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예요. 즐겁게 게임을 하면서 현실 속 스트레스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죠. 게임 속에 숨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게임을 하면서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죠.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풀지 않으면 마음의 병이 걸린다는 걸 전 이미 알고 있잖아요…

국립국악원

20화. 게임 속에서 인생을 배운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오래전 어둠이 나를 지배하고 있을 때 한참 힐링을 받던 장소가 있다. 바로 충정로역 9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작지만 아늑하면서도 평화로운 기운이 가득한 ‘타로 카페’.

광화문덕

처음 이곳을 방문하게 된 것도 우연이었지만, 여기 사장님과 친하게 지내게 된 건 인연이었다. 아현 화재로 인해 화재 피해를 입은 상인분들의 식당을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나만의 굉장한 아지트 겸 힐링 공간이다.

너무 우울할 때면 이곳을 찾아갔다. 대외 미팅 업무가 있을 때에도 굳이 미팅을 충정로로 잡아 카페에 들르곤 했다. 그러면서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난 조금씩 치유의 과정을 경험하게 됐다.

그러다 인사이동 등으로 인하여 이 곳을 찾지 못하게 된 것이 벌써 6개월째… 사장님이 오랜만에 찾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잘 있었는지 궁금했다며 어서 내 이야기를 꺼내 달라는 듯 재촉의 눈빛을 보내셨다.

전 요즘 게임을 해요

내 말에 사장님은 굉장히 반가워하셨다. 사장님도 예전에는 랭커였다고 하셨다. 사장님에게서 느껴지는 오로라가 어쩌면 게임 고수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것일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 보니 왠지 게임을 잘하실 것 같은 모습이다.

난 내가 요즘 하는 게임과 게임을 하는 이유에 대해 신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역사책에 빠져있어요.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스파르타와 아테네, 페르시아 제국의 전투를 공부하면서도 그랬고, 이집트 파라오 이야기 람세스를 읽으면서도 느꼈던 바가 크고요. 지금은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고 있어요. 10대, 20대, 30대에도 읽었지만 그때는 사실 책을 끝까지 읽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마흔이 되어 읽으니 삼국지 속에 인생이 있더라고요. 제 주변의 사람들의 캐릭터가 삼국지 인물 속에 투영되기도 하고요. 다시 읽기 시작한 지 이제 2개월째인데 삼국지 2 회독 들어갔어요!!”

흥미로워하는
사장님의 표정을 살피며
더 신이나 열심히 떠들기 시작했다.

사실 최근 업무를 위해 유튜브 영상을 봐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계속 하나의 게임 광고가 반복해서 제게 보이더라고요. 끊임없이. 스마트폰으로도 웹서핑을 할 때마저도 그때마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라는 게임이 계속해서 제게 보이더라고요. 이게 하나님께서 제게 해보라고 말씀하시는 것인가 싶어서 ‘에라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며 다운로드받았어요. 사실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삼국지 책을 읽고 있어 ‘한 번 해볼까?’라는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어요.

사실 전 게임을 좋아하지 않아요

솔직하게 말하면, 이 게임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왜 사람들이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할까?’ 뭐 그런… 그런데 그건 저의 오만이고 편견이었어요.

물론 시작하고 일주일 만에 게임을 접을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고비였죠. 단순 반복되는 자원 채집과 주변 야만 잡기를 하면서 렙업을 하는 뻔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자,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현실 자각 타임이 왔거든요.

그런데 그날 새벽 사건이 일어났어요. 바로 저희보다 전투력이 4배가량 연맹이 저희 영토를 침략한 거예요. 바로 아래에 위치한 연맹에서요.

사실 전 전쟁을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어요. 그 연맹에서 다짜고짜 저희가 자기네를 먼저 공격했다면서 사과하지 않으면 속된 말로 밟아주겠다며 거의 협박에 가까운 메일을 보냈었죠. 관련 내용을 저희 연맹원분들에게 공유했고, 다들 빨리 사과해서라도 전쟁을 피하라고 제게 요청해왔죠. 전 그쪽의 주장대로 이유도 모른 체 구구절절 사과 메일을 쓰기 시작했죠. 제발 공격은 말아달라고 하면서요…

전쟁의 발단은 이랬어요

이런 게임은 처음이라…. 전 게임에서 요구하는대로 다른 분들이 만든 연맹에 가입했어요. 그런데 강요하는 것이 너무 많다 보니 ‘게임인데 너무 요구하는 게 많은 거 아냐?’라는 회의감이 들었죠. ‘왜 내가 그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반감도요.

