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이다. 부인할 것 없이 취업난이다. 현 정권은 청년 실업률을 낮추는 것을 제1공약으로 삼고, 관련 추경 예산까지 편성할 정도로 이 문제 해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의 기세가 당장 꺾일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나 전문대, 대학을 졸업한 우리 모두는 월급을 받고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하는 사회인이 되어야 하기에 이 좁은 관문을 뚫어야 한다.

국립국악원
자기 소개서

앞으로 연재할 칼럼의 주제는 ‘자기소개서’이다. 그러나 자기소개서란 영역은 취업을 위한 여러 요소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취준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잘 쓰면 취업에 좀 더 가까워지리란 희망을 품는 것 같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주지시켜 줘야 자기소개서를 쓰더라도 좀 더 신중하게 글을 쓸 거라 판단되는바, 오늘 칼럼을 시작으로 취준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쓰기 전 먼저 자가 검증해야 할 요소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그 첫 시작으로 내가 다루고 싶은 것은 스펙이다. 스펙이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아는가? 취준생들에게 내가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는데, 그대들이 흔히 아는 단어의 정의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기를 바란다.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의미에 근거해 글을 서술해 가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는 글을 쓰는 요소가 될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스펙의 정의를 찾아보겠다.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 학점 토익점수 따위를 합한 것’이라고 스펙의 정의가 인터넷 국어사전에 친절하게 나와 있다.

그런데 이 정의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정의에 나와 있는 스펙은 우리가 말하는 정량적 스펙이란 것이다. 즉, 수치화 혹은 점수화가 가능한 스펙이란 의미이다. 그런데 블라인드 채용이란 것은 여기서 말하는 이 정량적 스펙을 최대한 배제한 채 지원자의 성향, 특성, 가치관 등만 보고 뽑겠다는 것이다. 수치화가 어려운 정성 스펙이 결국 서류 당락의 키워드가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자기 소개서

우리는 정량 스펙과 정성 스펙의 비중을 되짚어 보면서 정성 스펙의 상대적 중요도에 대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정량 스펙이란 무엇인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이 들어가 있는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리스트는 저의 생각과는 무관합니다.) 성별, 학교, 학과, 학점, 영어, 제2외국어, 공모전, 인턴 등이 대표적 정량 스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성 스펙이란 무엇인가? 개인마다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보는 정성 스펙은 결국 ‘경험’이다. 경험을 인사 담당자들이 볼 수 있는 창(窓)은 사실상 자기소개서 하나에 불과하다. 우리는 자기소개서 안에 몇 개 되지 않는 항목 안에 나의 경험, 나의 정성적 스펙을 매력적으로 녹여내야 한다. 그리고 기업마다 비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량 스펙과 정성 스펙은 대개 50:50의 비율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어우러진 정량 스펙보단 내가 해 온 경험을 깔끔하게 정리해 자소서를 잘 쓰는 50%의 정성 스펙에 집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나를 더 잘 어필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이 글을 통해 내가 얘기하고 싶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정량 스펙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간혹 일부 취업 강사 중에 ‘기적을 부르는 자소서’, ‘합격의 자소서’ 등 자기소개서 한 방이 서류 합격을 이끈다는 자극적 제목의 책으로 취준생들에게 잘못된 착각을 심어준다.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어느 하나 잘한다고 해서 그것이 합격에 직결되지는 않다. 취업이란 건 당신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리 회사의 직원으로 쓸지 말지를 정하는 과정이다. 그 점을 유념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길 바란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아마도 자기소개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했을 것이다.

상대적 비중으로 봐서나 현재 사회 트렌드로 봐서나 자기소개서의 무게감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커질 것이다. 자기소개서를 잘 쓰려면 그다음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 바로 경험이다. 다음엔 그 경험에 대해 심도있게 다뤄 보고자 한다.

자기 소개서

앞에서 말한 내용을 다시 한 번 복기하고 와라. 그렇다면, 이제 스펙 중에서도 정성적 스펙이 갖고 있는 중요성에 대해서 공감하실 거라 믿는다. 정성적 스펙, 소위 말해 경험은 매력적인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경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개탄스럽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오늘은 그 경험에 대해서 재점검해보고자 한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누구나 대학 재학 시절 내내 모자람 없는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다.

대부분의 취준생이 경험을 단순히 대외 활동, 즉 학교 수업 외에 했던 일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내 생각에 경험이란 대학 재학 시절에 취업 준비생들이 겪었던 모든 에피소드를 일컫는다. 즉, 학교에서 배웠던 수업 내용도 경험의 소재로 포함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아마 일반적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경험 소재와는 다르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난 확신한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기업이 뽑는 공채 문구에 그 정답이 숨어 있다. 기업들이 상?하반기 공채를 진행할 때, 항상 대졸 신입사원 채용공고라는 문구를 붙인다. 대학교 졸업자 혹은 졸업이 예정되어 있고, 다음 반기에 입사가 가능한 예비 신입사원을 뽑는 공고란 뜻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수업을 포함해 몇 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즉, 대졸자의 기준은 수업이다. 대외활동이나 인턴, 아르바이트는 엄밀히 말해서 부수적인 것이지 회사가 사람을 뽑는 데 있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니란 말이다.

실제로 2017년 하반기에 LG전자 한국 영업 본부를 지원했던 친구의 지원 동기 일부를 통해 수업만으로도 충분히 지원동기를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1. 본인이 지원한 직무 관련 지원동기와 역량에 대하여 – 해당 직무의 지원동기를 포함하여, 직무 관련 본인이 보유한 강점과 보완점을 사례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기술해주시기 바랍니다. (1,000자)

    [실용적 영업전문가] 저는 LG전자가 펼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학부 시절 들었던 수많은 수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서양철학인 실용주의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엘지전자는 자신들이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강점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략 스마트폰인 G6의 영업을 전 세계가 아닌 당사 스마트폰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와 북미 지역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서양 지성사 수업에서 제게 큰 영향을 끼쳤던 실용주의는 강점에 집중하는 영업을 펼쳐야 하는 LG전자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세계의 경찰관’이라 불리는 미국의 지적 성장의 배경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와 아인슈타인 등 유대인의 이주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영국민들의 이주로 세워진 미국이니만큼 타 문화에 대한 관대함이라는 그들의 강점을 충분히 발휘해 미국 고유의 철학을 완성한 알고리즘을 LG전자 영업에서도 적용해 효율적 영업이 무엇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친구는 사학과 심화 전공자였다. 그가 배운 실용주의 철학을 활용해 LG전자의 당시 실용주의적 영업 전략이랑 묶었다. 절대로 수업이 아닌 다른 경험만 있어야 회사를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둘째, 우리가 아는 것처럼 경험이 대외활동이나 아르바이트, 인턴에만 국한된다면 공학계열 전공자들은 기업에 지원조차 할 수 없다. 공대는 잦은 퀴즈나 시험, 실험, 논문, 보고서 등으로 인해 교내 연구실을 벗어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런 그들이 우리가 흔히 아는 다양한 경험을 해볼 시간적 여력이 될까? 불가하다. 결국 이들 역시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 그리고 충분히 잘 쓸 수 있다.

이렇게 두 가지 이유로 미루어 짐작해보건데 여러분이 아는 경험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 외에도 수업도 경험의 한 부류가 될 수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수업을 소홀히 들으면서 교내 경험을 의미 있게 쌓는 것에 실패한 나의 반성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