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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할 제품은 컵라면 제조사 농심, 삼양, 오뚜기를 대상으로 많이 팔리는 신라면, 튀김우동, 육개장, 삼양라면, 진라면으로 정했다. 제품마다 큰 컵과 작은 컵을 동시에 시식해 맛에 대한 차이점을 기술하는 방식으로 역시 20명의 다나와 직원을 동원했다.

국립국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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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된 멤버들은 이제 시식회에 전문가가 다 되었는지, 김치나 단무지는 물론 김밥, 도시락 등 여러 먹거리를 싸오는 묘수를 쓰곤 했다. 맛의 차이가 가장 큰 순서대로 순위를 매겼다. 스포방지로 5위부터 살펴보자.

5위 오뚜기 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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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컵과 작은 컵의 맛 차이가 제일 나지 않는 컵라면은 오뚜기 진라면으로 꼽혔다. 오뚜기의 간판 제품이라 할 수 있는 진라면은 매운맛과 순한맛으로 나뉘는데 매운맛 제품을 시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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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진라면 작은 컵이 있는지는 이번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큰 컵과 작은 컵의 맛의 차이가 거의 없는 동일한 제품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평가단 중 몇몇은 그 와중에 맛의 차이를 느껴 작은 컵보다 큰 컵이 더 맛있던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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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숫자로 보는 큰 컵과 작은 컵의 차이는 어떨까? 일단 면의 중량은 큰 컵이 88g, 작은 컵이 56g으로 64%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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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량은 480Kcal와 280Kcal로 58%, 나트륨은 1,540mg과 1,160mg으로 75% 수준이다. 흔히 곱빼기 문화에 익숙한 나머지 작은 컵을 큰 컵의 반 수준으로 인식했던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다. 밥하고 곁들여 먹는다고 작은 컵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다. ‘작은 컵도 은근 많다고 말이다.’

4위 농심 튀김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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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식회 전에는 튀김우동이 제일 차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큰 컵, 작은 컵의 맛의 차이가 있다는 의견이다. 물론 뒤에 언급할 3위와 격차가 거의 없지만, 우동이라는 특수한 맛으로 인해 꼴찌를 면한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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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단은 튀김우동 작은 컵이 큰 컵보다 더 맛이 진하고 짠 것으로 평가했다. 물론 맛도 작은 컵의 승리다. 더불어 면발의 차이를 언급했다. 큰 컵이 면발이 작은 컵의 면발보다 더 굵게 느껴졌다고 평가한 것이다. 아니! 큰 컵과 작은 컵의 면발 두께가 다르다니? 실제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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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큰 컵이고 오른쪽이 작은 컵이다. 얼핏 보아도 큰 컵의 면발이 더 둥글고 두꺼운 것을 알 수 있다. 작은 컵의 면발은 페투치네 파스타 같은 넓적한 형태로 보인다. 면은 큰 컵이 더 좋으나 역시 우동은 국물 맛에 좌우되는 것일까? 이번 시식회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 같다.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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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면의 무게는 큰 컵이 94g, 작은 컵이 52g으로 55%, 거의 절반 수준이다. 곱빼기의 개념이 이제야 비로소 적용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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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열량은 495Kcal, 315Kcal로 64%, 나트륨은 1,620mg과 1,200mg으로 74%에 육박하니 적게 먹는다고 살 빠지는 건 아니라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다.

