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지인들은 제게 말합니다. “역시 너랑 밥먹을 때는 실망한 적이 없어.”라고요. 필자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합니다. 맛없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살기 위해 입에 넣는 것 만큼 슬픈 일은 없다고 종종 생각하곤 합니다. 지인을 만날 때나, 여행을 갈 때나, 항상 맛집을 찾는 일을 즐거움으로 여기며, 간혹 지인이 제가 몰랐던 맛집을 소개해주면 ‘내게 맛집을 소개해 준 상냥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사랑합니다.

국립국악원

사실 필자는 2010년 7월~2011년 2월 사이 S본부의 데일리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맛집 코너를 담당하는 방송작가였습니다. 아마 맛집을 찾는 촉이 좋은 이유는 맛집 작가 당시 일주일에 하나씩 취재할 맛집(아이템)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경험 덕분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금부터 맛집을 찾는 몇가지 팁을 풀어 볼까 합니다. 아마 저만큼 맛집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도 비슷한 방법을 쓰고 계시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맛난음식 사랑이 모토인 세상 모든 호모 푸디언스들을 위하여! 이 글을 바칩니다. :)

1.블로그 후기, 웬만하면 믿지마라! 자발적 후기와 블로그 마케팅 글 구분하기

온라인 문화가 발달하면서 모든 사람들의 행동앞에는 ‘검색’이라는 선 행동이 따라 붙습니다. 맛집 찾기에서도 예외는 아닐 수 없지요. 작가들 역시 아이템을 찾을 때 검색을 통해 맛집에 대한 사전 정보를 습득하고, 이 집이 과연 맛집으로 소개 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판단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식당들은 사람들의 이러한 ‘습성’은 물론, 단순 광고보다는 유명 블로거의 글 하나, 일반인들의 수많은 글들이 더 큰 믿음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진짜 맛집을 찾고 싶을 때는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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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지역별 맛집 후기, 작성 날짜 체크하기

보통 우리가 맛집을 검색할 때는 ‘어디어디 맛집’이라고 지역명을 정해 검색을 하게 됩니다. 이런 키워드를 쳤을 때, 말 머리에 [00동/맛집], [oo역/맛집]이라고 말머리가 붙은 글들이 검색 결과로 나오게 되는데요. 이런 말머리들은 글쓴이가 유입을 높이기 위한 설정이므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으나, 각기 다른 블로그에서 동일한 말머리를 사용하고, 유독 한 식당만 검색 결과에 많이 노출 되어 있다면 해당 식당은 블로그 마케팅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곳입니다.

물론 블로그 마케팅을 했다고 해서 그 식당의 음식이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블로그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신생 식당이거나 손님 유치가 시급한 식당일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하고 싶다면 블로그 글이 작성된 날짜를 참고하세요. 몇년 전부터 띄엄띄엄이긴 해도 꾸준히 후기가 올라온다면 소비자들이 경험한 자발적 후기일 가능성이 높고, 특정시기에 우르르 몰려 후기들이 쏟아져 나왔다면 좀 더 신중히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블로그 글을 보고 맛집을 찾으려거든 적어도 10개 이상, 약간의 애교섞인 불만도 섞여있는 객관적인 후기를 많이 찾아보고 가시길 바랍니다.

②글에 등장하는 식당 방문 인원과 메뉴 가짓수 체크하기

특정 식당을 검색 했을 때, 종종 글 하나에 그 식당에 있는 모든 메뉴가 등장하는 글들이 있습니다. 예를들면 아귀 요리를 하는 가게인데, 아귀찜, 아귀탕, 아귀 강정, 해물탕, 식사 메뉴 등등… 메인 메뉴가 두가지 이상 등장한다면 의심을 해보는 게 좋습니다. 일반 사람들의 경우 회식이나 대가족 식사 모임이 아니면 그렇게 많은 메뉴를 한번에 시키는 경우는 없습니다. (게다가 그런 자리라면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 기깔나는 사진을 찍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그리고 각 음식마다 호평일색이라면 거의 작성자가 식당의 초대를 받아서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블로그 작성자의 동행 인원과, 등장한 메뉴의 숫자, 양을 꼭 가늠하고 판단하세요.