게임을 하면 할수록 이런저런 물음표가 찍히는 부분이 생겼고, ‘그냥 어차피 게임인데 내가 추구하는 방식의 연맹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연맹을 만들고 가입제한 없이 모두가 존중하면서 즐거운 게임을 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기로 했죠. ‘나는 내식대로 해보겠다’는 도전적인 생각이랄까요. 그러면서 초보자분들이 오손도손 모여사는 연맹으로 작은 땅에 터를 잡고 게임을 즐기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메일 한통이 왔어요. 저희 연맹원 중 한 분이 자기네 깃발을 공격했다고 사과하라고 하더군요. 안 그러면 초토화시켜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어요. 저희보다 세력이 강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요. 굉장히 권위적이고 위협적인 강한 논조였어요.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기만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연맹원 그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았어요. 이제 조금씩 키워가는 재미가 있었는데 전쟁을 하면 피해가 크니까요. 그래서 제가 맹주이니 장문의 사과 메일을 보냈죠. 정중하게 장문의 글로요.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어이가 없었어요. 자기네들에게 공격할 명분을 줘서 고맙다였어요.

‘어….? 이거 뭐지….? 그럼 왜 나보고 사과하라고 했지…? 어차피 공격할 거였으면서…. 어이없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건데 그쪽에서 저희 쪽에 스파이를 심었고 그 스파이가 자기네 깃발 한 번 공격하고 저희 연맹을 나간 거죠. 그들은 그렇게 자기들 공격 명분을 삼은 거였더라고요.

하…………
게임 속에서도 이런…..

공격은 이틀 동안 계속됐어요. 전일 자정부터 시작된 공격은 다음날이 되어서도 이어졌어요. 이틀 내내 공격받다 보니 저희 연맹원 분들의 성들이 모여있는 곳은 불바다가 됐어요. 솔직히 너무 속상했어요. 비록 게임이지만 나와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고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게다가 그 연맹에서 맹주라는 사람은 제게 개인 메시지를 보내 “지금 있는 연맹을 해체하고 우리 쪽에 오면 임원 자리 하나 마련해 줄게”라고 하더군요. 어이가 없어 보는 즉시 답을 썼어요. “아무리 게임이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게임을 삭제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라고요. 차마 반말은 못하겠더라고요…

정말 삼국지 속 동탁이 떠오르더군요. 참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게임을 이제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결심 했어요. 그리고 제가 게임을 그만두는 시기는 이 어려움을 헤쳐나간 뒤일 것이라고 다짐했죠.

그리고 계속 고민하게 됐어요.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방법은 있을 것이다

공격에 시달리면서 밤을 잘 수가 없었어요. 모두가 저를 찾으시면서 해결책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정말 지독한 공격이었어요. 끔찍했어요. 잠을 잘 수 없었어요. 잠깐 졸면 꿈속에서도 공격당하는 꿈을 꿨어요. 그러면서도 고뇌하고 있었어요.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고요.

이틀 째 공격에 시달리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머릿속에서 갑자기 번쩍하며 묘책이 떠올랐어요. 그동안 읽고 있던 삼국지 영웅들의 고민과 결단, 외교 그러한 전략들이 머릿속에서 합쳐지더라고요. 마치 게임 속에서 아이템이 조합되며 궁극의 스킬이 장착되는 것처럼요.

그리고 왕국 지도를 꺼냈어요. 저희를 공격한 연맹 주변 세력도를 살피기 위해서요.

아…… 외교…….
어쩌면…….

게임을 실행하고 맹주인 저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저희를 공격하는 연맹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맹주분들에게요. 정중하면서도 비굴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도움이 절실히 필요함을 피력하려고 했어요. 장문의 글로…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나갔어요. 몇 군데 맹주분께 답신이 오긴 했어요. 하지만 그들도 자신보다 큰 세력을 지닌 연맹과의 전투에서 패해 군사를 절반 이상 꺾인 상황이어서 도와줄 수 없는 처지라고 했어요. 군대를 재정비하고 있어 전투에 참여해봤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었죠. 기대했던 답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답신이 왔음에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어요.

‘하…. 이것도 답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니 온몸에 힘이 빠지더라고요.

이제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들 정도였어요.

‘정말 이대로 연맹을 해체해야 하나… 난 맹주로서 자질이 없는 건가…’

그런 자책도 하게 됐어요… 그런 과정 속에서 어떤 분은 저의 무능함을 탓하며 떠나시는 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대다수분들은 저를 믿고 따라주셨어요. 그러니 책임감이 더 들더라고요. 이분들을 지켜야겠다는.

또다시 새벽이 찾아왔고 갑자기 카톡이 신나게 울리기 시작했어요. 저를 찾으시는 분들이 계시다고 응답 달라는 다급한 메시지였어요. 그때가 새벽 1시쯤이었어요. 계속된 공격으로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터라 그날은 밤 9시쯤 집에 도착하자마자 곯아떨어졌었는데, 다시 새벽에 알람 소리에 깬 거죠.

