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해리포터 불사조기사단, 인간성의 본질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 감염 확산세가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고 있어 사람들의 깊은 한숨이 더해지는 요즘이다.

국립국악원

이번 주도 저녁 일정은 모두 연기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 상대방도 연기하길 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어서 다시 예전의 안전한 대한민국을 되찾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 동참하는 것뿐이니 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덕택에 퇴근 후 나만의 시간이 많아졌음은 감사한 일이다. 오랜만에 여유로움이 찾아오니 사실 좀 불안한 마음도 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더 알차게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일 것이다.

난 안다

완벽을 추구하지만 완벽할 수 없는 난 늘 불안해한다는 것을. 불안함이 엄습할 때면 나 자신을 다독여야 한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했고, 그 시간은 모두 후회 없이 보냈을 것이라고. 바람이 아니라 내가 믿는 것이 진실이라 굳게 믿으며 말이다.

이런 나 자신을 보며, 문득 ‘해리포터의 불사조 기사단’편 속 해리포터의 모습이 떠올랐다.

볼드모트와 자신이 연결되어 있음에 불안해하더니, 점점 화가 많이 나는 자신의 모습에 자신이 볼드모트로 변하는 것 아닌지 두려워하게 된다. 그의 불안, 그리고 그 불안이 만들어내는 공포 그것이 난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번엔 해리포터 시리즈 중에 5번째 이야기인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

해리포터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년)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2002년)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년) ▲해리포터와 불의 잔(2005년)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2007년)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2009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파트1(2010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파트2(2011년) 총 8편으로 구성돼 있다.

1편 마법사의 돌이 2001년 작품이니 벌써 1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중심으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첫 시작은 어린이 동화 같은데, 시리즈가 거듭할수록 해리가 성장하면서 겪는 고민과 문제, 그리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어 그런지, 성장기에 경험하는 일과 감정 등을 통해 아이들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다룬 성장물 같은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도 든다. 2001년 1편의 독자가 해리포터와 함께 큰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영화는 독자들과 함께 성장통을 겪고 있으니 그들에게 큰 위로를 안겨주는 셈이니 말이다.

참고로 1편 속 해리포터의 나이는 11살이다. 생년월일이 궁금해 찾아보니 80년 7월 31일이었다.(앳된 해리포터가 나와 동갑내기였다니…. 그래서 친근하게 느껴졌었나…)

작가 ‘조앤 롤링’

해리포터 시리즈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작가 ‘조앤 롤링’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영국 남서부 브리스톨 주변 소도시에서 평범한 가정의 딸로 태어났는데,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 창작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여동생에게는 ‘홍역에 걸린 토끼’ 등을 직접 만들어 들려줬다고 한다.

그런 그녀는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삶을 살며 결혼했지만, 이혼하게 된다. 이후 그녀는 단칸방에서 딸과 지냈는데, 아이에게 줄 분유가 부족해 자신은 굶은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그동안 자신이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고 한다. 집 근처 카페 ‘엘리펀트 하우스’ 구석 자리에서. 그것이 바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원고가 출간되기까지는 산 너머 산이었다. 원고를 들고 12곳의 출판사를 찾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고, 1996년 13번째로 찾아간 소규모 출판사 ‘블룸즈베리’에서 초판으로 500부를 찍기로 계약한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7년 6월 드디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세상에 태어났다.

“아이 신발을 사주지 못해 정말 미안했는데, 이젠 맞는 신발을 살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던 그녀는 해리포터 시리즈 성공으로 지금은 억만장자가 됐다. 아울러 그녀가 처음 글을 쓰던 ‘엘리펀트 하우스’ 카페는 관광명소가 됐다. 물론 카페 벽은 전 세계 팬들이 남긴 낙서로 초토화(?)됐을 정도라고 한다.

4권까지는 1년 간격으로, 5권부터는 2년 간격으로 출판했다고 하니 창작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까 싶기도 하다. 해리포터 시리즈 신간은 매년 7월쯤 발표됐는데, 지금으로 따져보면 애플이 9월쯤 새 제품을 선보이는 것 같은 분위기 아니었을까!!!

불공평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평범했던 해리포터는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겪으며 성장했고, 이제는 어엿한 청소년이 됐다. 론 위즐리는 투덜투덜하지만, 해리포터를 지켜주는 든든한 ‘의리파 친구’가 됐고 헤르미온느는 그런 론 위즐리에게 푹 빠진 ‘지혜와 사랑의 여신’이 됐다.

불사조 기사단에는 선과 악의 대결 구도로 전개된다. 볼드모트 쪽 사람들의 움직임은 검은색으로,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움직임은 하얀색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흑과 백의 대비를 이용한 것이다.