낯선곳에서 식당 찾기, 맛집은 손님 수가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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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이 습관화 되지 않은 분들의 경우 그냥 내키는 곳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조금이라도 맛집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팁으로는 현장에 있는 ‘손님 수’를 참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흔히 ‘갈비 골목’, ‘곱창 골목’ 등 동일한 장르의 음식을 판매하는 곳에서 특히 잘 통하는 방법입니다.

방송 취재 경험상 진짜 맛집은 한적할 틈이 없었습니다. 많고 많은 가게 중에서 손님이 북적이는 가게, 특히 아침/점심/저녁 밥시간이 아닌때에도 손님이 많은 곳이라면 99% 확실합니다. 밥때가 아닐 때 붐비는 이유는 인근 주민 뿐만 아니라 외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행차 오는 손님들은 일부러 손님이 많은 시간을 피해 한적하게 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요. :)

3.지역주민이 추천하는 식당이 진짜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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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역에 여행을 가거나, 이미 갔는데 딱히 찾아둔 맛집이 없다면  지역 주민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믿을만 합니다. 지역 주민들은 몇년 이상 자기가 살고있는 동네에서 밥을 먹을 때 굳이 블로그를 찾아 맛집을 찾아갈 이유가 없으니까요.

예를 들면 춘천 지역 주민들은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닭갈비 명소인 명동 보다는 다른 동에 있는 닭갈비 식당들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물론, (제가 먹어본 바로는)명동의 닭갈비도 맛있었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알려진 식당들은 더 유니크하고 깊은 맛이 있었습니다. 특정 음식으로 유명한 곳에 가셨을 때는, 버스 기사님, 부동산 사장님, 우편 배달부 분들을 붙들고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물어보시길 추천합니다.

4.정말 맛있는 맛집은 방송에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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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에 가보면 꼭 하나씩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방송 출연 화면을 캡처한 액자인데요. 맛집이라서 방송에 소개되는 경우도 많지만, 방송을 통해 맛집으로 ‘메이킹’되어 유명해 진 곳도 많이 있습니다. 작가시절 섭외를 하면서 가장 욕심이 나지만 가장 설득하기 어려웠던 식당의 사장님은

①온라인에 자발적 후기가 넘치고
②지인들도 추천하는데
③방송 촬영 이력이 거의 없고(있어도 대략 1990년대~2000년대 출연)
④”방송에 소개 되지 않아도 먹고 살만하다” 고 말씀하시는 사장님들이었습니다.

대박 아이템이다 싶어 작가들이 싹싹 빌며 사정해도 완강히 거절하시던 사장님들. 그런데 그분들 말씀이 백번 맞는 말씀이었고, 그런 곳이 진정한 맛집이었습니다. 보통 방송 촬영을 하면 하루 이틀간 꼬박 촬영에 매달려야 하는 것도 여간 쉬운일이 아닐 뿐더러, 지금도 손님들이 미어 터지는 상황에서 방송 보고 밀려드는 손님들까지 받으려고 욕심부리다가 음식의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좋은 취지로 한 두번 방송 촬영을 했더라도 후폭풍을 아는 맛집 사장님들은 방송 출연을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니, 후기도 많이 없고 방송 탄 적 없는 식당이라도 맛집이 아니라는 법은 없다는 사실! 꼭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방송 작가로 근무 당시 좋은 아이템(잘 알려지지 않은 진짜 맛집)을 찾기 위해 온라인 정보들을 선별하던 여러가지 개인적인 노력들을 tip 형식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블로그 마케팅을 하는 모든 식당들이 맛집이 아닌 것은 아니며, 방송에 출연하는 식당들이 무조건 ‘메이킹’된 곳 만은 아니라는 것 분명하게 밝혀두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