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계의 흥신소. 마시즘 사무실에는 오늘도 많은 고객들이 문을 두드린다. 각각의 사연은 기구하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출생의 비밀부터 신상음료의 사주팔자까지. 마실 수 있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를 수집한다.

국립국악원

아침부터 나를 찾는 의뢰인들의 사연으로 휴대전화가 핫팩이 된다. 나는 오늘의 의뢰를 확인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라… 로맨틱한 의뢰군”

사무실에는 오늘의 의뢰음료가 먼저 도착해있다. 따뜻한 빨간 양말 속에 담긴 오늘의 음료… 하이트. 하이트 맥주가 여기 왜 나와?


하이트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해

(세상에서 가장 빠른 트리를 만들 수 있는 맥주다)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하이트 크리스마스였다니. 하이트 엑스트라 콜드에 산타와 눈사람으로 한껏 꾸민 크리스마스 패키지가 나온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음을 맥주로 알게되다니. 분하다.

일단 의뢰 음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크리스마스에 마시는 하이트 맥주의 맛이나 맥주로 트리 쌓기 같은 걸 주문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의뢰는 나름 진지했다. “크리스마스에 맥주를 마시는 게 맞을까요?”


유럽 사람은 크리스마스를
알기 전부터 크리스마스 맥주를 마셨다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크리스마스에 맥주를 마셔왔다. 크리스마스 맥주(Holiday Beer)의 역사는 1933년에 태어난 하이트보다 오래 되었다. 심지어 크리스마스를 알기 전부터 크리스마스 맥주를 마셔왔다고!

그렇다. 크리스마스 맥주의 시작은 스칸디나비아를 누비던 바이킹이다. 바이킹들은 그들의 신과 동료를 기리기 위해 12월 21일 겨울 맥주를 나눴다. “오딘을 위해! 토르를 위해! 건배!” 하지만 종교가 바뀌었다. 노르웨이 호콘 1세(Haakon I)는 말했다. “이제부터는 그리스도를 위해 건배!”

크리스마스 맥주는 전통을 넘어 법이 되기도 했다. 13세기에는 농민들에게 크리스마스 맥주를 양조하고 파티를 열 것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실패한 경우에는 벌금을 부과하거나 맥주 양조를 금지당했다. 그렇다. 크리스마스에 맥주를 마시는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라 국가의 명령이었던 것이다(한국에는 그런 법이 없다).


바이킹의 후예들이
크리스마스 맥주를 마시는 법

바이킹의 후예 덴마크의 크리스마스에는 몇 가지 불문율이 있다. 하나 크리스마스는 반드시 가족과 보낸다. 그리고 둘, 크리스마스 맥주가 나오기 전에는 ‘크리스마스 런치’를 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런치는 단순한 점심이 아니다. 1년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여서 먹는 성대한 파티를 말한다. 크리스마스 맥주 출시는 곧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다는 알림인 것이다.

덴마크의 크리스마스 사랑은 독특하다. 크리스마스 맥주가 출시되는 11월 초는 J데이(J-dag)라는 기념일이 시작된다. 이때부터 각 집마다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준비가 시작된다. 11월 말에는 선물 목록을 주고받는다. 심지어 크리스마스까지 매일 작은 선물을 받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맥주뿐만이 아니다. 하이트에는 진로가 함께하듯 덴마크식 소주 스냅스도 함께한다. 이들이 크리스마스를 일찍부터 기념하고 술을 마시는 이유는 날씨다. 덴마크의 겨울은 이른 오후부터 어두워져 깊은 어둠에 빠지기 때문이다. 자칫 춥고 우울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족과 파티, 맥주로 보내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맥주 한 통에
전쟁이 멈추다

우리는 맥주를 뜨거운 여름에 어울리는 술로 알고 있지만, 맥주는 차가운 날씨에도 정말 어울리는 술이다. 날씨는 물론 마음도 차갑게 식어갈 때 한 잔의 맥주가 주는 평화는 대단하다. 크리스마스에 전장에 떨어진 한 통의 맥주로 전쟁이 멈추기도 했으니까.

1914년, 1차 세계대전에 벨기에 플랑드르 평원에서 영국군과 독일군이 수개월에 걸친 참호전을 벌였다. 일보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던 지지부진한 이곳에도 하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문제는 영국군 진영에 독일군이 맥주를 들고 나타난 것이다.

전장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했던 양쪽 군인은 맥주 한 통에 잠시 휴전을 했다. 서로의 참호 가운데에 맥주를 두고 서로의 보급품을 나눠주고, 캐롤을 불렀다. 합동장례식과 친선 축구를 했다. 맥주통이 비워질 때까지 그들은 적이 아닌 각국에서 모인 또래 젊은이들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은 이를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크리스마스에는
맥주를 선물하자

(하이트를 줬길래 일단 썰매를 만들어 보았다)

이제는 전 세계에서 각각의 크리스마스 맥주를 즐긴다. 독일은 라거 스타일, 영국은 에일스타일의 크리스마스 맥주가 나온다. 벨기에는 묵직한 고도수 맥주를 만든다. 크래프트 비어의 성지인 미국은 독일, 영국, 벨기에 스타일을 재해석한다.

만드는 방법도 맛도 다르지만 크리스마스 맥주의 공통점은 ‘선물하기 위한 맥주’라는 점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파티, 친구나 연인들의 만남에 센스있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맥주가 필요하다. 올해는 나홀로 집에가 아닌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니 하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수 있기를(그냥 하이트를 마시고 책상에 두었을 뿐인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펼쳐지는 마법이).

메리 비어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