내가 주목한 것은 졸렬하게 자신의 이익만 좇는 이들이다. 마땅히 외부의 적과 싸워야 하는 상황임에도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사악한 내부의 적. 여기서는 ‘마법부 장관’을 둘러싼 권력에 눈이 먼 자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마법부 내 관직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권력을 남용한다. 그들이 하면 ‘선’이고, 남들이 하면 ‘악’이란 식으로 자의적 해석과 왜곡도 불사한다.

“피고 측 변호인이오! 알버스 퍼시발 울프릭 브라이언 덤블도어. (청문회 시간과 장소가 변경됐다는 전갈받았지요?) 못 받았소. 허나 우연히도 3시간 일찍 왔지요”

해리포터가 법정에 섰다. 인간이 보는 앞에서 마법을 썼다는 이유로 퇴학 조치를 당했고, 이에 덤블도어 교장은 마법부에 청문회를 요구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해 내용을 들어보고 퇴학 조치가 합당한 지를 논의하자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애초 잡혔던 해리포터의 청문회 일시는 해리포터가 마법부에 도착하자마자 변경돼 해리포터는 변호인 없이 청문회에 서게 될 뻔했다. 덤블도어 교장이 이를 이들의 이런 몰염치한 계략을 미리 알지 못했다면 말이다.

마법부 장관이 해리포터를 유죄로 몰아간다.

“혐의를 부인하는가?

“아뇨… 하지만…(마법부 장관이 말을 가로막으며 질문한다)”

“17세 이하는 학교밖에 마법 사용이 금지라는 걸 알고 있었지?”

“네… 하지만…(또다시 마법부 장관이 말을 끊는다)”

해리포터는 항변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자, 더는 안 되겠다는 듯 소리친다.

디멘터 때문이었어요

“징계를 피하기 위해 꾸며낸 게 뻔하지만 네 주장을 뒷받침할 증인이 없으니..”

마법부 장관이 해리포터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자, 덤블도어 교장이 증인이 있었다며 현장 목격자의 증언을 통해 현장 상황을 설명하지만…

“제가 잘못 알아들었지만 디멘터들은 마법부 통제를 받고 있는데, 마치 마법부가 디멘터를 보내 저 아이를 공격하게 했단 것처럼 들리는군요.”

유유상종이랄까. 이번에는 마법부의 차관이 마법부의 권위를 내세우며 증언을 묵살한다. 유유상종이랄까.

“그러니 왜 디멘터들이 아즈카반을 벗어나 허가 없는 공격을 감행했는지 철저한 진상조사가 실시돼야만 합니다. 차관님!

장관님! 이성적으로 생각하십시오. 어둠의 마왕이 돌아왔다는 건 명백합니다.”

참다못한 덤블도어 교장은 마법부 장관과 차관에게 이성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하지만… 마법부 장관은 자신이 듣고 싶고 믿고 싶은 대로만 행동할 뿐, 단호하게 반박한다.

‘그’는 돌아오지 않았소!

이미 자신이 가진 권력에 눈과 귀가 먼 괴물이 된 마법부 장관. 자신의 자리를 덤블도어가 위협한다는 주변 간신배들의 농간에 빠져 이성을 놓아버린 듯 보였다. 그에게 덤블도어는 그의 자리를 노리는 적의 수장일 뿐이었고, 호그와트 학생들은 자신의 제국을 침략하기 위해 길러지는 군대라고 굳게 믿을 뿐이었다.

마법부 장관의 모습은 세상(조직)은 어떻게 되든 말든 오직 자신의 자리만 지키면 된다는 ‘아집’과 ‘독선’으로 똘똘 뭉친 졸렬함 뿐이다.

“해리포터 경우처럼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선 머글 앞에서 마법을 써도 불법이 아닙니다.”

덤블도어의 변호는 계속되지만, 장관은 궤변으로 응수한다.

“법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거요.”

“언제부터 미성년자의 마법 사용 문제로 형사 재판을 열었습니까?”

해리포터는 배심원의 판단에 넘겨졌고, 다행히도 배석하던 이들 다수가 무죄라고 판단해 위기를 모면한다. 퇴학 처분은 취소되고 해리포터는 호그와트 학교로 복귀한다.

마법부 장관은 이제 덤블도어를 향해 복수의 칼날을 겨눈다. 마법부 차관을 학교에 파견해 학교 수업 방식에 사사건건 제동을 건다.