3위 농심 신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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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의 대명사 신라면이다. 매운맛이 강해 몇몇 초딩입맛의 평가단을 괴롭힌 주범이다. 속칭 국민라면으로 해외에 수출도 많이 되는 제품이다. 4위로 꼽힌 튀김우동과는 거의 격차가 없는 수준으로 채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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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맛은 튀김 우동과 마찬가지로 작은 컵이 큰 컵보다 더 진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감칠맛과 얼큰한 향으로 표현이 나뉘었기는 하나 작은 컵이 더 맛있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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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발도 역시 튀김우동과 마찬가지로 큰 컵이 더 굵었다. 우동과는 굵기 차이가 덜했으나 작은 컵의 면이 더 얇고 단단하다고 해야 할까? 호불호는 갈렸지만, 역시 국물의 차이에서 작은 컵이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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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의 무게는 93g과 55g으로 59% 수준이다. 역시 농심은 곱빼기 개념을 그럭저럭 잘 실행하고 있는 것인가? 작은 컵의 면발이 얇아 부피가 커 보여도 실제 무게가 가벼운 필살기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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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량은 큰 컵이 495Kcal, 작은 컵이 300Kcal로 61% 수준. 그리고 나트륨은 1,680mg과 1,290mg으로 77% 수준이다. 확실히 신라면의 맛을 감안하면 시식에 동원된 제품 중 열량과 나트륨이 거의 최고 수준이다. 튀김우동과 마찬가지로 양은 절반이지만, 열량, 나트륨은 절반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2위 농심 육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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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작은 컵’으로 판단해야 말아야 하나 고민되던 제품이다. 큰 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제품에 ‘큰 사발’이라고 적혀 있어서 큰 컵과 일반 컵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같은 이름을 달고도 컵의 크기가 다르니 비교군에 넣었다. 육개장 사발면이라 하면 전 국민이 거의 다 알 정도로 베스트셀러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니 바로 결과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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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개장 작은 컵이 정말 대중적인 제품이다 보니 평가단의 기준은 작은 컵일 수밖에 없었다. 작은 컵의 맛에 큰 컵이 얼마나 다른가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다른 하위권 제품과 마찬가지로 작은 컵의 국물이 큰 컵보다 더 진하고 감칠맛이 우수했다는 평가다. 더불어 육개장 특유의 ‘인스턴트 라면’맛이 큰 컵은 좀 덜해서 이질감이 났다는 평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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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면의 굵기도 작은 컵이 얇아 컵라면 먹는 기분이 났다고 했다. 사진을 봐도 면 굵기의 차이가 살짝 느껴진다. 이쯤 되니 큰 컵과 작은 컵의 면이 아예 다른 공정으로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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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대로 다른 작은 컵 시리즈보다 덩치가 크다. 면의 무게도 96g대 77g으로 80%에 육박한다. 비슷한 분량이지만 면발이 더 얇다는 것이 육개장 사발면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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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열량과 나트륨도 비슷하다. 열량은 485Kcal와 375Kcal로 77% 수준. 거기에 나트륨은 1,610mg과 1,590mg으로 99% 수준이다. 역시 육개장은 큰 컵과 작은 컵이 아예 다른 제품이라고 봐야 할까? 의문이 드는 순간이다. 워낙 작은 컵이 오래되고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은 제품인지라 큰 컵의 이질감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1위 삼양 삼양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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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1위는 삼양라면이 차지했다. 우리나라 라면의 원조격인 삼양의 간판 제품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컵라면이다. 익숙한 디자인에 익숙한 글씨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생각 없이 흡입해왔던 이 삼양라면이 큰 컵과 작은 컵의 차이가 제일 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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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품은 두 제품 모두 똑같지만, 큰 컵에서 ‘소고기’ 국물 맛이 강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소고기 국물이라 판단함에 앞서 익히 알고 있던 삼양하면의 맛이 큰 컵에서 더 맛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반면 작은 컵은 짜고 칼칼한 맛이 강해 삼양라면 고유의 향을 가렸다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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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발의 차이도 느껴졌다는 평가단도 있었다. 육안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지만, 끓는 물을 부어 넣고 조리하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심의 라면과 같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면을 입에 넣고 씹었을 때 그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차이를 글로 표현하려니 참 어렵기만 하다. 결과적으로는 국물과 면 모두 큰 컵이 더 맛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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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의 무게는 93g과 58g으로 약 62% 수준이다. 육개장보다는 덜하지만, 농심 제품보다는 아주 살짝 더 들어간 수준이다. 곱빼기라고는 할 수 없는 정도니 참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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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량은 큰 컵이 490Kcal, 작은 컵이 295Kcal로 60% 수준이다. 면 무게와 비슷한 비율이다. 나트륨은 1,690mg과 1,190mg으로 약 70% 수준. 중량에 따른 적당한 비율로 판단된다. 적게 먹은 만큼 적게 섭취되는 등가교환의 법칙이다.

모인 김에 궁극적인 맛의 순위까지 따져보자!

지금까지 큰 컵과 작은 컵의 맛에 대한 차이를 알아보았다. 그러면 궁극적인 맛의 순위는 어떨까? 평가대상 선정에 대한 논란이 예상되지만, 어차피 한곳에 모인 제품 그냥 순위를 매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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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차이가 아닌 ‘맛있다’고 평가된 순위다>

1위는 육개장, 2위는 진라면, 3위는 삼양라면, 4위는 신라면, 5위는 튀김우동 순으로 조사되었다. 맛의 차이 순위와는 차이가 크다. 주관적인 평가가 모여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었지만, 가장 대중적인 제품을 모아 한곳에서 평가했으니 어느 정도 정상참작은 되리라 믿는다. 다나와 직원 20명의 절대미각(?)은 위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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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식회를 진행하며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제품을 검증하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쉬웠다. 5종류만 해도 40개가 넘는 라면을 조달해야 했기에 비공식(?) 행사를 진행함에 있어 체력이 너무 소진된 탓이다. 하지만, 큰 컵과 작은 컵 사이에 국물에 이은 면발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면 무게에 비해 열량과 나트륨의 격차는 생각외로 적다는 것을 알아냈다는 것이 이번 시식회의 가장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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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맛의 차이가 날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공장이 다른가 싶어 제조원을 살펴보아도 모두 동일했다. 건더기의 차이가 있나 싶어 일일이 세어보아도 개수의 차이일 뿐 종류의 차이는 없었다. 도무지 머리가 깨질 지경이라 그만뒀지만, 아직도 파헤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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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큰 컵과 작은 컵의 제품을 아예 다르게 보고 구입하는 것이 나을듯하다. 괜히 친구가 사온 라면을 탐하지 말고 다양성을 인정하여 평화로운 면식 생활을 영유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 컵라면은 행복이니까!

글.다나와 커뮤니티팀 ‘정도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