비몽사몽이었지만 일어나야만 했어요. 저를 믿고 함께 해주시는 분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어요. 다시 게임 속 맹주로 돌아가 저를 찾으시는 분들 한 분 한 분을 응대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들었죠. 그분들은 제가 도움을 요청한 한 연맹, 그전까지 답신이 없었던 그 연맹에서 보내주신 지원군이었어요.

당시 저희 연맹의 전투력은 평균 30만~40만 정도였어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어요. 전투를 치러야 하는 유닛도 레벨이 2 정도밖에 안 됐어요. 이에 비해 공격하는 연맹의 유저는 100만~150만의 전투력에 3 레벨 유닛을 보유하고 있었고요. 3 레벨 유닛이 얼마나 강하냐 하면요. 제가 테스트를 해보니 3 레벨 유닛 6만 명으로 2 레벨 유닛 12만 명은 거뜬히 처리할 수 있을 정도더라고요. 게다가 라이즈오브킹덤즈는 사령관 레벨도 중요한데 공격하는 쪽의 사령관 레벨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것이었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하지만 저희를 지원해주기 위해 달려온 분들의 전투력은 무려!!!! 250만 이상, 게다가 4 레벨 전투병력을 끌고 오셨어요. 저희 연맹원 모두는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분들이 쓸어버리는 광경을 지켜보며 적의 공격에서 이제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통쾌함에 짜릿함을 느꼈죠.

상대 연맹은 처음에 저희를 얕보고 고렙을 공격하다가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성안에 들어가 방어만 하기 시작했고, 1시간 반여 동안 저희 연맹을 지켜주신 뒤에 지원군 분들은 원래 자기 연맹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저희 연맹 분들은 편히 잠을 청했지요. 당연히 아침에 일어나 접속해보니 지원군이 되돌아갔다는 것을 확인한 상대 연맹은 저희를 다시 공격했고, 저희 연맹의 센터와 연맹원 분들의 성은 불타고 있었어요.

연맹 이전,
그리고 날아온 비보

저희는 결국 저희가 터를 잡았던 땅을 포기하기로 했어요. 지원군의 도움으로 짧지만 한바탕 통쾌한 승리를 맛봤지만 그 땅을 지킬 수가 없었어요. 지원군이 매번 와서 도와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결국 우리가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혹독한 공격을 받고 나서야…

자주 접속하고 소통에 적극적인 분들과 자연스레 앞으로 연맹의 미래에 대해서 의논하게 됐어요. 그분들은 현재 연맹의 임원분들이 되셨어요.

수많은 의견을 나눈 끝에 저희는 저희를 공격하는 연맹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새로운 땅에 연맹을 세우기로 했어요. 시행착오도 많았죠. 생성된 지 좀 된 서버다 보니 이미 세력도는 거의 다 그려져 있었고, 저희가 몸을 맡길 땅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희 연맹원분들에게는 하나의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또다시 전투력이 높은 연맹으로부터 무자비한 공격을 받을 수 있음에 대한 그런 두려움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땅을 정했다가 다시 의견을 모아 옮기고 하기를 몇 차례 할 수밖에 없었어요. 연맹원분들께 죄송한 마음이었어요. 그냥 다른 연맹에 가입하셔도 될 텐데… 저희 연맹에 끝까지 남아서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니… 그 마음이 너무 감사했어요.

그렇게 힘들게 땅을 고르고 골라 연맹 센터를 다시 지었어요. 그런데 그날 새벽…. 또다시 저를 찾는 다급한 카톡이 울렸어요… 새벽 1시쯤…….

맹주님!!! 맹주님!!!

저희 옆에 위치한 연맹 맹주가 저를 찾은 거였어요. 저희를 공격해서 몰아냈던 연맹이 저희 옆에 있는 연맹 맹주에게 메시지를 보내 저희를 공격하지 않으면 자신들을 멸망시키겠다고 했더라고요.

‘이거 참…….. 이건 뭐……. 정말 인성이 문제인가….. 하…. 진짜…..’

너무하다 생각했죠.

하지만 제가 여기서 게임을 접을 운명은 아니었나 봐요. 감사하게도 전날 저희를 도와주셨던 분들 중 한 분이 저희의 어려움을 보시고, 저희를 공격한 연맹과 아주 멀리 떨어진 땅을 직접 골라주셨어요.

그리고 그곳까지 이동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해주셨어요. 자신의 땅 옆에서 힘을 키워 저희를 공격한 그 연맹과 맞설 힘을 키울 것을 조언해주셨고요.

우여곡절 끝에 현재 저희는 지금 있는 왕국 서버에서 저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은 모았어요.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요. 저희가 성장하는 만큼 저희를 공격했던 연맹도 성장하고 있더라고요.