광화문덕
[출처: 해리포터 영화 공식 홈페이지]


“마법부는 옛날부터 어린 마법사들의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어요. 호그와트 역대 교장 선생님들이 학교를 위해 새로운 걸 도입하셨지만 변화를 위한 변화는 지양돼야만 합니다. 보존해야 할 것은 보존하고 다듬어야 할 것은 다듬으며 금지돼야 할 행위는 싹을 잘라내야 하죠”

“지금까진 수업이 얼렁뚱땅 진행됐더군요. 하지만 걱정 말아요. 체계적으로 이뤄진 마법부 인증 방어술 교육과정을 따를 거예요”

그들이 내세운 것은 권위로 포장한 일방적인 탄압일 뿐, 상식적인 교육과는 거리가 멀었다.

“방어법 주문은 빠져 있는데요?”

“그게 왜 필요해요. 교실에선 주문 쓸 일이 없을 텐데”

“공격받아도 못 쓰면 의미가 없잖아요”

“(신경질을 내며) 질문 있는 학생은 손을 들어요. 마법부의 입장은 여러분들이 이론만 잘 익혀도 시험을 통과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적과 싸우려면 이론만으로는 부족해요”

“분명히 말해둘게요. 어둠의 마법사가 다시 나타났다는 소문이 떠돌지만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그들은 진실을 손으로 가리려고 애썼고 진실을 말하는 이들을 핍박한다. 싸워야 할 것은 ‘볼드모트’였음에도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기에만 급급할 뿐이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그만 해요. 포터군 수업 끝나고 내 방으로 와요”

결국 해리포터는 반성문을 쓰며 가혹한 체벌을 받는다. 고통스러워하는 학생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잔혹함을 보여준다.

내가 맡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기존의 체벌 규정을 지켜주세요

학생들의 인권유린에 대해 항의를 하자, 교수가 된 마법부 차관은 이것이 마법부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 선언하고 자신에 대항하는 이들 색출작업에 들어간다.

“지금 그러니까 학생들이 어떻게 하든 그냥 놔두라는 건가요? 절 비난하는 건 마법부의 장관님을 비난하는 것과 다를 게 없어요. 어떤 경우에도 권위에 대한 도전은 참지 않겠어요. 학교가 생각보다 훨씬 형편없군요. 장관님께서 즉각 조치를 취할 겁니다.”

마법부 장관은 차관을 ‘호그와트 마법학교 개혁 추진’ 장학사로 임명하고, 마치 자신의 행위가 정의인양 언론에 공표한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혁신적으로 체계화했고 장학사로서 갈수록 악화되는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육의 질을 개선할 것입니다.”

장학사는 학교를 장악하기 위해 모든 교수 및 학생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고, 학생들의 자율권을 송두리째 빼앗는다.

“음악을 절대 금지한다. 모든 학생 모임을 해산한다. 이에 불응하는 학생은 퇴학 조치한다. 모든 학생은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에 응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학생들에게 해서는 안 될 체벌을 강행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학생에게 먹여서는 안 되는 약물도 서슴없이 투약한다.

말이 좋아 개혁이지,
그들이 행하는 개혁은
횡포와 독선에 불과했다

그녀의 전횡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처럼 나아갈 뿐이었다. 16년 동안 교수직을 맡아 성실히 수행해 온 이를 하루아침에 내쫓기까지 한다. 마치 ‘내게 대적하는 이는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전 학생이 보는 앞에서 철저히 짓밟는다.

결국 참다못한 덤블도어 교장은 “당신은 선생님들을 해고할 수 있지만, 호그와트 교정에서 쫓아내는 건 교장인 내 고유권한이오”라며 교수를 교정 안으로 들여보낸다.

마법부 장관은 가신들의 말만 믿고, 아니 그들의 이야기만이 오직 진실이라고 확신하며, 덤블도어 교장을 음모와 선동죄로 체포하기 위해 호그와트 학교 교장실로 쳐들어온다. 하지만, 덤블도어 교장이 누구던가 최고의 마법사 아닌던가. 그는 유유히 불사조와 함께 사라진다.

마법부 차관은 덤블도어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들을 찾기 위해 점점 더 잔혹해진다. 이성을 잃은 지 오래고, 이제는 괴물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마법부 안전이 걸린 일이니만큼 입을 열게 하려면 저주를 쓸 수밖에!”

그건 불법이에요!

“장관님만 모르시면 문제 될 게 없지!”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불법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식이다.

“덤블도어가 군대를 모아 마법부를 공격할 거라고 믿거든. 겁에 질려선 완전히 이성을 잃었지”

사실 자리에 연연하다 보면 무언가를 지키려고 애쓰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이성적이지 못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자주 본다.

