각하니 식당 이름인 ‘완도’가 궁금해졌다.

‘완도 식당’…..
‘완도’라………

‘완도’는 전라남도 완도군으로 265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이어져 있는 곳이다. 완도 주변 해안은 하천에 의해 침식된 육지가 밑으로 가라앉거나 해수면이 상승해 형성된 해안(리아스식 해안)으로 갯벌과 해조류가 풍부해 2,200여 종의 바다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완도 하면 전복, 다시마, 매생이, 미역이 유명하다. 완도에서 생산하는 전복이 전국 생산량의 81%를, 다시마•미역•매생이 등 해조류 역시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남해안에는 총 2,300여 개의 섬들이 복잡한 해안선을 이루고 있는데 완도에서 19km 떨어진 곳에 청산도라는 곳이 있다.

공기가 맑고 산과 바다가 푸르러서 청산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한때는 신선이 살고 있는 섬이라 하여 선산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가 이곳에서 촬영돼 관광명소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KBS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 장소이기도 하단다. 3~4월이 되면 섬의 들판에는 유채꽃이 뒤덮고, 선사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고인돌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완도는 2007년 12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선정되기도 했단다. ‘슬로시티’란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국제운동으로,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잘 보호하면서 자유로운 옛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을 추구한다.

‘완도’하면 신라의 무장이었던 장보고 대사(장군)를 빼놓을 수 없다. 완도에 청해진을 만들어, 신라와 당, 일본 간의 국제 해운 무역을 경영해 ‘바다의 왕자’로 명성을 떨쳤으니 말이다. 최경주 골프 선수도 완도 출신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자 그럼 이제 완도를 쭉 훑어봤으니… 완도의 대표 음식을 살펴볼까…

○ 사철 별미

  • 간장게장, 아귀찜, 전복 영양밥, 전복찜, 전복회 등

○ 봄

간자미 찜•회무침, 전복 낙지탕, 톳 무침, 낙지 해물찜•회무침

○ 여름

서대를 말려 양념을 올려 찐 서대찜과 전복 삼계탕

○ 가을

감성돔 회, 바지락 국, 삼치회, 참돔회

○ 겨울

매생이, 석화, 전복 묵은지 갈치찜, 전복 옻닭, 전복•해삼•개불 구절판, 파래, 옻오리탕

그야말로 완도는 해산물의 보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도를 알아보고 나니 참 매력적인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동안 청정바다를 지켜오고 있는 그 가치가 어쩌면 오늘 찾은 이 식당도 그런 사장님의 마음이 간직된 곳이 아닐까.

한자리에 오랜 시간 자리하면서 이 곳을 찾는 이들의 얇은 주머니를 배려해주시는 분들. 시청역 인근 가게들은 사라지고 새롭게 들어서고를 반복하는 동안 이분들은 변함없이 이 곳을 지켜주셨다.

선배 제게 이곳은 소문내지 않고
저만 편안히 오고 싶은 곳이에요.

“정말 친한 사람한테만 조심스럽게 알려주고 싶은 그런 제 삶의 애정이 깃든 곳이요

여기만의 풍경이 있다면, 여길 찾는 사람들은 줄 서지 않아요. 만석이면 잠시 다른 곳에 일 보러 갔다가 시간대를 피해서 다시 와요

여기 오면 편안히 혼밥 하는 분들을 자주 봐요. 저도 그렇고요. 저녁엔 어르신분들이나 주변 직장인들이 편하게 삼삼오오 모여서 소주나 막걸리에 안주를 곁들여 먹는 분위기예요.

여긴 이곳만의 분위기가 있어서 좋아요. 언제든 붐비지 않을 뿐 아니라, 늘 여기 오면 편안해요”

세월은 흘러도 이곳은 변하지 않았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시청역 도심 한가운데에서 5,000원짜리 백반을 파시는 노부부. 해가 더해갈수록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서민들의 주머니는 갈수록 더 얇아져만 가는 현실 속에, 어쩌면 완도 식당 노부부 사장님들은 한결같이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시고 계신 것은 아닐까

일러스트 = 헤럴드경제 이주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