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쓴다는 것도 의지와 인내심의 산물

오늘은 기자들의 글쓰기 훈련 방법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처음 언론사에 입사한 뒤에 어떻게 일반인에서 기자로 성장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수습기자

기자는 입사 초 ‘수습기자’가 된다. 이 기간 취재하는 방법과 기사 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배우게 된다. 언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간은 보통 4~6개월 정도다.

수습기자는 보통 하루 3~4시간가량 잔다. 술자리는 기본이다. 몸속에 흐르는 알코올의 열기를 느끼며 새벽까지 경찰서를 돈다. 자. 여기서 잠깐,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나 때 술자리가 많았지만, 지금은 술자리가 많지는 않다. 가끔 아주 가끔 회식하는 정도다. 못 먹는 술을 수습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세상이 변하면 훈련법도 변하게 마련이니…

처음엔 어색하지만, 한 달이 지나면 새벽에 맨정신으로 경찰서를 도는 게 어색하기까지 했다. 일상이 된 것이다.

경찰들을 만나 사건·사고에 대한 얘길 듣는다. 한 건이라도 더 듣기 위해 경찰서 내 굳게 닫힌 문들을 노크하고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면 들락날락한다. 기사가 될 만한 사건·사고를 찾아내면, 육하원칙에 맞춰 취재하고 보고한다. 스토리가 있다고 판단되면, 사연 취재도 병행한다.

취재가 끝나면 글로 써본다. 글이라고 표현한 것은 기사라고 말하기엔 매우 엉성해서다. 취재한 것을 나열한 수준에 불과한 글이 대부분이었다.

다행히 수습기자 교육용 워크북이란 게 있다. 이 워크북에는 기사 작성법에 대해 상세히 적혀있다.

수습기자는 취재한 것을 워크북에 나와 있는 기사 공식에 글자를 구겨 넣는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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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또 쓰고

한 달 정도 수습생활을 하면, 앉기만 하면 잔다. 사건팀은 팀워크가 중요해 술자리가 잦은 특성이 있다. 비몽사몽에 숙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호랑이굴에 알몸으로 들어간 꼴과 다름없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오보(誤報)’나기에 십상이다.

늘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하지만, 체력의 한계와 맞서 싸우고 있는 수습기자에게 선배의 불호령은 일상이 된다.

취재한 내용을 완벽히 이해한 뒤에 보고해도 시원찮은데 시간에 쫓겨 보고하다 보니 사건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체 보고하게 된다. 혼날 수밖에 없다. 겨우겨우 보고에서 ‘오케이’가 떨어져도 그다음이 문제다.

취재한 내용을 글로 써서 보내기를 무한 반복한다. 수습이 쓴 기사가 선배의 눈에 글이 마음에 들리 없다. 혼나고 수정하기를 반복하게 된다.

이 기간 수습기자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걸 글로 옮겨 쓰고, 자신이 쓴 글을 고친다. 이러한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훈련한다.

읽고 또 읽고

이뿐이 아니다. 수습기자는 매일 아침 다른 매체에 보도된 [단독] 기사가 없는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독서는 수습기자에게 고난의 동반자가 된다. 슬퍼도 읽어야 하고 기뻐도 읽어야 한다.

모니터를 제대로 안 하고 있다가 선배가 물어보는 기사에 답을 못하면 그 역시 수습기자의 책임이다. 회사로 따지면 근무 태만이 되는 셈이다.

수습기자는 기사 모니터링을 통해 자신의 눈높이를 높여가게 된다. 강제로…

훈련 또 훈련

고단한 하루를 마친 수습기자는 저녁엔 회사로 복귀한다. 하루 있었던 일상에 대한 소회를 작성한다. 회의실에 모여 선배한테 기사 공식을 배우고, 첨삭을 받는다.

이처럼 수습기자는 읽고 쓰기를 4~6개월 동안 진저리가 나도록 반복하게 된다. 글을 못 쓰는 이도 이 과정을 거치면 어느 정도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선배들의 가르침에 잘 이끌려 왔다면 말이다.

머리가 아닌 몸이 공식을 외우게 된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이야기만 들어도 머릿속에 글쓰기 공식이 떠오른다.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잡히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면,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을 적으면 기사가 된다.

필사

필사가 별것이 아니다.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써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뭔가 거창하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내가 보기에 좋은 글이 좋은 교재이고, 아무 종이든 꺼내 쓰면 된다.

글을 잘 쓴다는 것도 의지와 인내심의 산물이다. 누구 더 오래 잘 버티며 훈련했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글쓰기 능력은 연습에 비례한다. 절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교재

자신이 읽은 글 중에서 마음을 울리는 글이나, 읽으면서 정말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글 등이 가장 훌륭한 교재다. 기사는 짧은 글 안에서 구성을 잡아놓았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필사할 수 있는 좋은 교재라고 생각한다.

필사하다 보면 글을 보는 눈이 높아지게 되고, 글을 보는 눈이 높아진 만큼 글쓰기는 더 탄탄해진다. 성장한다는 것을 느낄 순 없지만, 가끔 몇 개월 전에 썼던 글을 다시 꺼내 읽어보면 알게 된다. 그동안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말이다.

 
기자의 글쓰기 = 노력의 대가

일반인이 수습기자만큼 모든 것을 내걸고 글쓰기 공부를 한다면 글쓰기 실력은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욕심 내지 말고 하루에 5분이라도 시간을 투자해서 자기 생각을 글로 써보고, 남의 글을 읽어보면서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