망상이 시작되고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에 급급해 보이지 않는 허상을 만들고 여기에 자신들의 불안을 더하고 보태 점점 더 자신을 괴물로 몰아간다.

마법부 장관과 차관의 이러한 모습을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이러한 모습이 낯설지 않아서다.

세상에서도 이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자신의 행동은 절대 선이고, 남의 행동은 용서할 수 없는 절대 악으로 몰아붙이는 경우를 말이다. 진실을 말하는 이들은 억압되고, 세상을 올바르게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이에게는 올가미를 씌워 더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가둬버린다.

내가 권력을 가지지 않았을 때는 상대의 권력 남용에 대해 서슴없는 비판을 가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 권력을 가지고 나면 자가당착에 빠져버린다. 그토록 신랄하게 자신이 비판했던 그 대상이 곧 자신이 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도 알지 못하고 문제가 있는 것은 ‘나’가 아닌 ‘남’이라고 탓할 뿐이다.

해리포터는 자신이 볼드모트와 같은 부류의 인간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넌 나쁜 사람이 아니야 착한 사람인데 나쁜 일이 생긴 거지. 세상은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뉘지 않아. 우리한텐 빛과 어둠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지. 어느 쪽을 택하든 그 선택이 우리 본질을 결정해”

해리포터를 보다 보면 1편부터 반복돼 나오는 것이 있다. ‘젤리’다.

젤리가 자주 오는 건 자부심?

해리포터에 나오는 젤리는 특별하다. 과일맛, 블루베리맛, 코코넛 맛 등 달콤한 젤리도 있지만, 냄새나는 양말 맛, 잔디 맛, 썩은 계란 맛, 구토 맛, 개사료 맛, 코딱지 맛, 스컹크 방귀 맛 등 말만 들어도 인상을 굳게 만드는 맛이 섞여 있는데, 아이들은 먹으면 어떤 맛이 걸릴지 모르는 재미에 빠져 놀이하듯 젤리를 먹곤 한다. 확률적으로 맛있는 것도 있지만, 분명 먹으면 후회할 맛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자체로 즐거워하는 순수한 모습이 그려진다.

젤리는 영국과 그 주변국에서 과일 등을 굽거나 익힌 뒤 식혀 굳히거나 동물 지방과 부산물에서 우려낸 젤라틴으로 끓인 뒤 굳혀 먹던 것에서 유래한 후식이라고 한다. 해리포터가 영국 영화라서 그런지, 젤리가 영국 요리임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광화문덕

사실 나 역시 국민학교 시절(현재는 초등학교) 젤리는 무척 좋아했다. 학교를 마치고 교문을 나와 문방구로 달려갔다. 문방구 앞에 매대에는 쫀드기와 아폴로 등 다양한 젤리들이 진열돼 있었고, 아침에 등교하면서 엄마한테 받은 용돈 100원이면 몇 개는 사 먹을 수 있었다. 당시 가격이 10원~50원 대여서 싸고 달콤 새콤한 젤리들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그런 젤리를 먹고도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자란 어른들임에도… 우린 우리가 어릴 적 먹었던 젤리들을 ‘불량식품’으로 규정하고 아이들에게 싸구려 젤리를 먹지 말라고 강요하고 있는 현실이다. 나 역시도 아이에게 “불량식품은 나쁜 거야”라고 말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내가 어릴 적 자주 먹었던 것이지만, 이제 사는 형편이 좋아지고 내가 살아가는 환경이 달라지니 이전의 좋아했던 것이 나쁜 것으로 바뀌어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실제로 불량식품이어서 먹고 배탈이 나고 아플 수도 있다. 하지만 추억을 먹고 싶은 이들이 지금도 혜화동이다 인사동이다 해서 오프라인을 비롯해 온라인 상점을 통해 쫀드기, 아폴로 등을 구매해서 먹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로 그렇게 나쁜 식품인가 싶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젤리를 보면서 마음속 복잡함이 일었던 것은… ‘궁핍했던 어릴 적 나’와 ‘조금 나은 형편을 살고 있는 지금의 나’가… 동일한 ‘나’이지만 다른 기준을 가지고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르게 판단하고 있어서는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볼드모트처럼 변해가는 것 아닌지 불안해하고 공포에 떠는 해리포터에게 덤블도어는 이렇게 말한다.

해리… 중요한 건
얼마나 닮았는지가 아니다
어떻게 다른 가지

여운이 깊은 대목이다.

나 역시 늘 고민한다. 작은 성취에 취해 나도 모르게 괴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바라는 소망과 신념을 어느 순간 잃어버리고 살아가면 어쩌지… 늘 고민인 요즘이다.

광화문덕
일러스트 = 헤럴드경제 이주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