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해해해해해(5해) 해해(2해)

“선배 어제 죄송해요”

오늘도 숙취로 고생하고 있는 오전. 후배에게 한통의 연락이 왔다. 어제 선을 넘은 것 같다며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술 마시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리 신경 쓰누. 술을 마시면 실수도 좀 할 수 있는 거고, 서로 맘 상한 거 있으면 나중에 풀면 되는 거고. 맘 쓰지 말어. 어차피 난 기억 안나 ㅎㅎㅎ”

아침에 술이 깨 숙취로 힘들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려, 아침 일찍 전화를 건 그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따름이다.

며칠 전 점심을 먹으며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이날은 문득 매콤한 닭갈비가 먹고 싶어 졌다. 그래서 검색했고, 시청역 근처에 닭갈비 집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찾아갔다.

대한닭갈비

사실 찾기가 쉽지는 않다. 시청역 7번 출구로 나와 대한생명 건물을 등에 지고 북창동 쪽으로 난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그리고 40미터 정도 쭉 걸어가다 보면 올리브영 시청역점 옆으로 골목이 나온다. 사실 골목길 안쪽에 있어서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찾기가 쉽지 않은 위치였지만 조금만 늦게어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었다.

일러스트 = 헤럴드경제 이주섭

2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곳 닭갈비의 특징은 달콤한 소스라고 할까. 다른 곳의 닭갈비와 다른 맛이어서 인상적이다. 점심에 닭갈비를 주문하니 다 익혀서 나왔다. 이 역시 이 가게만의 특징이다.
동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사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사과’

사전적 의미로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난 사과하는 것 자체를 정말 싫어해. 사과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마음의 부담을 줄이려고 하는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야”

그는 그래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과’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사과’란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기에 난 그와 인연이 끊길 때 ‘재차’ 사과하지 못했다. 내 사과를 받아달라고 강요하는 게 돼 오히려 그를 괴롭게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내가 안고 가야 하는 괴로움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동료에게 물었다. 그가 생각하는 ‘사과’의 의미가 궁금했다.

“저는 ‘고맙다’와 ‘미안해’를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표현을 해야 그 마음을 알 수 있잖아요”

명언

사과한다는 것은 ‘너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사 표현 중 하나다. 그렇기에 그는 용기를 내 사과를 하는 것이리라.

상대가 마땅히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없다.

우연히 닭갈비를 먹고 싶어 찾아왔는데 오래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한 것이고, 기대 이상으로 맛도 좋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나의 선택을 존중해서 같이 닭갈비를 먹으러 와준 동료의 호의도 감사한 것이고, 만약 이곳이 그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면 그건 내가 미안해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작은 것에도 감사하다 표현하고, 사소하다고 생각될지라도 미안하다 말한다면… 이처럼 서로에게 소중한 마음을 충실히 전하며 살아간다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사실 이 가게는 맛도 맛이지만,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가게 분들의 배려가 너무 따뜻했다.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너무 덥지 않은지, 몇 분쯤 기다리면 되는지 등등 수시로 체크해주셨다. 사소한 배려로 보이지만 난 그런 모습이 정말 감사했다.

일러스트 = 헤럴드경제 이주섭

사실 내겐 소위 ‘맛집’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많다. 좋은 분들과 기분 좋게 식사를 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왔는데 거기서 받은 서비스는 정말 최악이었다. 아무리 맛집이라 하더라도 그곳에서의 경험으로 정말 다시 가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맛집들이… 하필 그날따라… 유독 내가 간 그 시간에…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어서… 경황이 없어서… 평소에는 엄청 친절하셨는데… 하필이면 내가 간 그날 그 시각에…. 나에게 안 좋은 인상을 주셨을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난 해를 다섯 번 바라본다. 그리고 해를 두 번 외친다.

해해해해해(5해)와 해해(2해)

우리는 오해와 이해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닭갈비만 해도 그렇다.

최근 주변 사람들로부터 ‘숯불 닭갈비’가 맛있다며 맛봐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는다. 닭갈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터라 닭갈비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오해했다.

닭갈비에 대해 알아보니 숯불 닭갈비는 초창기 닭갈비의 모습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철판으로 된 넓은 불판에 닭갈비와 떡, 야채를 매운 양념에 볶아 먹는 것은 1980년대 후반에 등장했고, 숯불 닭갈비는 그 이전 초기 형태였다.

1950년대 말 무렵 강원도 춘천의 한 술집에서 술안주로 닭의 갈빗살을 양념에 재워 숯불에 구워 먹던 것이 경제가 발전하면서 두툼한 닭다리의 살코기 살로 발전한 것이다.

값이 싸고 양이 많아 인근 군부대 장병들에게 인기를 끌며 전국적으로 퍼 저나가며 전성기를 맞았고, 1970년도 초에는 ‘서민 갈비’, ‘대학생 갈비’라고 불릴 정도였도로 인기였다고 한다.

‘물 닭갈비’라는 것도 있다. 이는 강원도 태백시와 삼척시 일부에서 시작된 닭갈비의 한 종류다. 국물이 자박자박하게 있고 거기에 냉이를 듬뿍 올린 것이 특징인데, 석탄 캐던 광부들이 국물을 찾으면서 생긴 조리법이란 설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오해를 하곤 한다. 소위 맛집이란 곳에 가서 나는 그들을 오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의 오해가 지속되고 결국 인연은 끊어지고 만다. 오해를 이해로 바꾸는 방법은 ‘마음을 담아 전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먼저 대화의 물꼴을 트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시작이 ‘사과’아닐까.

일러스트 = 헤럴드경제 이주섭

닭갈비: 11,000
서울 중구 세종대로16길 6 대한닭갈비