문화를 만들다

일단 어렵게 구한 땅에서 저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가지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독려했죠.

‘분노의 렙업’이라고 외치면서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저희 연맹원분들이 보다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고, 보다 빨리 렙업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저는 저희 연맹분들이 현질(돈을 지불하면서 게임 속 아이템을 사는 행위)을 하지 않고 게임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내 자원을 나눠드리자’였어요. 연맹원분들과 대화 나누는 메시지로 렙업을 위해 급히 자원이 필요하다면 자원을 요청하시면 된다고 안내를 드렸어요. 그리고 자원 지원 요청이 오면 제 렙업을 늦추더라도 적극 자원을 나눠드렸어요. ‘지원은 사랑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면서요.

그러니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나눔을 받은 분들이 또다시 나눔을 실천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저희 연맹은 서로의 자원을 나누는 문화가 생겼어요. 저는 그걸 ‘자원 품앗이’라고 불러요. 저희 연맹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저희만의 가치인 거죠.

또한 혹독한 공격을 받아서인지 서로 함께 성장해야 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공동체 의식도 생겨났어요. 그래서 함께 야만이라는 게임 속 중립 캐릭터를 잡으러 다니고, 게임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 즐기며 함께 성장을 꾀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매주 월요일에는 [연맹 소식 레터]를 보내드리고 있고, 중요한 이슈가 발생하면 연맹원 분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전체 메일을 보내드리고 있어요. 그리고 게임을 하면서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tip 등도 정리해서 보내드리고 있어요.

이런 걸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예요. 즐겁게 게임을 하면서 현실 속 스트레스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죠. 게임 속에 숨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게임을 하면서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죠.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풀지 않으면 마음의 병이 걸린다는 걸 전 이미 알고 있잖아요…

게임 속에서 인생을 배울 줄이야

한창을 신나게 떠들고 나니 사장님의 표정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전 어둡기만 했던 내가 아닌 정말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나를 보는 것이 신기하다는 표정이기도 했다.

맞다. 난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왔다.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는 나의 모습으로. 오로지 성령 안에서 살아 숨 쉴 수 있음을 알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나로…

요즘 난 시간이 나면 삼국지를 읽는다… 책을 읽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라오킹(라이즈오브킹덤즈)을 한다.

리더십에 대한 고민은
현재 진행 중…

현실 속에서 나는 과장이지만, 게임 속에서 난 맹주다. 현실에선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리더가 되어 본 적이 없기에 맹주 역할을 하면서 고민이 많다. 시행착오도 겪고 있다. 하나의 리더로서 겪는 고민과 시행착오랄까.

또한 맹주 역할을 하면서 ‘내가 추구하는 리더십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무엇보다 게임 속에서지만, 나와 함께 연맹을 지켜나가겠다고 함께 해주시는 분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도 생겼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삼국지 속 영웅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기분이 들었다. 삼국지를 읽으며 영웅들의 일대기와 사건, 그들이 내리는 의사결정,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들을 읽으며 간접 경험을 하게 됐다면, 라이즈 오브 킹덤즈를 하면서 나는 직접 경험을 하고 있어서랄까.

왜 저작거리에서 맺은 장비와 쫓기던 관우와 같은 장수를 거느렸지만 세력이 작아 늘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대의를 꿈꿨던 유비의 마음을…… 원소와 원술, 공손찬, 유비 내로라하는 이들의 숨 막히는 외교전 역시 책으로만 읽었을 때에는 이토록 구구절절 와 닿지 않았으나 이제는 알 것 같다. 전쟁을 앞두고 긴박했던 순간들을… 당장 지원군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지새워만 했던 날들을… 자신이 다스리던 성이 함락되고 불바다가 되었을 때 그것을 바라보는 군주의 마음을…

게임에 대한 편견을 벗어버리다

사실 예전의 나는 게임을 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게임을 하면서 현질에 대해서도 굉장히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알게 됐다. 게임 속 세계는 또 다른 세계다. 마치 영화 속 매트릭스나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세상. 그 속에서 내게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고 게임 속에서 난 또 다른 이가 되어 살아간다. 내가 원하면 현실과 전혀 다른 나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난 다르고 싶지 않다. 내가 추구하는 이상을 펼쳐보고 싶은 소망이 더 강렬하다.

게임 속에서 내가 추구하는, 바라는, 되고 싶어 하는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을 그려가 보려고 한다. 함께하는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개개인의 특성을 잘 파악해 그들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현재의 상황을 분석하려 애쓰는… 그런 것들을 통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올바름, 정의로움, 공정하고 평등함, 이러한 가치를 구현해 낼 수 있도록, 연맹원 모두가 수긍하고 박수칠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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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헤럴드경제 이주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